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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노동자들, “내 사업 하고 싶어”
[Cover Story] ‘미국 독주 시대’ 후발국의 운명- ⑤ 에티오피아 공장 사례 연구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크리스토퍼 블래트먼, 스테펀 더콘 economyinsight@hani.co.kr

1천 명 대상 분석 결과, 공장 일은 임금도 적고 산재 위험 높아 이직률 68% 달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조업을 끌어들이려 앞다투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공장 일자리를 선택할지 자영업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블래트먼과 더콘 교수는 에티오피아에서 구직자 1천 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는 공장 노동자의 연소득이 창업 훈련을 받은 자영업자보다 훨씬 못하고, 산업재해 위험은 더 크다는 걸 보여준다. 이 때문에 공장 노동자 3분의 2가 1년도 못 버티고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를 추진하는 제3세계 정책 결정자들은 저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_VoxEU.org 

크리스토퍼 블래트먼 Christopher Blattman 미국 시카고대학 국제갈등학 교수 
스테펀 더콘 Stefan Dercon 영국 옥스퍼드대학 개발경제학 교수 
 
한 나라가 소득 중위권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산업화 과정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요즘 제조업을 끌어들이려 앞다투고 있다. 저소득 국가들이 산업화를 진행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비공식 자영업과 제조업 일자리를 놓고 선택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선택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얻고 잃는 것은 무엇이며, 이 선택의 장기적 여파는 무엇일까? 특정 일자리를 선택하면 어떤 상대적 손실과 이익을 보게 되는지 우리가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자영업의 이점은 자율성과 유연성이다. 그 대가는 종종 굴곡이 있고 들쭉날쭉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이 낮거나 성장의 기회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면 공장 일자리는 꾸준한 일거리와 실업에 처할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있다. 몇몇 기업은 생산성이 높은 이들을 고용하고 독려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줄 여지도 있다. 비록 저임금 일자리일지라도 쉽게 배우기 어려운 기술과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길게 보면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공장에서 일하느라 치르는 대가가 무엇인지는 논란거리다. 운동가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판한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예상하긴 어렵다. 
 
개발도상국에서 자영업을 촉진한 사례를 검토한 연구들이 꽤 있다.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 우드리와 애나골은 2006년 아프리카 가나의 농업 사례를, 스리랑카 학자 드멜 등은 2008년 스리랑카의 소규모 창업 사례를 연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의 바너지 등은 2015년 에티오피아, 가나, 온두라스 등 6개국을 비교 연구했다. 또 블래트먼 등은 2014년에 우간다를, 2015년엔 각국 비교 검토를 진행했다. 이 연구들은 자본 마련의 제약을 없애거나 훈련을 실시하면 자영업을 촉진하고 빈곤층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는 공장 일자리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좋은지 나쁜지 확인하고 노동자의 일자리 선호도를 측정하기 위해 에티오피아에서 무작위 대조 시험을 진행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사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해왔다. 그 이전에 제조업은 에티오피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았다. 이제 에티오피아는 내수 소비재와 수출용 의류, 수출용 농산물과 원예 관련 상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소득과 산업 생산량은 2000~2008년 국내외 투자 덕분에 연평균 10% 정도씩 늘었다. 
 
우리는 2016년에 비영리 연구·정책기관 ‘빈곤 행동을 위한 혁신’, 에티오피아 개발연구소와 함께 4개 지역 5개 공장들과 협력해 지원자 1천 명을 무작위로 뽑아 3개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에겐 공장 일자리를 배정했고, 두 번째 집단은 대조군으로 남겨뒀고, 세 번째 집단에겐 자영업 기업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5일 동안 교육을 하고 사업 자금 300달러를 주었다. 그 뒤 1년 동안 이들을 관찰해 고용 형태와 건강 상태, 복지 실태를 파악했다. 
 
연구 결과, 공장 일자리를 얻은 이들의 소득은 대조군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 공장에서 일한 이들은 비공식 부문에서 스스로 일거리를 찾은 대조군과 비교해 소득이 낮고 노동시간은 길었는데, 둘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 다수는 일을 싫어해서 중간에 그만뒀다. 다른 일거리가 없는데도 그만둔 경우가 꽤 된다. 2016년 연말 기준으로 보면, 조사 대상자의 32%만 애초 공장 일자리를 지켰다. 
 
자영업 기회를 얻은 집단은 대조군보다 훨씬 오래 일했다. 수입도 주당 12바르(약 4천원)로 대조군보다 33% 이상 높았다. 이는 에티오피아 경제 상황을 볼 때 상당한 액수다. 공장 노동자와 대조군의 비내구재 소비액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자영업 집단은 이들보다 훨씬 많이 썼다. 
 
공장 일자리는 건강상 위험을 높였다. 공장 노동자의 노동력 상실률은 3.3%포인트 높아졌고, 부상 위험은 거의 두 배였다. 건강 지표로 보면 공장 노동자의 상황은 나빠졌다. 건강 상태를 질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면담 결과, 노동자들은 유해가스 노출과 반복 업무에 따른 부상을 호소했다.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매달 1%포인트씩 상승했다. 자영업에 참여한 집단도 장애 발생 위험이 약간 높아졌으나, 공장에서 일한 집단이나 비공식 부문에 종사한 대조군과 별 차이는 없었다.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가죽제품 공장에서 한 여성이 장갑을 만들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요즘 제조업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공장 일보다 자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REUTERS
 
노동자들은 자영업을 선호 
2016년 연말에 공장 일자리 선호도를 알아본 결과, 자영업 종사자들은 비교 집단보다 공장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비교 집단은 20%가, 자영업자는 8%가 공장 일자리 선호를 표시했다.) 많은 노동자들은 공장 일자리를 다른 일이 없을 때 임시 수단으로 활용했다. 다른 기회만 있으면 바로 공장을 그만두는 것이다. 공장에 계속 남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령자이고, 노동 경험이 적고, 인지능력과 성실성이 떨어졌다. 다른 대안이 별로 없는 이들인 셈이다. 
 
이 조사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선택의 기회를 접했을 때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정책 결정자들이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예상 밖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이 개발 촉진 정책을 검토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조사를 과잉 일반화하는 건 경계할 일이지만, 분석 결과가 함축하는 바는 공장 일자리의 임금이 낮고 부상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들은 다른 대안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높은 이직률은 고용주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이직이 잦으면, 기업의 비용도 그만큼 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 있다. 예컨대, 미국 의류 업체 PvH(캘빈클라인과 타미힐피거 같은 브랜드 생산 업체)는 하와사 지역의 산업단지에 막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앞으로 3년 동안 최대 6만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PvH 같은 기업이 노동자 복지를 개선하려면 어떤 노동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 세심히 따져야 할 것이다. 
 
번역 신기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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