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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유출 위험 커지며 터키 경제 ‘먹구름’
[Cover Story] ‘미국 독주 시대’ 후발국의 운명- ③ 터키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얀 멘스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해 쿠데타·테러 등으로 소비와 관광 위축… 외국 빚에 의존하는 취약성 부각돼 

10여 년 동안 5%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터키 경제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2016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015년 같은 때에 견줘 1.8% 줄었다. 터키 경제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2016년 여름 쿠데타의 영향이 컸다. 군부 쿠데타 기도 이후 정부가 공포정치를 펼치면서 민간 소비가 크게 줄었다. 게다가 2016년 말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외국 빚 의존도가 높은 터키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장기 집권 야심을 위해서도 경제를 살려야 할 상황이다. 
 
얀 멘스 Yann Mens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조국 터키를 노리는 적들이 사방팔방에 포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선 터키 동부 시리아 국경 쪽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펫훌라흐 귈렌이 이끄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도 터키의 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7월15일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귈렌을 지목한 바 있다. 다음으로 ‘이슬람국가(IS)’는 터키에서 2016년 한 해에만 수차례 대형 테러를 자행하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런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라를 위협하는 적들에게 비난을 퍼부을 때마다 의외로 줄기차게 등장하는 적이 있으니, 바로 ‘금리 로비스트’다. 달러당 3리라 선을 유지하던 터키 리라화가 2016년 여름 쿠데타 시도를 기점으로 급락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2017년 1월12일에는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3.82리라를 기록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4리라를 위협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누군가 터키를 공격할 목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손에 무기를 들어야만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달러나 유로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것들도 테러리스트다. 저들은 우리가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돈을 무기처럼 사용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틈만 나면 터키의 어려운 상황을 불온한 세력의 음모로 돌리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것만 봐도 그가 지금의 상황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터키 경제는 꾸준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왔고, 덕분에 터키의 중산층과 서민층도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랬던 터키 경제가 이제 심상치 않은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 처지에서 경기둔화가 시작된 시점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2016년 1월 말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의회에서 극우민족주의 정당과 연합해 터키 정치체제를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 헌법이 발효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그야말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터키 헌법상 행정부의 최고 권력자는 총리였다.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도 대통령 취임 전 11년 동안 총리 자리에 있었는데, 2014년 정의개발당의 당수 임기 제한 당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수직에서 물러나면서 총리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했다. 
  
   
▲ 2016년 여름 군부의 쿠데타 기도 이후 민간 소비가 크게 줄면서 터키 경제가 10여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터키인들이 2016년 7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2009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률  
총리직에서 물러난 에르도안은 터키 사상 최초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바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실상 터키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법적으로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1인 독재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모든 견제장치를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헌을 요구했다. 그러던 차에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했으니, 이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3월이나 4월쯤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만 확보하면 그토록 원했던 권력을 합법적으로 손에 쥐는 셈이다. 따라서 적어도 국민투표 때까지 터키 경제가 어느 정도 버텨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6년 3분기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1.8%)을 기록했다. 터키 경제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5%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고,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도 비교적 잘 헤쳐왔다. 그러나 2016년 투자는 그다지 증가세를 보이지 않은 반면, 실업률은 2016년 10월 11.7%까지 치솟았다. 
 
터키의 2016년 전체 성장률은 3월 말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경제기구들은 일제히 터키의 2016년 성장률을 애초 예상치보다 하향 조정했다. 새로 조정된 수치를 믿자면, 터키 경제의 2016년 성장률은 기껏해야 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분기 성장률 급락은 일정 부분 7월15일 쿠데타 실패와 이후 벌어진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야기한 정치 불안의 여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찰, 군인, 교사, 기자, 기업인, 법관 등 사회적 지위를 가리지 않고 쿠데타 가담을 자백했거나 가담이 의심스러운 세력 모두를 숙청했다. 그렇지만 터키의 안정에 영향을 주고, 따라서 국내외 경제주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단지 실패한 쿠데타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현재 터키 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시리아 위기를 비롯한 불안정한 지역 상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 
 
우선 터키는 약 28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으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한동안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옹호한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알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5년 11월 터키 군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전투기 한 대를 격추한 사건이 벌어지자, 푸틴 대통령은 식료품과 관광상품을 포함한 일련의 터키 상품에 경제제재를 가했다. 그중에서도 터키 여행 금지는 관광산업이 GDP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터키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터키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 러시아인의 비율이 독일인에 이어 두 번째로 높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 공식 사과한 뒤 두 나라는 예전의 우호관계를 회복했다. 
 
그렇다고 혼란스러운 지역 상황만으로 터키 경제의 위협 요소를 설명할 수는 없다. 터키 경제에 내재된 약점도 분명히 있다. 특히 터키 경제의 취약한 자금 상황이 초래한 높은 외국자본 의존도가 문제다. 터키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은 내수 증가였다. 실제로 2016년 가계소비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2015년 집권여당의 선거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30% 인상이 2016년 1월에 시행된 결과였다. 그러나 수출이 GDP의 20%를 차지하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섬유와 자동차가 핵심 산업인 터키 경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반복 시행될 수는 없다. 
 
공공지출 늘려 경기부양 나섰지만…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최근 몇 년 동안 터키 경제의 성장은 상당 부분 민간 경제주체의 해외부채 축적을 통해 유도되었다. 이는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구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앞다퉈 금리를 인하한 결과, 민간 경제주체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터키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 많은 투자자들이 터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선진국의 상황은 비록 느리고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6년 12월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25% 인상했다. 만약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한다면, 신흥국으로 몰리던 자본은 다시 미국을 향할 것이다. 터키는 자본 유출 위협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터키의 안정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1년 만에 28%나 하락한 반면 터키의 많은 민간 경제주체들이 달러나 유로로 계약된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표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기업의 부채 부담은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질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디스 등 신용평가 회사들도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렸다. 
 
한편, 환율 방어에 나선 터키 중앙은행은 보유 외환을 소진시키며 리라화를 매입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금리 인상인데, 이미 터키 중앙은행은 2016년 11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이는 내수 진작과 경제성장에 악재가 될 것이다. 바로 이런 반복적인 위협 때문에 화가 난 에르도안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로비’ 의혹을 주장하며 있지도 않은 적을 만들어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 터키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야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12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라시아 터널 기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물론 에르도안 대통령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볼 수는 있다. 어쨌든 터키의 공공부채는 GDP의 33%로 여전히 높지 않은 수준이며, 재정적자도 2015년 GDP의 1%를 기록했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따라서 관련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상당히 넓다. 그리고 실제로 터키 정부도 2016년 3분기에 공공지출을 24%나 늘리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그러나 비록 민관 합작으로 대규모 공공사업을 시행한다 해도 일단 민관 합작 자체가 때로는 전혀 투명하지 못하게 진행되는 데다가 확대 재정정책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 지금 터키 경제에 필요한 것은 구조 개혁이다. 터키 정부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계 저축률을 높여 터키 기업들이 국내 자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터키 경제의 높은 외국자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다음으로 터키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첨단기술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 터키의 학생 1명당 연간 교육비 지출은 OECD 평균 1만달러와 비교할 때 초라한 수준인 3500달러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여성 고용도 늘려야 한다. 비록 과거에 비해 많은 여성이 교육을 받고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터키 여성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여성의 60%가 중등교육도 끝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개혁이 효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책의 효과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2016년 12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유의 극적인 어조로 터키 기업인들에게 엄숙히 선언했다. “지금이야말로 투자하고,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할 때이다. 만약 여러분이 오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아예 감수할 위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이야말로 기업인들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다.
 

불법 노동자로 떠도는 시리아 난민
시리아 난민 280만 명이 살고 있는 터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다. 이들 중 약 10%만이 난민수용소에, 나머지 90%는 자신이 머물 집을 구해 살고 있다. 그런데 터키는 비유럽 국가 출신 난민에게 적용되는 1951년 제네바 난민협약의 당사국이 아니다. 따라서 터키는 시리아 난민에게 일시적 보호책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1월부터 터키는 어느 정도 유럽연합의 압력에 굴복해 노동시장을 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난민들의 노동시장 진입엔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특히 기업이 고용할 수 있는 난민의 수를 종업원 수의 10%로 제한했다. 한편 기업은 난민을 고용해도 고용 당국에 고용 사실을 신고할 유인이 없다. 당국에 이를 신고하면 난민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당국에는 그에 따른 각종 사회보장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2016년 한 해 동안 단지 1만3298건의 노동허가증이 발급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아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은 불법노동자로 고용되어 일하는 셈이다.
 
터키 정부는 이들 중 일부를 적극 구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변호사, 의사, 기술자,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시리아 난민에게 터키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지난 몇 달 동안 수차례나 언급한 바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2월호(제365호) 
Turqui: l‘économie rattrape Erdogen 
번역 민지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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