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7
     
부자 독식은 700년간 이어졌다
[집중 기획] 부의 집중, 해법은 없나- ② 양극화는 요즘만의 문제인가?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귀도 알파니 economyinsight@hani.co.kr
흑사병과 세계대전 등 재앙 때만 불평등 잠깐 줄어... 길게 보면 불평등 점점 심해져
 
최상위 부자들이 소유한 자산을 연구한 최근 분석들은 불평등 추세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귀도 알파니 교수의 글은 1300년부터 현재까지 유럽 최상위 부자들이 소유한 자산의 비중을 추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 ‘부유층’으로 부를 만한 가구가 얼마나 많았는지 추산해서 보여준다. 1300년대 이탈리아 부유층은 전체 인구의 5% 정도였고, 1650년 이후 꾸준히 늘어 한때 14% 수준에 이르렀다. 알파니 교수의 글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700여 년 동안 부자와 나머지 인구의 자산 불평등이 완화된 때는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1350년께와 1915~45년 세계대전 기간뿐이었다는 분석이다. _VoxEU.org
 
귀도 알파니 Guido Alfani 이탈리아 보코니대학 교수
 
최근 경제 불평등의 장기 추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주목받는 것은 상위 1%, 5%, 10%의 수입과 자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부자들이 소유한 부의 비중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이는 잘사는 사람들이 진짜 얼마나 ‘부유’한지 보여준다), 전반적 경제 불평등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도 흥미를 끈다.
 
부자들의 소득과 자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가 전반적 경제 불평등 추세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예컨대 지니계수(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나타내는 통계학적 지수 -편집자)로 판단한 불평등 추세가 자산 비중에 따라 변화한다는 이야기다.
 
20세기 전체 및 19세기 일정 기간 몇몇 나라의 자산 집중도를 보여주는 새로운 시계열 자료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2006년 토마 피케티 등의 프랑스 분석 논문, 2014년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 2015년 예스페르 로이네와 다니엘 발덴스트룀의 국제 비교 논문 등). 이런 연구 덕분에, 부의 불평등이 어떻게 변해왔고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독식하는지 상당한 지식이 축적됐다. 나의 연구는 일부 국가나 지역, 특히 영국과 미국에 국한된 기존 연구를 보충하는 것이다.
 
이제는 산업화 이전 시대의 자료도 확보했다. 이는 상당 부분 ‘1300~1800년, 이탈리아와 유럽의 경제 불평등’(EINITE) 연구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 연구 작업은 단일한 방법론을 사용해 부의 불평등과 최상위 부자의 자산 독식 정도를 체계적으로 수집했다. 수집 대상은 현재 이탈리아 땅에 있던 나라들과(이탈리아는 1861년 통일됐다 -편집자) 몇몇 유럽 지역이다. 이 연구 작업 덕분에 최상위 부자들이 독차지한 부의 비중을 보여주는 자료가 500년 정도 더 축적됐다. 이를 통해 1300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의 상위 10% 부자들이 소유한 자산이 전체 자산 중 얼마나 되고, 그 추이는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800년 이후 자료는 피케티 교수가 수집한 것이다.
 
   
▲ 유럽 역사에서 부자와 나머지 인구의 자산 불평등이 완화된 때는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1350년께와 세계대전 시기인 1915~45년뿐인 것으로 분석됐다. 1945년 5월8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승전 소식을 알린 뒤 화이트홀에서 군중에게 승리를 뜻하는 두 손가락을 펴 보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대재앙 때만 불평등 완화
1300~1800년 자료와 1800~2010년 자료가 서로 다른 지역을 조사했지만, 그래프로 그려보면 추이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1 참조). 피케티 교수는 1810년 유럽 상위 10% 부자들이 전체 부의 82%를 독차지한 걸로 추산했다. 최근 나의 비교 연구 결과, 이탈리아 통일 전인 1800년 여러 왕국에서 상위 10% 부자들이 보유한 부는 전체 자산의 70~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왕국의 1800년 평균치는 77%다.
 
서로 다른 지역의 자료지만 상위 10%의 자산 비중 증가 추세도 유사하다. 피케티 교수의 자료에서 1810~1910년 추이와 내 연구에서 1550~1800년 추이가 특히 그렇다. 이 기간에 상위 10%의 자산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선그래프로 표현할 때 직선에 가까운 기울기를 유지하는 걸로 나타난다 -편집자).
 
이런 경험적 자료는 ‘쿠즈네츠 파동’과 관련된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미국 통계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미국 소득 통계를 조사해 제시한 쿠즈네츠 파동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 불평등이 알파벳 U자를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나타난다고 제시했다. 개인 소득이 늘어날수록 불평등이 점차 커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른 뒤 불평등이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다. 나와 피케티 교수의 연구 결과는, 쿠즈네츠 파동의 왼쪽 절반, 곧 소득이 늘수록 불평등이 확대되는 추세가 일정 기간 뒤 꺾이는 주기적 변동이 아니라 불평등 확대가 몇백 년 이어진다는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물론 불평등 확대의 원인은 복잡하고, 어떤 원인이 작용했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7세기에 걸친 장기 자산 분배 변화 추세에서 부의 불평등이 완화된 시기는 딱 두번이다. 두 시기 모두 재앙이 유럽을 덮친 때였다.
 
첫 번째는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이 가장 창궐한 시기, 곧 1347~51년이다. 유럽 전체가 흑사병의 공포에 떤 때다. 흑사병의 여파로 상위 10%는 전체 자산의 15~20%에 해당하는 몫을 잃었다. 흑사병이 부자들에게 더 타격을 준 셈이다. 이들이 당시 잃은 부분을 되찾은 건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다. 자산 불평등이 줄고 상위 10%의 몫이 감소한 데는 두 요소가 작용했다. 분배 측면의 요소로, 숙련·비숙련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오른 것을 꼽을 수 있다. 터키 경제사학자 셰브케트 파무크가 지적했듯이,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는 증거가 있다. 실질임금 인상 덕분에 많은 인구가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다른 측면에선 세습재산이 잘게 나뉘어 여러 자식에게 상속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당시에 흔한 상속 방식은 아들과 딸에게 유산을 분할 상속하는 것이었다. 딸의 몫은 아들보다 적었다. 여러 명에게 재산을 나눠주면 한명에게 모두 몰아줄 때보다, 유산을 지키거나 불리기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 -편집자)
 
1915~45년 두 번째 불평등 감소는, 피케티 교수도 주장했듯이, 두 번의 세계대전과 관련됐다. 최상위 부자들이 차지한 몫은 1950년께부터 다시 늘어나 2010년 전체 자산의 64%에 이른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1910년의 90%에는 많이 못 미친다. 오늘날 상위 10%가 차지한 몫은 흑사병이 돌기 직전 유럽(또는 적어도 이탈리아) 상위 10%가 차지한 것과 거의 같다.
 
이런 유사성을 구체화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자산 불평등이 일정 주기로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한다는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2016년에 내놓은 <전세계불평등>에서 불평등의 장기 추세는 일정 주기를 상정하는 쿠즈네츠 파동의 불평등 심화 구간을 죽 이어놓은 것처럼 볼 때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간의 자료 축적 덕분에 ‘부자들이 대체 얼마나 부유했나?’라는 질문 이상으로 문제를 더 확대해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부유층 인구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 따져볼 수 있다. 질문을 제기하기는 쉽지만 답을 찾기는 어려운 문제다. 먼저 필요한 것은 ‘부유층’의 개념 규정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상대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중간값 소득이나 중간값 자산의 몇 배를 넘으면 부유층으로 본다는 식이다. 자산의 경우, 가장 편한 건 중간값의 10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자산 중간값은 100명 중 50등의 자산이라는 뜻 -편집자).
 
   
▲ 그림을 누르면 새창에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부유층은 얼마나 많았나?
1300~1800년 자료에 이 기준을 대입하면, 약 1600년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까지 부유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걸 알 수 있다(그림2 참조). 중세와 근대 초기까지 부유층은 전체 인구의 5%를 넘지 않았다. 1800년 이탈리아 북부 지역 사르데냐 왕국의 인구 중 10%가 부유층에 속했고, 1750년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대공국의 부유층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했다. 이는 사회가 점점 양극화했다는 걸 뜻한다. 부자들이 차지한 자산 비중이 점점 느는 동시에, 대다수 인구가 자산 측면에서 부유층과 점점 더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14~16세기 부유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변동이 없었던 것은, 흑사병의 여파가 부유층 인구 비중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끼쳤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전체 자산 중에서 상위 10%의 몫이 급격히 준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렇지만 14~16세기 부유층 인구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자료 분석 기법의 영향도 있다. 총 분배 구성 요소간 상호 관계 때문에 이렇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개별 지역으로 보면, 흑사병이 돈 뒤 부유층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의 케라스코에선 흑사병이 돌기 직전인 1347년 부유층 가구가 전체의 4.7%였는데, 1395년엔 3.1%로 1.6%포인트 줄었다.
 
1800년 이후는 관련 자료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은 듯하다. 1800년 이후 자료가 있었다면, 부가 점점 더 일부에 집중되는 현상이 사회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번역 신기섭 편집장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4층 | 대표자명 : 양상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기섭 | 사업자번호 : 105-81-50594
구독신청·변경·문의 : 1566-9595 | 기사문의 : 02-710-0591~2 | FAX : 02-710-0555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