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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경험, 그 이후
Editor’s Letter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신기섭 편집장 marishin@hani.co.kr
한국에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자연의 봄은 기다리면 어김없이 옵니다만, 올봄은 그 어느 때와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겨울 내내 수많은 이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지켜본 사람들도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결코 덜하지 않았을 겁니다. 국민의 80% 정도는 비슷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국민들이 마침내 2017년 3월10일 시름을 덜었습니다.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섰다가 피를 흘리거나 숨지는 희생을 당해도 꿈쩍하지 않는 대통령을 여럿 봐온 터라 더 그렇습니다.
 
특히 희망을 느끼는 대목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바를 함께 이뤘다는 점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성공의 경험’은 소중합니다. ‘헬조선’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할 만큼 그동안 젊은이들은 큰 좌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공의 경험을 계속 이어가는 겁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경제를 돌봐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에게 ‘노력하면 더 나아진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노인 빈곤도 중요합니다. 탄핵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반감을 가진 노인들은 경제적 박탈감에 더해 이제 ‘정치적 박탈감’까지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많은 사람이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 동떨어진 얘기로 들리겠지만 한국은 이제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나라 전체의 구매력이란 점에서 보면, 이웃 나라 일본과 거의 격차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의 2016년 10월 기준 세계경제 전망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2015년 일본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은 3만8142달러이고, 한국은 3만6612달러입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4% 많습니다. 구매력 기준이 되는 달러는 미국에서 1달러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치라는 뜻을 담은 가상의 통화이며, 실제 미국 달러와 구별하기 위해 ‘국제 달러’ 또는 ‘기어리-카미스 달러’라고 부릅니다.
 
‘4% 차이’가 의미하는 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2015년 한국과 일본 땅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국민 전체에게 고루 나눠준다면,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4%쯤 물건을 더 사서 누릴 수 있다.” 두 나라의 차이는 2010년 13.5%였는데 한국이 계속 차이를 좁혔습니다. 국제통화기금 예상으로는 2018년에 처지가 뒤바뀔 수도 있답니다. 2018년 예상치는 한국 4만1800달러, 일본 4만1389달러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은 아직도 일본보다 한참 못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일본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그럴지 모른다 치더라도, 통계치로 발표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2015년 명목 1인당 국내총생산 2만7222달러(약 3080만원)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한 사람당 월 256만원이라는 큰돈인데, 이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이 돈을 찾아야 합니다. 어딘가 쌓아두는지, 아니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지 살펴서 많은 사람에게 고루 나눠줄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진정한 봄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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