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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식 시장 잠식 ‘차이나 파워’
[세계는 지금] 알제리 시장에 펄럭이는 오성홍기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조기창 kccho@kotra.or.kr
알제리는 ‘섬들’이란 뜻의 수도 알제(Alger)에서 유래했다. 정식 명칭은 알제리민주인민공화국이다. 알제리는 1830년대부터 프랑스 식민이 시작됐으나 1954년부터 8년간 전쟁 끝에 1962년 독립했다. 알제리는 독립전쟁 지원을 인연으로 중국과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알제리 내 각종 건설 입찰 참여를 계기로 진출해 최근 알제리 시장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다. 사방으로 튀니지 등 6개 국가와 인접하고 북쪽으로 지중해와 접해 있어 잠재력이 크다. 한국도 중국의 알제리 시장 공습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조기창 KOTRA 알제리 알제무역관장
 
알제리에 중국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2012년까지 줄곧 알제리 수입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프랑스를 제치고 2013년부터 선두에 나선 중국은 지금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국들과 격차를 넓혀간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알제리이기에 중국이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알제리는 전체 수출액의 98%가량을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는데,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총소득이 급감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중국의 알제리 시장 진출 활약상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군계일학으로 돋보인다.
 
알제리 정부는 장기간 누적된 무역 적자와 재정수지 악화 문제를 탈피하려고 강력한 외환 통제 및 수입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이런 정책 탓에 오랜 기간 주요 교역국이던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16억달러(약 1조8천억원)를 수출한 이래 해마다 약 3억달러(약 3400억원)씩 한국의 알제리 수출액이 줄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알제리의 전체 수입 감소에도 상관없이 매년 알제리로의 수출을 늘리고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끌어올려 2016년 10월 말 현재 18%에 육박한다. 조만간 2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014년을 기점으로 알제리 수입시장 점유율이 2년 연속 하락하고 대다수 수출상품이 중국 및 터키 제품, 알제리 국산품과의 경쟁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곧 2%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 중국 노동자가 알제리 대모스크(Great Mosque) 270m 높이 뾰족탑 아래에서 작업하고 있다. 중국은 값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알제리 시장을 장악했다. REUTERS
 
알제리 누비는 중국 완성차
알제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수입 제품 수를 살펴보자. 중국의 도약을 증명하듯 2015년 말 기준 농·축산품을 제외한 알제리 30대 주요 수입 품목 중 1위 품목 수는 중국이 13개로 단연 선두이고 그 뒤를 이어 이탈리아 5개, 독일 4개, 프랑스 2개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1위 품목은 기타 유럽 국가와 미국 제품이며 한국 제품은 1개도 없다.
 
중국이 알제리 수입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자동차(화물차·특장차), 부품, 건설 중장비, 철강제품, 가전, 통신기기, 컴퓨터, 전력기자재 등 단순 소비재부터 자본재, 내구재까지 다양하다. 그야말로 ‘중국의 대공습’이라 할 만하다.
 
한국의 알제리 수출 상위 20개 품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국 제품이 한국보다 훨씬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알제리에서 선전하는 품목이 이렇듯 부진을 면치 못하는데 여타 품목은 중국과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제 중국이 한국을 많이 따라온 것이 아니라 한국을 훨씬 앞질러간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흔히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나 저가 가전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국가로 인식한다. 하지만 전세계적 흐름과 알제리 상황을 보면 이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여전히 의류·가방·신발 등 생활용품 분야에 강점이 있지만 예전과 달리 하이얼과 샤오미 등 중국산 가전제품도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한국 제품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이 차지했던 점유율마저 조금씩 잠식한다. 중국은 이곳에서 백색가전은 물론 영상 가전제품에서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최근에는 휴대전화 판매도 나쁘지 않다.
 
얼마 전까지 알제리 길거리에서 한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현지인을 자주 봤지만 요즘은 휴대전화 매장의 가장 눈에 띄는 공간에 중국산 제품이 자리잡고 있어 위기감마저 든다. 더 이상 중국산은 디자인이나 기능이 부족한 저가 제품으로 인식할 수 없다. 아직까지 유럽·한국 제품과 성능 차이가 다소 있지만 가격경쟁력이 이를 충분히 상쇄해 현지 소비자에게 중국 제품은 분명 장점이 있다. 이는 마치 20년 전, 미국·유럽 시장에서 한국 가전제품이 일본 제품을 앞지른 것과 비슷해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알제리 주요 건물과 번화가 광고판 여기저기 한자로 기재된 중국 휴대전화 광고가 자주 눈에 띤다.
 
알제리 자동차 시장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중국 장성자동차(Great Wall·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로 중국 최대 스포츠실용차 생산은 물론 경승용차와 픽업 차량을 생산 -편집자), 체리자동차(Chery·한국GM 마티즈를 베낀 ‘짝퉁차’로 유명해졌으나 LG화학과 순수 전기자동차 모델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중국 5대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 -편집자) 같은 중국 브랜드 완성차들이 알제리 전국 도로를 누빈다. 최근 알제리 최대 쇼핑몰 ‘상업 센터’(Commercial Center)에서 대대적인 체리자동차 판촉 행사가 열려 화제를 모았다. 완성차뿐 아니라 자동차부품 시장에서도 중국은 알제리 1위 수입국으로 등극했다. 2017년 2월 말 알제(Alger·알제리 수도로 무역·교통·문화의 중심지이며 지중해에 면한 항구 도시 -편집자)에서 열린 ‘알제 자동차부품 전시회’ 참가업체의 3분의 1이 중국 기업으로 채워져 그 위세를 실감했다.
 
중국의 알제리 공습은 제조업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알제리에서 발주하는 공공건물과 주택, 도로공사 등 대형 인프라 및 건설 프로젝트 사업도 중국 기업이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최근에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해야 입찰할 수 있는 정유공장 설비나 발전소 건설,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봐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했다.
 
   
▲ 압델말렉 셀랄 알제리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중국은 알제리와 오랫동안 우호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REUTERS
 
한국 공략 지점 ‘문화·의료·바이오’
중국발 공습 현상은 알제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몇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국 총리와 주석은 연례적으로 아프리카 순방길에 올라 많은 국가 정상을 만났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고질적 문제인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연구시설과 병원을 짓기 시작했고,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에 각각 30억달러(약 3조4200억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아프리카 인재들을 중국에 불러들여 기술인력 1만 명 양성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중국이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에 무한 애정을 쏟은 결과, 아프리카 사람들의 중국 호감도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전세계로 확장되는 중국의 위세를 신문 지면 등 언론에서 심심찮게 접한다. 삼성전자가 인수에 실패한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54억달러(약 6조1600억원)로 인수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화콘텐츠 사업 부문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무섭게 확장되고 있다. 중국 최고 부호 왕젠린 회장의 완다그룹은 일찍이 미국 최대 영화 체인의 하나인 AMC사를 인수해 유통망을 확보했고 최근엔 레전더리픽처스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제작·유통·기술력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완다그룹은 대형 인수·합병 외에 자체적으로 초대형 영화제작 스튜디오(칭다오스튜디오)를 설립했는데, 여기에는 전세계 문화권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치밀한 계산이 담겼다.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산업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알제리는 북아프리카의 대표적 관광 대국이다. 중국이 문화권력을 확장해 알제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시설 구축에 들어가면 한국 기업은 북아프리카에 진입조차 못한 채 모든 입구가 차단될 수도 있다. 알제리 젊은이들은 문화를 향유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 기업은 이 호기를 포착해 알제리 진출을 고심해야 한다.
 
중국은 예로부터 상업이 발달한 나라였다. 계산이 빠르고 사업 수완이 좋아 한때 한국에서 중국인을 부르는 별명이 ‘왕서방’이지 않았던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움츠렸던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다. 알제리 거리에서 필자에게 ‘니하오’ 중국식 인사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 점은 그만큼 알제리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외 무대에서 한국 제품의 강점이 줄어 위기감이 드는 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니다.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뛰어넘는 기술을 가진 제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 기업은 지금부터라도 기술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의료·바이오 분야처럼 중국이 공들이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분야, 즉 ‘중국의 결핍’을 찾아내 집중 공략해야 한다. 알제리에서 느끼는 중국의 공습은 매섭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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