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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넘는다?
[Focus] 중국 러에코의 무모한 미래 경영- ① 자웨팅 창업주의 야심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안리민 등 economyinsight@hani.co.kr
자금 부족 위기 속에서도 “스마트 전기차 생태계 구축해 ‘인터넷 거두’ 추월”
 
동영상 스트리밍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 러에코가 최근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고 전기자동차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러에코는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마트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다는 포부를 보였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돌려막기’ 달인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는데도, 자동차 꿈은 버리지 못했다.
 
안리민 安麗敏 친민 覃敏 왕샤오칭 王曉慶 <차이신주간> 기자
리쩡신 李增新 <차이신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특파원
 
   
자동차를 만들어 인터넷업계의 거두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추월하려던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러에코(樂視·LeEco) 창업자 자웨팅 회장은 마침내 ‘꿈의 파트너’를 만났다. ‘부동산 광인’으로 알려진 부동산업체 룽촹중국(融創中國) 쑨훙빈 회장이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을 뛰어넘는 야심을 가진 두 사람은 많이 닮았다.
 
자웨팅 회장은 최근 ‘반성문’을 발표하고 자금 위기 사실을 밝힌 뒤 자금을 구하러 다녔다. 2016년 12월7일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자 러에코의 주력 계열사이자 중국판 넷플릭스인 러TV의 주가가 폭락했고 러TV는 주식거래를 중단했다. 러TV의 설명에 따르면 그로부터 사흘 뒤 자웨팅 회장이 쑨훙빈을 만났고,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은 바로 자웨팅 개인 지분 매각을 포함한 협상을 시작해 35일 만에 자산 실사를 마친 뒤 150억위안(약2조5천억원) 규모의 거래를 결정했다.
 
쑨훙빈이 이끄는 룽촹중국은 위험이 적은 자산에 투자했다. 자웨팅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러TV 지분과 상장 가능성이 높은 인터넷TV 등 영상기기 판매부서 러스즈신(樂視致新), 영화제작사 러비전픽처스(樂視影視·Le Vision Pictures)의 지분을 인수했다. 러에코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쑨훙빈 회장이 주역을 맡았고 선물투자사 러란투자(樂然投資)와 보험사 화샤보험(華夏人壽)이 모두 18억3천만위안(약 3050억원)을 투자했다. 그중 4억위안을 투자한 화샤보험의 실제 투자자가 자본시장에서 유명한 큰손이자 모험가인 샤오젠화로 알려지자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러에코는 문 닫았을 것이다.” 러에코 내부 관계자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두 달 동안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서 러에코가 투자를 미끼로 한 ‘금융 사기’를 모의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을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러에코 처지에선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것이다.
 
그룹은 큰 위기를 겪었지만 자웨팅 회장은 여전히 스마트 전기자동차에 집중했다. 자동차 사업에는 자웨팅 회장이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150억위안을 투입했지만 앞으로 100억위안 이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2017년 1월 공개한 전기차 FF91이 양산형 모델인지 시제작 모델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세우겠다는 공장을 착공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18개월 뒤면 사전 예약 소비자에게 자동차를 인도해야 한다. 이 순간에도 약속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신규 투자금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효과를 거둘지, 러에코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자본시장의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2017년 1월16일 주식거래가 다시 시작되자 러TV의 주가는 9% 가깝게 상승했다가 5% 넘게 하락해 등락폭이 14%를 기록했다. 그 뒤 이틀 동안 상한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사흘 동안 전체 물량의 20% 가까운 주식이 매매됐다.
 
같은 기간 룽촹중국의 주가는 8% 하락했다. 쑨훙빈 회장이 2017년 영업이익이 2100억위안(약 3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 부동산업체의 순이익률이 5% 수준에 불과한 걸 알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260억홍콩달러(약 3조8500억원)인데 150억위안(약 2조5천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하겠다니 자본시장에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러에코는 ‘스마트 전기자동차’ 사업으로 인터넷업계의 거두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 자리를 넘보려 한다. 러에코가 미국 협력사 패러데이퓨처와 함께 내놓은 전기차 FF91. REUTERS
 
빚 독촉 시달리는 자회사들
쑨훙빈 회장은 러에코 주주보다 룽촹중국 주주의 압박이 훨씬 더 심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쑨훙빈 회장은 이번 투자로 러에코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그는 “자동차는 잘 모르는 분야”라면서 선을 그었지만 최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웨팅 회장은 왜 자동차에 열광할까? 2014년 미국에 있던 그는 테슬라 자동차 내부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어떤 디스플레이보다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TV의 플랫폼과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단말기 생태계를 갖추고 자동차 디스플레이와 연결해 규모를 키우면 중국 인터넷 3인방을 추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전기차의 수익도 의문이지만 자웨팅 회장이 상상하는 자동차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먼저 성숙한 자율주행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아직 시기상조다. 자웨팅 회장은 더 많은 ‘꿈의 파트너’를 찾아 스마트 전기차에 도전할 수 있을까?
 
화려한 기자회견과 각종 강연까지 자웨팅 회장과 쑨훙빈 회장은 각자의 투자 스토리를 소개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투자금 168억3천만위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자웨팅 회장은 “그중 약 100억위안은 내가 갖고 있던 지분을 팔아 얻은 것”이라면서 “그룹 내 글로벌화와 스마트폰 제조 분야 등 비상장 부문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사인 러TV에도 71억위안을 투입하되, 그중 20억위안은 사용자 콘텐츠 제작과 구매, 서버 구매에 사용하고 40억위안은 TV사업 부문에 쓸 계획이다.
 
자웨팅 회장은 러에코의 자금 위기는 한두 달이 지나야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비상장사에 투입할 100억위안은 대부분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사업은 규모가 크다. 1년에 2천만 대를 생산하는데 1대를 팔아 100위안(약 1만7천원) 손해를 보면 20억위안(약 3400억원), 200위안 손해를 보면 40억위안의 적자가 생긴다.
 
러에코 내부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 관계자와 협력업체 모두 언제쯤 투자금을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는 러에코가 자금조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금 결제를 독촉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2017년 1월17일이 지나도록 스마트폰 사업부문 임원을 만나지 못했다.
 
자웨팅 회장은 “춘절 연휴가 끝나면 스마트폰 공급망이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스포츠중계 서비스 러스스포츠(樂視體育) 임원도 대금 결제를 독촉하는 전화를 받느라 고생했다. 스포츠경기 판권을 제공한 업체 관계자는 러스스포츠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 러스스포츠와 스마트폰, 인터넷 자동차 예약 서비스 이다오융처(易到用車)가 빚 독촉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협력업체들이 찾아가 대금 결제를 독촉했다. 러에코는 감원과 조직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했다. 러에코의 다른 사업부문이 30억위안 규모의 러스스포츠 자금을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러스스포츠는 2015년 5월 8억위안을 확보했고 이듬해 3월에는 80억위안을 추가로 조달했다. 러스스포츠 내부 관계자가 말했다. “80억위안의 절반만 러스스포츠 손에 들어왔고 러에코에서 빌린 10억위안 상환을 뺀 나머지는 다른 사업부문에서 가져갔다.” 그 결과 러스스포츠는 판권 사용료도 내기 힘들어졌고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러스스포츠는 2016년 12월20일까지 스포츠 전문 사이트 신잉스포츠(新英體育)에 프리미어리그 판권 사용료 3천만달러(약 350억원)를 내야 했지만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신잉스포츠는 영상신호를 끊겠다고 압박했고 러스스포츠와 협상 끝에 나눠 내기로 합의했다. 2017년 1월 말까지 전체 사용료를 내기로 약속한 러스스포츠는 돈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남자프로테니스투어(ATP)와 자동차경주대회 F1,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등 대형 스포츠 판권을 공급한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클라우드 등 다른 사업부문도 자금이 부족했다. 러스클라우드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이 계속 적자고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고 전했다. 대다수 사업부문이 어려운 형편에서 자웨팅 회장이 스마트 전기차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자 그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식당이 문을 열자 마자 제법 손님이 찾아와 현금이 들어오니, 식당 주인이 그 돈으로 다른 지점을 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장사를 하려고 보니 돈이 없어 외상으로 반찬거리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
 
자웨팅 회장의 독단적 경영 ‘구설’
1973년생인 자웨팅 회장은 러에코 계열사 간 ‘화학반응’을 통해 전통 산업을 뒤집고 새로운 ‘종’을 창조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의 지인이 말했다. “자웨팅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원대한 포부와 꿈을 가진 사람이다.” 2004년 회사를 설립한 뒤 2010년 러TV가 상장할 때까지 자웨팅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2013년 5월 인터넷TV를 시작해 동영상 사이트 유쿠투더우(優酷土豆), 아이치이(愛奇藝)와 달리 플랫폼과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단말기를 연결하는 길을 개척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 11월 치료를 위해 국외에 머물던 자웨팅 회장은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돌아왔다. 그 때부터 러에코의 각 사업부서에서 자금을 빼가기 시작했다.
 
러에코 내부 관계자가 말했다. “상장사인 러TV는 시장과 관리·감독 당국의 감독 속에 지배구조가 명확하지만, 비상장 자회사 대부분의 일은 자웨팅 회장이 결정한다.” 일부 자회사는 이사회가 있고 투자자가 이사를 파견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이고 자웨팅이 결정하면 그만이었다.
 
러에코 내부에서도 자웨팅의 경영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회장이 자신의 단점을 보지 못하고 사람을 기용할 때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벌거벗은 임금으로 전락할 것이다. 모두가 그를 떠받들고 무슨 말을 하든지 옳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 러에코 내부 관계자는 자웨팅 회장에게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건의했고 회장이 동의했지만 실질적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내부에선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실력이 막강한 주주를 영입해 회사 지배구조와 경영체제 개혁을 압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룽촹중국 쑨훙빈 회장은 자산 실사 기간에 직접 자웨팅 회장 사무실에 머물면서 러에코 경영진과 면담했다. 면담에 참여했던 한 임원이 말했다. “쑨훙빈 회장에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러에코의 지배구조에 개입하도록 건의했다.” 룽촹중국의 공시를 보면 쑨훙빈 회장이 이 충고를 귀담아들은 것으로 보인다. 5명으로 구성될 러TV 이사회에 룽촹중국이 이사 1명, 사외이사 1명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러TV의 투자정책결정위원회와 경영위원회에 관여하고 러TV에 재무담당자를 파견할 예정이다. 영화제작사 러비전픽처스와 영상기기 판매부서 러스즈신에도 각각 이사 1명과 재무담당자 1명을 파견하고 직접 투자하지 않은 스마트폰 사업부문에도 감사 파견 권한을 확보했다.
 
룽촹중국은 자웨팅 회장이 12개월 또는 룽촹중국이 허가한 기한 내에 담보로 제공한 러TV 지분을 회수하고 담보 제공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도록 요구했다. 룽촹중국 관계자는 “자금 유용을 막기 위해 주요 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쑨훙빈 회장이 러에코의 회사 정관을 수정해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요구해 룽촹중국의 발언권을 확보했다.” 쑨훙빈 회장은 “이게 바로 사업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부동산개발사 뤼청(綠城)과 자자오예(佳兆業), 위룬(雨潤)을 인수하고 위기에 직면한 부동산개발 사업을 일으켜세운 그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면 피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달려들었다. 겉으로는 뤼청과 자자오예 인수가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손해는 보지 않았다. 현명한 상인인 그는 강하지만 타협에도 능했다. 쑨훙빈 회장은 룽촹중국의 투자금이 자동차 사업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방화벽’을 설치했다.
 
   
▲ 자웨팅 러에코 회장이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연설하고 있다. 업무 추진 능력이 탁월한 자웨팅 회장은 업계에서 야심가로 불린다. REUTERS
 
룽촹중국 관계자가 말했다. “쑨훙빈 회장이 러에코에 룽촹중국의 지배구조와 현금흐름 관리 방법을 전수했고, 자웨팅 회장에게 전문 경영인을 기용해 잡다한 일에 직접 관여하는 대신 전략에 집중하도록 제안했다.”
 
자웨팅 회장은 주식을 팔아 마련한 100억위안의 자금을 러에코의 비상장 부문에 투입하면 당면한 자금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복잡하게 벌여놓은 사업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자금이 부족했다. 2017년에는 러스자동차와 러스스포츠, 러TV, 이다오융처가 중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러에코의 경영 방식은 변함이 없어 자본시장과 지분 양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룽촹중국을 끌어들인 다음에도 돈을 쏟아부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고집한다면 각 사업부문의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구멍’이다. 자금이 풍족하지 않은 인터넷기업 러에코가 자산과 기술, 노동집약형 산업인 자동차 사업을 꾸려갈 수 있을까? 그러나 자웨팅 회장은 “자동차 사업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財新週刊 2017년 4호
智能車之夢: 狂人造車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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