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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도입으로 도리어 일자리 늘었다
[Cover Story] 실리콘밸리의 모순- ③ 자동화가 정말 일자리를 줄였나?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제임스 베슨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자료 분석 결과, 저임금 직종만 줄어... 일자리 감소보다 양극화가 더 문제
 
흔히 컴퓨터 자동화가 일자리를 크게 줄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수요 변화와 직종 간 대체 효과와 관련된 경제의 역동적 반응을 무시한 것이다. 미국의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제임스 베슨 교수는 자동화가 세부 업종별 고용 증가에 끼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직종에선 지금까지 일자리가 많이 늘었고, 컴퓨터를 덜 쓰는 직종에선 컴퓨터 도입에 따라 일자리 감소가 나타났다는 게 결론이다. 자동화가 제기하는 진정한 도전 과제는 새 기술에 대처할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_VoxEU.org
 
제임스 베슨 James Bessen 미국 보스턴대학 법대 전임강사
 
자동화 추세는 생산직 노동자뿐 아니라 사무직, 심지어 전문직 종사자에게도 우려의 대상이 된다. 인공지능 활용 프로그램을 포함한 각종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회계, 은행 창구 직원, 사무직 등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가 마틴 포드 같은 이들은, 이런 일자리 대체가 ‘기술적 실업’(기술 발달이 유발하는 실업 -편집자)을 유발하고 경제 침체에서 회복되는 걸 저해한다고 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은 “미국의 전체 일자리 중 47%가 10~20년이면 자동화할 여지가 있다”고 2013년 내놓은 논문에서 전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데이비드 오터 교수나 독일 유럽경제연구센터의 아른츠 멜라니 같은 이들은 영향이 이보다 덜 하리라고 본다. 어쨌든 컴퓨터 자동화가 대규모 실업을 유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면서, 기본소득제 같은 새로운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컴퓨터 자동화가 정말 일자리를 크게 줄이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자동화를 둘러싼 대중적 논의는 엄밀한 경제적 분석이나 경험적 증거를 바탕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나는 최근 발표한 논문 ‘컴퓨터 자동화가 직업에 끼치는 영향: 기술, 일자리, 기능(숙련도)’에서 자동화가 세부 업종별 고용 증가에 끼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이 추정을 위해 사용한 모형은, 자동화가 제품 수요에 끼치는 영향과 직종 간 대체효과 같은 경제적 기본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먼저 자동화가 무엇인지, 자동화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료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화는 기계가 특정 작업 전체 또는 부분을 대신함으로써 이 작업 수행에 필요한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거나 불필요하게 만든다. 그러나 새 기술이 노동력을 파괴하는 방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예컨대, 자동차는 마차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버렸지만 자동차 제조업이란 새 업종을 창출했다.
 
   
▲ 컴퓨터 도입에 따른 자동화가 반드시 사람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은행에서는 컴퓨터 도입 뒤 지점이 늘면서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 싱가포르의 상점가에 설치된 자동입출금기에서 사람들이 돈을 뽑고 있다. REUTERS
 
경제 역동성 무시한 자동화 논의
기술은 노동조직을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통신기술은 탈집중화, 외주화, 일자리 국외 이전, 노동자 집단 간 일자리 이전을 촉진한다. 항공기 자동발권 장치 같은 고객이 직접 처리하는 자동화 기술은 노동자의 일을 고객에게 떠넘긴다. 정보기술은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새로운 시장도 촉진할 수 있다. 이 모든 기술 변화가 어떤 노동자에게는 파괴적이고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지만, 전반적으로 대규모 실업을 유발한다고 볼 이유는 별로 없다. 과거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한편으로 자동화가 일자리의 순감소(증가분보다 감소분이 더 많음)를 초래할 수는 있다. 기계가 단위 생산에 필요한 인간의 노동력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자동화 관련 논의의 주류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빼앗아갈 것을 걱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동화는 부분적이다. 일부 작업만 자동화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950년 이후 자동화 추세가 광범하게 퍼져나갔지만, 1950년 미국의 인구총조사 때 열거된 270개 세부 직종 가운데 자동화 때문에 사라진 직종은 단 하나, 엘리베이터 조작원뿐이다. 다른 많은 직종은 부분적으로 자동화했을 뿐이다.
 
이 구별이 중요한 것은, 경제적 결과가 사뭇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직종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자동화가 필연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직종이 부분적으로 자동화한다면 고용이 도리어 늘 수도 있다. 이는 ‘거의 대부분’ 자동화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초경제학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방직 노동의 98%가 자동화했지만 방직 노동자 수는 도리어 늘었다. 자동화가 옷감 가격 하락을 촉진하자 가격탄력성이 높은 수요가 늘어 일자리 절대치를 키우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수요 증가는 컴퓨터 자동화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자동입출금기가 은행 창구 직원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보자.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자동입출금기가 널리 보급됐지만, 정규직 수준의 업무를 하는 은행 창구 직원도 함께 늘었다(2000년 이후 연평균 2.0%씩 늘어남. 아래 그림 참조). 창구 직원은 왜 줄지 않았을까? 자동입출금기를 활용함으로써 은행들의 지점 운영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운영비가 줄자 은행들이 더 많은 지점을 열었고, 자동입출금기 도입에 따라 줄어든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자동화기기와 은행 직원 함께 늘어
물론 부분적 자동화도 고용을 줄일 수 있다. 수요가 탄력적이지 않은 업종이라면, 수요 증가가 일자리 감소를 막을 만큼 크지 못할 것이다. 자동화는 한 기업 또는 업종 전체에서 특정 직종을 다른 직종으로 대체하는 흐름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제 전화교환원은 거의 없는 대신 방문자 응대 직원은 더 많아졌다. 출판계에서 식자공은 찾기 어렵지만, 그래픽디자이너와 전자출판 업무 담당자는 늘었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그래픽디자이너가 식자공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아지자, 식자공의 업무를 그래픽디자이너가 대신하는 흐름이 촉진된 것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서, 나는 수요 변화와 직종 간 일자리 대체를 파악하는 일자리 수요 측정용 단순 모형을 검토했다. 이 모형 분석에서 핵심 독립변수는 각 직종 및 산업별 노동자의 컴퓨터 이용 범위인데, 이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의 최근 인구총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이용했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고 할 때, 컴퓨터를 더 많이 이용하는 직종의 업무 자동화가 더 높다고 가정했다. 종속변수는 직종·업종 내 상대적 고용 증가다.
 
추정 결과는 컴퓨터 자동화의 영향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모순된다. 먼저, 컴퓨터를 이용하는 직종의 증가 속도가 느려지는 게 아니라 더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표본평균(모집단에서 표본추출을 통해 얻어낸 표본값의 산술평균 -편집자)으로 볼 때, 컴퓨터 이용은 한 해 고용을 1.7% 증가시키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말로 하면, 앞에서 언급한 은행 창구 직원 증가는 예외적 일이 아니라 전형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직종간 대체효과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한 직종 고용의 증가는 같은 업계의 다른 직종에서 컴퓨터 이용이 늘수록 둔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시 말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계를 활용하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체한다는 말이다. 그래픽디자이너가 식자공을 대체하듯이 말이다.
 
자동화가 불평등 확대
이런 대체 효과는 성장 효과를 거의 상쇄한다. 표본평균으로 둘을 계산해보면, 컴퓨터 이용은 고용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1년에 0.45%로 미미하다. 이 둘의 관계가 꼭 인과관계는 아니며, 어쩌면 다른 요소가 컴퓨터 이용 직종의 확대를 불렀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컴퓨터 자동화가 일자리의 대량 감소와 무관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컴퓨터 자동화는 노동력의 주요 변화와 관련 있다. 자동화가 고용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특정 직종의 실질적인 고용 감소 및 다른 직종의 고용 증가와 관련되는 건 분명하다. 특히 저임금 직종에서 일자리 감소가 주로 나타나고, 고임금 직종에선 일자리 증가가 나타난다. (1980~2013년 기준으로 볼 때, 컴퓨터 이용이 저임금 직종에선 0.43% 감소 효과를, 고임금 직종에선 1.65% 증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간 수준 임금 직종에선 0.43%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고임금 직종에서 컴퓨터를 더 많이 이용함으로써 저임금 직종의 일자리를 대체한다.
 
이런 불일치는 저임금 직종 노동자가 고임금 직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없다면 경제적 불평등을 촉발할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컴퓨터를 활용해 일할 기회를 얻거나 관련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분석한 자료는 이 현상이 실제 나타난다는 증거를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컴퓨터를 더 많이 이용하는 직종에서 임금 격차가 점점 확대된 것이 그 증거다. 다시 말해, 새로운 기술을 익힌 노동자의 임금은 더 높아졌는데, 모든 노동자가 컴퓨터 관련 기술을 익힐 기회나 능력을 확보하지는 못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또 컴퓨터 이용 직종에선 대학 교육을 받은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대학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은행 창구 직원 같은 일자리에서도 사정은 같다.
 
컴퓨터를 통한 업무 자동화 때문에 컴퓨터 이용 직종에서 필연적으로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만 보면 컴퓨터 이용 직종의 일자리가 더 늘었다. 반면 컴퓨터를 거의 쓰지 않는 직종에선 컴퓨터의 영향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 자동화가 제기하는 진정한 도전 과제는 새 기술을 이용할 노동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2017년 2월 프랑스 파리 근처 르노 공장에서 로봇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REUTERS
 
컴퓨터 자동화가 필연적으로 일자리 수를 줄일 것이라는 생각은 자동화에 대한 경제의 역동적 대응, 곧 수요 변화와 직종 간 일자리 대체와 관련된 대응을 무시한다. 물론 최근의 경험이 꼭 미래 변화를 예견해주는 건 아니고,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다른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실제 방직 자동화 같은 과거의 기술이 초기에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수요탄력성이 줄고 기술이 더 발달하면서 최종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유발했다. 컴퓨터 자동화도 마찬가지로 미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 문제에 집중하는 건 지금 당장의 정책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컴퓨터가 일자리 절대치를 줄이진 않지만, 저임금 일자리가 줄고 이는 경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 기술 활용 능력을 갖춘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현재 컴퓨터 자동화가 제기하는 진정한 도전 과제이다.
 
번역 신기섭 편집장 
 
* 상세한 논의는 정식 논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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