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이슈
     
겉만 화려하고 속은 곪는 ‘외화내빈’
[Issue] 경기 회복되며 취약성 드러나는 네덜란드 경제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자크 아다 economyinsight@hani.co.kr
경제지표 눈부시지만 일자리 질 떨어지고 구매력 낮아지며 ‘불안정 회복’
 
네덜란드 경기는 회복되는데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활력을 되찾고 있다. 2%대 성장률로 안정적 수준을 이어가고 국가신인도는 ‘트리플A’로 높아졌다. 상황이 좋은데도 정부 지지도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경제지표 이면에서 찾을 수 있다. 고용률은 높지만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의 구매력도 낮아졌다.
 
자크 아다 Jacques Add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4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경제는 2년에 걸친 경기 침체의 그늘을 떨치지 못했다. 실업률은 10%에 근접했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가계 부채는 가처분소득의 280%까지 급증했다. 이는 프랑스와 독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당시 네덜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기록했다. 부실채권이 늘자 은행들은 대출자산 줄이기에 나섰고, 그 결과 네덜란드 경제를 떠받치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11월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네덜란드의 국가신인도를 트리플A에서 더블A로 하향 조정했다. 오랫동안 균형예산, 경상수지 흑자, 높은 경쟁력이라는 독일식 경제발전 모델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네덜란드 경제가 동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결국 엄청난 규모의 빚에 허덕이는 남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으리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 네덜란드 집권 자유민주당(VVD) 마르크 뤼터 총리(오른쪽)와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자유당(PVV)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2017년 3월16일 총선이 끝난 뒤 회담 하고 있다. REUTERS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네덜란드 경제는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2015년과 2016년 네덜란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로, 유로 지역에서 네덜란드보다 GDP 성장률이 높은 국가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5개국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예측 수치에 따르면, 2017년 네덜란드의 경제성장률은 2.3%에 달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전국 평균으로 따지면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은 2008년 수준에 한참 못 미치지만 수도 암스테르담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2008년 수준을 회복했다. 전국 상황을 봐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도 2016년 12월 5.4%를 기록해 독일이나 영국의 실업률과 비슷하다. 참고로 유로 지역 평균실업률은 9.6%로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다. 2017년에는 재정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임에 따라 공공부채도 2018년에는 GDP의 60%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S&P도 네덜란드 경제의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감안해 2015년 11월 네덜란드의 국가신인도를 원래의 트리플A로 상향 조정했다. 트리플A는 최고 등급이고 전세계적으로 국가신인도가 트리플A인 국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경제 측면으로 보면,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VVD)과 노동당(PVDA)의 집권 연정은 많은 유럽 국가들이 부러워할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그런데도 두 당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반면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은 세를 불렸다.
 
국가신인도 트리플A로 격상
모든 건 2010년 말 네덜란드 정부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내수와 수출 동시 부진이란 악재에 맞설 예산상 여력이 충분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2009년부터 실시한 긴축재정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공공 적자가 GDP의 3% 수준으로 줄었다. 이 정책은 금융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었지만 대신 네덜란드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시기를 몇 분기 늦췄다. 네덜란드 경제는 2014년 봄에야 간신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정부는 긴축재정 정책과 더불어 해고 규제 완화와 실업수당 수급 기간 단축을 핵심으로 일련의 노동시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도 풀었다. 이는 네덜란드 가계 부채 증가와 관련이 깊다. 반면 보건과 퇴직연금 등 인구고령화 관리 비용은 줄였다. 퇴직연금 수급 나이는 2019년부터 67살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 네덜란드 경기가 살아나면서 실업률은 크게 떨어졌지만 계약직이 느는 등 고용 불안정은 심해졌다. 네덜란드의 수제 자전거 제조업체 ‘코하미야타’의 계약직 노동자가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REUTERS
 
어쨌든 네덜란드 경제는 2014년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였고 동시에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3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부동산 거래 건수가 2014년 장기 금리 대폭 하락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5년에는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고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금융자산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계는 경기 회복 가능성을 신뢰하게 됐다.
 
외부 요인도 호재로 작용했다. 2014년 유가는 폭락하고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네덜란드는 다른 유로 지역 국가들에 비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데,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연쇄적으로 내려가고 2013년 2.6%이던 물가상승률이 2014년 0.3%까지 떨어졌다. 물가상승률 하락세는 2016년 가을까지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이 2015년부터 빠르게 증가하면서 실질임금이 더욱 올라 소비자 구매력이 늘었다. 유로화의 가치 하락 덕분에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독일·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도 수출이 호조세로 돌아섰다.
 
2015년 3월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도 네덜란드의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 ECB의 양적완화는 장기 금리 하락을 가속화했고, 은행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했다. 구매력 상승과 신뢰 회복에 힘입어 가계 소비도 증가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 년 동안 과소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에 기업은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생산적 투자의 증가를 불렀다.
 
경제성장의 마지막 걸림돌이던 재정정책도 2015년부터 균형재정으로 전환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5년과 2016년 약 6만 명의 난민 수용, 소득세 인하를 비롯한 감세 정책, 고용 지원 정책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과거 긴축재정 정책의 경기 억제 효과를 상쇄하려 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과 유리한 대외무역 환경으로 네덜란드 경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네덜란드의 회복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우선 고용 증가의 이면에 고용 불안정의 급속한 확산이란 현실이 숨어 있다. 1990년대 말 확립된 유연안정성(Flexicurity·유연성과 안정성의 합성어로 기업에는 해고와 채용의 유연성을 보장하고, 노동자에게는 사회안전망과 직업훈련을 통해 소득과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편집자) 모델은 극단적 사회 불안정을 뜻하는 초유연성(hyperflexibility)과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심화로 실효성을 잃었다.
 
   
 
고용 불안정 급속히 증가
게다가 유가 상승의 여파로 2017년 1월 물가상승률이 1.7%까지 오르면서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세도 꺾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임금인상률은 연 2%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1.7%에서 더 올라 임금인상률을 따라잡으면 소비자 구매력은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네덜란드의 경기 회복을 촉진했던 구매력 상승이 2017년에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가계 부채가 여전히 많다보니 구매력의 변화 추이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네덜란드 가계의 5분의 1,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이 부동산 가치를 초과하는 담보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실질임금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면 많은 이들이 지출을 줄이고, 2014년과 2015년 경기 부양에 기여했던 저축률 하락세를 반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 다른 불안 요소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이다. 네덜란드는 무역이나 금융 측면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영국과 훨씬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쨌든 현재 네덜란드는 기업들의 높은 이윤율과 저축률을 반영하는 건전한 공공 재정과 무역 흑자 덕분에 사회적 응집력을 높일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만 되면 네덜란드의 경기 회복은 더욱 견고한 기반 위에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주류 금융이론과 집권 연정의 자유주의적 정책 목표는 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오늘날 네덜란드 국민의 집권 연정 지지율이 폭락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에서 초유연성으로
네덜란드는 자발적 일자리 나누기의 선구자이지만 유럽에서 노동계약의 유연성이 가장 심한 국가이기도 하다. 주당 실제 노동시간은 29시간이며, 노동자들은 주당 나흘을 일한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이 유연계약 형태의 일자리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심지어 이 수치는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유연성 개념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일자리가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같은 일자리의 안정성과 노동계약상 노동시간이 고정됐는지 같은 노동시간의 변동 가능성과 관련 있다. 현재 네덜란드 여성 노동자의 77%와 남성 노동자의 36%가 시간제로 일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시간제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10%만이 전일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참고로 유로 지역 전체의 시간제 노동자 중 31%는 전일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흔한 유연계약 형태는 주당 노동시간이 정해진 표준적 계약직 일자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두 계약 형태가 급증하면서 일자리 불안정이 극단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영국식 ‘제로아워’(Zero Hour·최소 노동시간이나 근무조건 규정 없이 고용주가 원하는 시간에만 일하는 노동 계약 -편집자) 계약과 노동력 관리 아웃소싱의 증가다. 제로아워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는 고용주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게 대기해야 하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오늘날 네덜란드 유연 노동 계약의 약 5분의 1이 제로아워 계약이다. 노동력 관리 아웃소싱은 임금노동자를 프리랜서 형식의 독립노동자로 전환하거나 일자리 관리를 인력파견 전문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인력파견 기업은 단순한 인력회사와는 구별된다. 노동자의 채용과 선택은 원청기업이 담당하지만, 이렇게 채용된 노동자는 원청기업의 임금체제와 복지제도를 전혀 적용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자발적 프리랜서 노동자와 인력파견 업체의 증가는 기업들이 정부가 권장하는 유연성을 핑계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게 해준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의료보험, 퇴직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비용을 전가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 따르면, 사회보험은 단체협상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에게 의무 가입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총고용의 17%를 차지하는 독립노동자들 역시 사회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바로 이 점이 일자리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 빈곤을 심화한다. 특히 50살 이상 인구에서 노동 불안정이 더욱 심하다.
 
   
▲ 네덜란드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수도 암스테르담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수준을 회복했다. 암스테르담의 주택단지 건설 현장. REUTERS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3월호(제366호)
Sortie de crise précaire aux Pays-Bas
번역 박현준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