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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려면 일보다 상속을 노려라?
[집중 기획] 부의 집중, 해법은 없나- ① 자산 불균형 대책 못 찾는 프랑스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돈이 돈을 낳고 부가 대물림되는 ‘부의 집중’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자산 불평등은 세대·계층 간 갈등을 키워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자산 불평등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문제는 이런 불평등이 과거 700여 년간 꾸준히 심해졌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속으로 대표되는 부의 대물림이 인간 본성에 가까운데다 기득권의 반발로 불평등을 해소할 조세제도 개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 년간 강화된 불평등의 고리를 누가, 어떻게 끊을 것인가. _편집자
 
총자산 가운데 상속 비중 크게 확대... 불평등 바로잡을 조세제도도 허점투성이
 
프랑스가 ‘세습 자본주의’ 사회로 빠르게 굳어지고 있다. 총자산에서 상속 자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세대·계층 간 자산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일하는 것보다 상속받는 것이 더 빠르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이런 자산 불평등은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 이상향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조세제도를 개혁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나 학계가 나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지만 재산을 물려주고 물려받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습성이 최후의 걸림돌이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1세기에 상속은 과거 신분 사회에서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에 나오는 구절이다.
 
상속을 살펴보기에 앞서 자산 변화부터 보자. 1980년 프랑스 가계의 총자산은 세금 따위를 빼고 남은 순가처분소득의 4.8배 수준이지만 2015년에는 8배를 넘었다. 다르게 설명하면, 예전엔 평균치의 자산을 확보하려면 평균 소득 4.8년치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했지만 이젠 8년치를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자산 증가는 1995∼2010년 부동산 가격 폭등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 주택의 가치가 오르면 그 옆의 주택 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실거주 소유주가 자기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 가려면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한다. 정기예금, 생명보험 같은 금융자산의 증가도 놀랍다. 1980년 순가처분소득의 1.7배이던 금융자산이 2015년 3.7배까지 급증했다. 이처럼 금융자산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4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불평등이 심해지고 누진세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자산이 늘면 자산 소유주가 사망할 때 후손이 물려받는 몫도 그만큼 커진다. 피케티의 말을 빌리면, 경제성장 둔화와 자본수익률 증가가 결합되면서 “과거의 자산인 상속이 현재의 자산인 저축을 압도하게 됐다.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즉, 과거에서 온 부는 아무 일을 하지 않고도, 노동의 결과인 부보다 기계적으로 더 빠르게 늘어난다.”
 
오늘날 상속은 19세기와 비슷한 비중을 회복했다. 현재 한 세대가 받는 총가용자원(상속자산+연도별 평균 순자본수익률을 적용해 개인이 평생 축적한 세후 노동소득) 중 상속의 비중은 25%다. 이는 1789년 프랑스혁명 직후와 비슷한 수치다. 다만 자산 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19세기보다 약간 덜할 뿐이다. 자산 불평등이 덜해졌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가 되려면 일하는 것보다 상속받는 것이 더 빠르다. 항상 이런 것은 아니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 전후 고도성장기를 거친 20세기에는 대체로 이와 반대였다.
 
   
▲ 최근 프랑스 사회에선 자산이 점점 더 노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한 노부부가 프랑스 북부 렌의 전몰 추모관 묘지에서 비석을 바라보고 있다. REUTERS
 
갈수록 노년층에 집중되는 자산
자산과 상속 비중의 증가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이상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불평등을 더욱 심화한다. 불평등은 세대 내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세대 내 불평등을 살펴보면, 2014년 프랑스 소득 상위 10% 가구의 소득은 하위 10%보다 4.6배 많지만, 자산 상위 10% 가구의 자산은 하위 10%보다 무려 139배나 많았다.
 
세대 간 불평등도 심각하다. 최근 자산이 점점 더 노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1986년 30대 인구의 순자산 중간값은 70대 인구의 순자산 중간값보다 45% 많았다. 2015년에는 완전히 역전돼 중간값 기준으로 70대 인구의 순자산이 30대 인구의 순자산보다 3.5배 많다. 이 수치가 이 기간에 젊은이들이 가난해졌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청년층의 부 증가 속도가 노년층보다 훨씬 느리다는 걸 뜻할 뿐이다. 청년층과 노년층의 자산 격차가 증가한 데는 수명이 늘어난 것도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다.
 
평균 유산 상속 나이를 보면, 1980년에는 42살에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현재는 50살이 넘어야 상속받는다. 이를 도식화하면, 오늘날 자산은 60~80살 인구에 집중되고 이들이 사망하면 보통 40~60살 인구가 유산을 상속받는다는 뜻이다. 청년층은 이런 자산 분배에서 거의 배제된다. 문제는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금융자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각에서 볼 때 노년층에 자산이 집중된 상황은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조세제도라도 그에 맞춰 개혁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산 관련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큰 세금은 부동산세다. 부동산세는 과세 물건의 크기와 관계없이 일정 비율로 물리는 비례세다. 이런 부동산세로는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부유세는 과세 물건의 가치가 크면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세다. 하지만 각종 면세 혜택을 감안하면 적용 범위가 매우 좁다. 더구나 대선 뒤 부유세의 존립 여부도 불확실하다.
 
물려받는 자산에 부과되는 상속세는 누구로부터 물려받았느냐에 따라 부과되는 금액과 세율이 달라진다. 부모·조부모 같은 직계존속이 아닌 친족에게서 물려받으면 세금이 많아진다. 증여세도 상속세와 유사한 방식으로 부과된다. 현재 평균 상속세율은 5%를 살짝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 평균 상속세율은 1990년대 말 7%로 정점을 찍은 뒤 10년에 걸친 부자 감세 때문에 2010년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3.8%까지 떨어졌다. 이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일부 혜택을 없앴지만, 여전히 상속세 면세 수준은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자녀는 부모 중 한명에게서 받은 유산에 대해 10만유로(약 1억2천만원)까지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그러나 상속 금액은 10만유로 미만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 이전, 재단 이전, 삼림, 예술작품, 생명보험증서 같은 수많은 자산에 대한 상속세 부과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허점투성이인 조세제도
형제자매 같은 방계로부터 받는 상속에 부과되는 세금은 여전히 매우 높다. 실제 프랑스 조세 당국이 방계상속세로 거두는 세수는 전체 상속세 세수의 절반에 가깝다. 총상속재산 중 방계상속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직계상속과 방계상속 간에 불균형이 존재하는데다 법적 부부나 사실혼 부부, 단순 동거 커플 간 상속세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프랑스 현행법상 법적 부부나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사망해 재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단순 동거 커플한테서 재산을 상속받으면 일반 상속세를 내야 한다. 납세자가 자산을 부부 공동 소유보다 개별 소유로 돌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현행 상속세 제도의 불균형을 키운다. 1998∼2010년 가계 총자산 중 개별 자산의 비중은 42%에서 48%로 늘어났다. 이는 남녀 자산 불평등을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 프랑스 사회는 총자산 가운데 상속 비중이 크게 늘면서 부자가 되려면 일하는 것보다 상속받는 게 더 빠르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고급 호텔에서 지배인이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REUTERS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현행 상속세가 어떤 사람이 평생에 걸쳐 받는 상속이 아니라 개별 상속 건에 부과된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하게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미래전략총괄위원회(CGSP) 조사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각각 20만유로(약 2억4천만원)씩 상속받은 사람은 총 40만유로의 9%를 상속세로 내야 하는데, 이는 한쪽에게서만 20만유로를 상속받은 사람이 내야 하는 상속세율과 같다. 그런데 한쪽에게서만 40만유로를 물려받은 사람은 상속재산의 14.5%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오래전부터 사망 뒤 후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보다 살아서 물려주는 증여를 권장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은 오늘날 성과를 보고 있다. 1960년대에만 해도 증여는 자산 이전 총액의 20~3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상속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다. 그러나 부유세를 없애면 증여의 증가 속도는 꺾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부자들은 상속재산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내야 하는 부유세를 피하려고 증여를 활용했다. 경제 전체로 보면 상속보다 증여의 비중이 훨씬 더 커야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가 자본을 더 많이 보유하게 돼 경제적 관점에서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책으로 세제를 개편해 유산을 자식에게 모두 물려주지 않고 손자·손녀에게도 함께 물려주도록 하는 방안, 상속세를 올려서 18살 되는 이들 모두에게 일정 액수를 지급하는 방안 등이 제기된다. 두 방안 모두 젊은 세대의 자산을 늘려주자는 취지에서 나왔는데, 후자는 자산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상속세를 어떻게 개혁하든, 마지막 걸림돌은 기술적 부분이 아니다. 사회학자 프랑수아 뒤베가 지적한 것처럼, 조세 당국은 상속과 증여의 인류학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만인 평등과 능력 위주의 사회 건설을 부르짖지만, 각자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고 싶고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물론 상속은 능력과 어떤 상관도 없으며 그저 출생이란 ‘제비뽑기’에 달린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3월호(제366호)
Le retour des héritier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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