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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각축장 케냐, 한국은 구경만
[세계는 지금] 총선 앞둔 케냐, 이제라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윤구 yoonkoo@kotra.or.kr
동아프리카의 경제 중심국 케냐가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선거 때마다 출렁이는 케냐가 이번엔 혼란을 겪지 않고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케냐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빠르게 성장했는데 최근엔 미국, 일본, 유럽 등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각국의 각축전이 뜨겁지만 한국은 구경꾼 신세다. 아프리카가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라지만 기회가 무한정 지속되는 건 아니다. 이제 한국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윤구 KOTRA 나이로비무역관 팀장
 
2017년 8월8일 케냐는 5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과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총선을 동시에 치른다. 케냐는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독립을 주도한 조모 케냐타 초대 대통령이 15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1978년부터 2002년까지 24년간은 2대 모이 대통령이 장기 집권한다. 2002년에는 당시 야당 총수인 므와이 키바키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24년간의 독재를 종식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2007년 총선 때는 재임을 겨냥한 키바키 대통령과 야당 세력의 정치적 지주인 라일라 오딩가가 첨예한 경선을 치렀는데, 개표 부정 의혹으로 전국적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2017년 총선에서는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이 재임을 노린다. 지난 5년 동안의 정치적 업적과 대내외 경제적 성과를 볼 때 재선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요 4개 야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오딩가를 중심으로 국민총연합(National Super Alliance)을 결성해 단일후보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형성되면서 2007년의 폭력 사태가 재현될 분위기도 감지된다.
 
역사적으로 케냐의 선거는 케냐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인도인들을 매우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 케냐 경제의 60% 이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 출신 상인들은 총선 때마다 3개월씩 국외로 도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회사 자금을 국외로 보내버린다. 또 신규 수입을 중단하고 보유한 재고만 처리하는 등 보수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이로 인해 케냐의 대외 교역도 총선을 치르는 해에는 큰 폭으로 출렁였고 한국도 적지 않게 영향을 받았다. 2007년 말 전국적 폭력 사태가 발생한 뒤 2008년 4월 연합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케냐는 극심한 정치·사회적 불안을 겪었고 그 악영향이 외교관계에까지 미쳤다.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2007년에는 기록적인 6.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나 2008년에는 0.2%, 2009년엔 3.3%의 성장률에 그쳤다.
 
한국의 케냐 수출 역시 2005년 이전까지 6천~7천만달러 수준이었으나, 2006년에 2억5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초로 2억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2007년 정치 불안 중에 수출액이 전년 대비 33%나 감소했다. 다시 2억달러 수출을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렸다. 물론 총선 이외에 다른 변수들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총선을 치른 해인 2013년에도 1.9% 감소가 나타난 것을 보면 총선으로 인한 수출 감소 효과가 보인다.
 
   
▲ 2002년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첫 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중국은 케냐의 도로와 항만 등 기반시설에 집중 투자해 경제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케냐는 2014년 리커창 중국 총리 방문 때 몸바사~나이로비 철도 등 17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 2014년 5월 케냐의 나이로비국립공원을 돌아보는 리 총리. REUTERS
 
2003년 이후 중국에 힘입어 경제성장
케냐는 2대 모이 대통령 집권 기간에 두번의 경제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미국, 영국으로부터 점차 경제적 외면을 당해 국제적 입지가 좁아졌다. 2003년 키바키 대통령을 앞세운 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서 전통적인 유럽 중심 외교를 벗어나 신흥 대국인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간다. 중국의 거대 자금이 유입되면서 케냐 내 도로, 교통, 항만 인프라가 현격하게 발전하게 된다.
 
예컨대 나이로비 도로는 대부분 2차로였으나 최근 들어 4차로와 8차로로 이뤄진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또 몸바사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에 위치한 라무섬을 개발하는 ‘라무 종합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돼 아프리카 최대 항구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나이로비에서 몸바사 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마 차코스 지역에선 미국 실리콘밸리를 흉내낸 최대 정보기술 신도시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키바키 단독 정권 마지막 해인 2007년은 기록적인 경제성장의 해였다. 국내총생산(GDP)이 정권 초기 2002년 131억달러에서 2007년 320억달러로 무려 3배 성장해 독재정권 청산 이후 최대 성과로 평가됐다. 오딩가 총리와 연정한 2년 뒤인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8.4%에 달하고 GDP도 약 400억달러에 이르면서 키바키는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키바키 정권을 이어받은 케냐타 대통령은 중국 친화 정책을 수정해 미국과 일본을 포섭하는 유연한 중립정책을 구사했다. 2014년 리커창 중국 총리 방문 때 17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체결했는데 그 중에서도 380억달러(90%는 중국수출입은행, 10%는 케냐 정부 출자)에 달하는 몸바사〜나이로비 간 표준궤도 철도 건설 사업이 대표 성과로 꼽힌다.
 
2015년 미국과 경제협력 협상을 진행해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을 10년 간 추가 연장했고, 그해 7월에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담’을 열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케냐를 방문하는 성과를 이뤘다. 오바마의 방문으로 케냐는 의료, 에너지, 대테러 분야에서 총 100억달러 지원을 약속받았다.
 
8월에는 ‘일본-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케냐에서 개최해 일본의 84개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비즈니스 사절단을 유치했다. 일본국제협력단(JICA)을 통한 몸바사 제2화물 정착장 건설 사업, 나이로비 종합교통시스템(MRTS) 구축 타당성 조사 등 다방면에서 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지원받았다.
 
정권 변화가 케냐의 경제발전과 외교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온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케냐타 대통령이 연임할 경우, 정치 및 사회 안정을 토대로 그동안 진척이 더뎠던 라무종합개발사업(라무항을 기반으로 남수단〜에티오피아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철도, 중간 지역의 국제공항 등을 건설하는 종합 프로젝트)도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라무항 32선석 건설의 발판에 해당하는 3선석 건설 작업이 한국 기업의 감리를 거쳐 중국 기업이 시공하고 있다. 또 최근 라무와 이시올로를 연결하는 580km 고속도로 사업에 남아공개발은행으로부터 6억달러를 유치하는 등 국가 대형 인프라 개발 사업으로 점점 주목받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 7월 아버지의 나라인 케냐를 방문해 의료, 에너지, 대테러 등의 분야에서 모두 10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케냐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REUTERS
 
케냐와 동아프리카에 적극 접근해야
그동안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지하자원 매장량이 적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석유, 티타늄, 금 같은 주요 자원의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다. 2012년 케냐 북서부에서 석유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케냐의 석유 매장량은 약 10억배럴로 알려졌고, 추가로 최대 100억배럴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서부 인도양 해안 지역에선 대량의 티타늄(매년 일메나이트 33만t, 루타일 8만t, 지르콘 3만t 등 앞으로 14년간 수출이 가능한 양)이 발견돼, 20억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에는 2만5천t이 처음 중국에 수출됐다. 2017년부터는 영국 기업이 서부 지역 금광 탐사를 시작했다. 키수무 지역에서 100만온스, 카카메가 지역에서 131만온스의 금광이 발굴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동안 아프리카에 관심을 보인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외에 인도, 독일, 이스라엘, 프랑스, 네덜란드 등도 아프리카 지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인도와의 관계 발전이 두드러진다. 2016년에 인도 모디 총리가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케냐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지로 인도를 택했다. 독일은 2017년 2월 독일-케냐 비즈니스 정상회담을 나이로비에서 열고 기술학교 건립 지원 등을 약속했다.
 
프랑스도 2017년 2월 푸조자동차 조립 공장 투자를 약속하면서 루아이댐 공사를 수주했다. 이스라엘 역시 총리가 2016년 7월 케냐를 비롯해 르완다,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했다. 이스라엘은 1300만달러의 방산 분야 지원을 약속하면서 반대급부로 유엔에서 우호적 지지와 아프리카연합(AU)의 참관국 자리를 요청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케냐에 무역진흥 사무소를 설치하고 아프리카의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 지원에 나섰다.
 
케냐가 이런 다변화를 이루는 지금, 한국의 경제외교도 더욱 분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최근에 정상 방문도 있었다. 실제 사업가들이 케냐를 방문해 투자나 프로젝트 수주 등 상담을 요청하는 횟수가 10여 년 전에는 두 달에 한 건 정도였으나, 최근 2~3년 사이 한 달에 평균 3건 이상에 달한다. 특히 케냐 경찰과 국방부는 미국, 중국, 터키 등 오랜 기간 유지하던 수입국 대신 한국산 방산 장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장갑차, 헬리콥터, 무인기, 고등훈련기 등 중형 방산 장비를 비롯해 포탄류, 군용 앰뷸런스 등까지 한국이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광범위하게 거래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외국 진출을 지원하면서 여전히 아프리카에 대한 맹목적 불신을 확인하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용도가 낮고, 프로젝트 진출 때 자체 파이낸싱이 가능한 경우도 드문 게 사실이다.
 
심지어 정부보증이 가능한 나라도 거의 없다. 한국 기업들이 수출할 때도 기본적으로 제3자 은행이 보증하는 신용장 거래를 추천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거래 추진 과정에서 ‘한두번 해본 게 아니다, 그래봤자 우리는 안 될 것이다’라고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담당자가 많다. 지원 업무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경제 흐름은 분명 바뀌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가능성을 보고 몇십 년 전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아프리카가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라는 별명을 가진 것은 많은 이들이 가능성을 보았다는 뜻이 아닐까. 이런 흐름을 타고 한국도 많은 가능성을 가진 아프리카 시장에 좀더 긍정적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버스 떠난 뒤 손흔들어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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