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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보다 못한 ‘국민 재테크’ 상품
[국내이슈] 출시 1년 ISA, 초라한 성적표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나윤정 choice1028@mt.co.kr
일임형 201개 중 89개 상품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2016년 말부터 가입자 이탈 가속
 
정부가 ‘만능통장’이라고 홍보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투자자 이탈로 출시 1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 말부터 가입자가 줄어들더니 이후 감소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가입 조건은 까다롭고 세제 혜택은 제한적인 탓이 크다. 게다가 비과세를 받으려면 3~5년 자금을 묶어둬야 하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진다. 금융 당국이 출시 1년을 맞아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지만 열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윤정 <머니투데이> 통합뉴스룸 기자
 
2016년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출시 소식을 접한 직장인 박두선(37)씨는 ‘정부가 국민의 재산 증식을 돕기 위해 내놓은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1천만원을 투자해 ISA에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7년 2월 박씨는 고민 끝에 계좌를 해지했다. ISA는 의무 가입 기간 3~5년을 채우지 않으면 투자 효과가 확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수익률이 한번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지를 결정했다. 박씨는 “계좌에 넣을 수 있는 다른 상품이라도 수익률이 괜찮으면 갈아타기라도 하겠는데 전부 수익이 변변치 않아 5년간 목돈을 묶어둘 바에야 해지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ISA가 ‘재테크 만능통장’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2016년 3월 출시됐지만 1년 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ISA란 예금·펀드·파생결합증권(ELS)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담아 통합 관리하면서 분산 투자하는 계좌를 말한다. 매년 2천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5년 의무 가입 기간(총급여 5천만원 이하, 만 15~29살은 3년)을 채우면 수익 200만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200만원을 넘는 부분은 9.9%(지방세 포함) 분리과세된다.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고르는 ‘신탁형 ISA’와 금융회사에 투자를 맡기는 ‘일임형 ISA’ 두 종류가 있다.
 
상품 출시 초기엔 한달 동안 100만 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지만, 2016년 말부터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3월3일 기준 ISA의 누적 가입자 수는 234만6264만 명으로 ISA 출범 3개월째인 2016년 6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6년 12월부터 가입자가 줄어들어 출시 이후 처음 석 달 연속 전체 가입자가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은행권은 2016년 12월 말에서 2017년 2월 말 사이 ISA 가입자가 3만 명 이상 빠져나갔다. 가입금액도 2016년 12월 837억원, 2017년 1월 908억원 증가에 그쳤다. 월증가액이 두 달째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출시 뒤 4개월간 월평균 6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고객이 ISA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개 중 89개가 마이너스 수익률
ISA의 인기가 이처럼 급격하게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일임형 상품의 수익률은 2017년 1월 말 기준 최근 6개월 평균이 0.49%에 그쳤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0.98% 수준이다. 이는 2016년 한 해 전체 펀드 평균 수익률 2.82%는 물론이고 보통 1%대 초반인 은행 예금 금리에도 못 미친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수두룩했다. 201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9개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ISA의 수익률이 부진한 이유는 수익률이 낮은 대신 안정적인 편입 자산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일임형의 경우 대부분 채권형 펀드, MMF(머니마켓펀드) 등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신탁형도 대부분 예·적금 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2016년엔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해 ISA 수익률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ISA 계좌를 운용하면서 채권 투자를 많이 했는데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가격이 많이 떨어져 손해를 본데다 은행권의 자산 운용 능력이 다소 뒤처진 점도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 일임형 ISA 전체 201개 상품 중에서 출시 뒤 수익률이 2% 이상인 비율이 증권은 55%에 달하는 데 비해 은행은 19%에 그쳤다. 특히 한국보다 2년 먼저 ISA를 도입해 국민 재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웃 일본과 수익률을 비교하면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도입 첫해인 2014년 일본 ISA의 평균 계좌 수익률은 11.6%였다. 수익률이 높아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와 투자 금액이 꾸준히 늘어났다. 일본에선 2016년 6월 말 기준 가입자가 1천만 명을 돌파했고 총 가입 금액은 80조원을 넘어섰다.
 
최장 5년인 의무 가입 기간 역시 가입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ISA는 근로·사업소득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정작 주 대상인 30~40대는 5년씩 장기로 목돈을 묵힐 여력이 없다. 실제 최근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는 급히 자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ISA 계좌를 해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재형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가 예상외의 저조한 성과를 거둔 것도 중도 인출이 안돼 그만큼 환금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ISA의 중도 인출을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현재 수시 입출금 예금에 쌓인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A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영국이나 일본에선 중도 인출 제한을 따로 두지 않는다.
 
비과세 혜택이 적은 점도 소비자가 외면한 이유다. 일임형 ISA의 경우 의무 가입 기간 5년이 되면 이자배당소득 중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이에 따라 실제 감면받는 세금은 30만8천원에 그친다. 연간 400만원을 납입하면 48만원의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과 비교해도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증권사는 고객에게 ISA 대신 ISA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비과세 해외주식투자펀드’ 가입을 더 권장하고 있다. 이 상품은 국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한 증권사 상품 판매 팀장은 “같은 비과세 상품이라도 해외주식투자 펀드는 비과세 한도가 없다보니 요즘처럼 해외 증시가 상승세일 때 ISA 대신 언제든 환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해외 펀드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 감세’ 논란으로 연간 금융소득 2천만원 이하인 근로·사업 소득자와 농어민 등으로 가입 자격을 제한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 상품 기획 단계보다 가입 문턱이 높아져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만 60살 이상 노년층이 노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소득 증빙 없이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입 초기 은행들이 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다퉈 불완전판매에 나서며 깡통계좌를 양산한 후유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과도한 실적 경쟁을 하느라 초기에 마구잡이로 가입시켜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속출했다”며 “2016년 말부터 깡통계좌가 대거 해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 과열 경쟁에 나섰던 은행권이 가입자를 어느 정도 끌어모았다고 판단하면서 마케팅과 영업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도 분위기 변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ISA의 인기가 빠르게 식자 금융 당국은 출시 1년을 맞아 ISA를 전면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3월13일 낸 ‘ISA 가입 동향 분석’ 자료에서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중도 인출을 허용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소득이 없는 고령층도 노후 준비에 관심이 크다”며 “당장 전 국민으로 가입 대상을 넓히지 못하더라도 우선 고령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들이 ‘ISA 불가입 운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세제 혜택을 더 늘리고 가입 조건을 완화해야 ISA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출시 1년 만에 전면 개편할 듯
기본 방향은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 말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담겨 있다. 개정법률안을 보면 비과세 한도를 지금의 두배로 늘리고 만 60살 이상이면 소득 증빙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또한 연 1회에 한해 납입액의 30%까지 중도 인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영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영국과 일본에선 근로소득이 없는 성인이나 미성년자, 주부, 노인 등도 제한없이 가입할 수 있고 비과세 한도도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가 진정한 노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비과세 한도를 높이거나 없애고, 중도 인출 제한을 아예 풀어 계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2017년 하반기에 ISA 개편안을 발표한다. 하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편안이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계획대로 제도가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세제 혜택이 확대될 경우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제도 개선에 소극적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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