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국내 특집
     
상권 살아나며 차츰 신도시로 탈바꿈
[국내 특집] ‘지역균형발전’ 10년을 점검한다- ① 광주·전남 혁신도시를 가다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1단계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2007년 착공한 뒤 10년 만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산하기관 등 196개 공공기관 6만여 명의 지방 이전이 대부분 이뤄졌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건설과 입주에 따라 6·25전쟁 뒤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가 옮겨가기 시작한 점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의 불편이 컸고, 이 때문에 초기 이주가 활성화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상업, 문화, 교육 등 기반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애초 목표대로 전국의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기업과 대학의 이전도 뒤따라야 한다. 2단계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_편집자 

 
   
 
쇠락하던 도시 나주, 혁신도시로 재도약 꿈꿔… 지역 성장거점 될지는 미지수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자리잡은 광주·전남 혁신도시(빛가람 혁신도시)는 혁신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쇠락하던 도시인 나주시가 혁신도시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공공기관이 속속 이주를 마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7년 9월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이다. 하지만 아직 주거시설과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이 성장거점 육성 효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혁신도시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빛가람 혁신도시를 들여다봤다.
 
김연기 부편집장 
  
‘이곳은 녹색성장도시 빛가람 혁신도시입니다.’ 
2017년 2월3일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2시간을 달려 나주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큼지막한 현수막이 기자를 맞았다. 나주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10분 남짓 달렸을까.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빛가람대교 위를 지나자 차창 밖 너머로 광주·전남 혁신도시(빛가람 혁신도시)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리 건너 왼편으로 한국전력을 비롯해 입주를 마친 14개 공공기관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차가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대 빛가람 혁신도시로 들어서니 맨 먼저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눈에 들어왔다. 2월 말 현재 이주 대상 공공기관 16곳 중 한전, 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 우정사업정보센터 등 14곳이 이전을 마쳤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각각 2017년 상반기와 하반기 이전할 계획이다. 
 
한전 본사에 들어서자 옥외 주차장을 가득 덮은 태양광발전 시설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하 2층, 지상 31층 규모의 신청사는 에너지 효율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다. 건물 옥상에선 풍력발전을 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을 이용해 업무용 건물 가운데 국내 최대의 신재생 설비(6750kW)가 설치됐다. 본사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42%를 직접 생산한다. 신청사 31층의 스카이라운지에 오르니 고층 건물이 곳곳에 늘어선 혁신도시 건설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직 ‘거대한 공사판’의 모습이 남아 있지만 혁신도시는 서서히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2015년 9월 한전에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한 고수현(44)씨는 “아직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서지 않아 생활환경이 조금 열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그래도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근처에 있는 영산강과 캠프장 나들이에 나서면서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장선 나주시 혁신도시지원과장은 “올해 나머지 2개 기관이 이전을 끝내면 상주 직원만 6700명에 이르는 등 인구 5만여 명, 2만 가구의 신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내세우는 최대 자랑거리는 수려한 도시경관과 쾌적한 주거 환경이다. 한전 스카이라운지에서 보니 전국 인공호수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중앙호수공원 뒤편으론 영산강이 혁신도시를 에워싸듯 휘감아 흐른다. 축구장 62개 규모의 호수공원은 빛가람 혁신도시의 허파 구실을 한다. 
  
   
▲ 한국전력공사가 자리잡은 광주·전남 혁신도시(빛가람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이 속속 이주를 마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주·전남 혁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나주시 세수 800억원서 1300억원으로 
지역주민들이 공공기관 이주에 거는 기대는 크다. 나주는 영산강 포구로 오랜 기간 전남 최대의 물류창고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1896년 전남도청이 광주로 이전하면서 차츰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를 넘기면서 인구가 빠르게 줄고 지역 상권도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하지만 이제 공공기관이 줄줄이 이주하면서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한전 본사에서 빠져나와 대로를 건너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솟아올라 있다. 주변엔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 편의시설이 늘어섰다. 혁신도시 핵심을 중심으로 카페가 들어서면서 ‘나로수길’(나주+가로수길)도 생겨났다. 제법 신도시의 모습을 갖춘 듯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인구 유입이다. 공공기관이 집중된 금천·산포면의 인구는 2014년 3월 600명에서 2016년 말 1만5천 명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나주역에 서는 KTX는 6회에서 13회로 증차됐다. 지역 세수도 크게 늘었다. 2013년 800억원 정도이던 나주시 세수는 혁신도시에서 취득세가 걷히면서 2016년 말 기준 1300억원으로 치솟았다. 미미하지만 일자리 창출도 눈에 띈다. 입주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2013년 4.6%에서 2016년 말 15.4%로 늘어 300여 명의 지역 인재가 새 직장을 얻었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며 빛가람 혁신도시의 성장을 보여줬다. 한전 인근 상가의 분양가는 3.3m²당 1천만원을 웃돌면서 과열 양상마저 보인다. 실제 나주시는 혁신도시 지정 이전과 비교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혁신도시 지구 지정 이전 7년간(2000년 4월∼2007년 4월) 아파트 매매가격이 5.9% 오른 데 그쳤으나 지구 지정 뒤 2016년 말까지 50% 가까이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전 신청사 인근 부영부동산 대표 조수영씨는 “몇 해 전 한전이 들어오면서 땅값이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며 “서울을 비롯해 타지의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주 기업 직원들의 정착률이 높아야 혁신도시가 애초 취지를 살려낼 수 있다. 그래야만 도시 기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는 모두 교육과 의료시설 완비를 꼽았다. 이주 공공기관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기대와 걱정, 설렘과 불안이 교차했다. 빛가람 혁신도시로 가족이 함께 이주한 지 1년이 된 농어촌공사의 한 직원은 “빛가람 신도시가 없었다면 서울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겠는가”라며 웃었다. 그는 “서울에선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곳에선 10분 안에 회사에 갈 수 있다”며 “도시 전체가 평지인 데다 곳곳에 호수와 공원이 있어 쾌적하다”고 말했다. 
 
남편을 따라 혁신도시로 온 전업주부 박수미씨는 “처음에는 주변에 지인이 없어 외딴 곳에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이주 기관 가족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해 상부상조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이주가 속도를 내지만 편의시설이 부족해 직원들의 거주 여건이 열악하다. 편의시설 입주를 기다리는 광주·전남 혁신도시 내 상가. 김연기 부편집장
 
지역산업 육성이 성장의 열쇠 
그러나 계획대로 새 인구가 혁신도시로 유입될 수 있느냐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주 기관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들어오지 않을 경우 자칫 ‘기러기 도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에 걸쳐 있는 충북 혁신도시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충북 혁신도시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0km가량 떨어져 있다. 거리상으로는 혁신도시 10곳 가운데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다. 그러나 수도권 인근에서 오가는 대중교통편이 여전히 불편하다. 이렇다보니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가족 이주 비율이 가장 낮다. 무엇보다 대형 마트와 학원가,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2016년 여름 가족과 함께 음성으로 내려온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직원은 “가장 시급한 게 병원과 교육시설”이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균형발전과 혁신도시지원팀 관계자는 “편의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구 유입이 선행돼야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교통시설 등이 자리잡으면 편의시설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조기 정착을 위해선 이주 직원들이 지역사회에 녹아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재철 전남발전연구원 박사는 “이전 공공기관의 직원들도 단순히 직장에만 머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정착할 터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봉사 활동 등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각종 활동에도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이제 혁신도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됐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혁신도시의 기틀을 갖추었다면 이제 지역산업 육성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만 유입 인구도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더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혁신도시를 첨단 에너지 기업이 들어선 ‘에너지밸리’로 만들 꿈을 꾸고 있다. 몇 개 기관이 지역발전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입주 이후 100여 개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더 나아가 2020년까지 첨단 에너지 기업 500개가 함께하는 한국 최대의 에너지 산업 허브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빛가람 혁신도시 홈페이지는 이곳을 ‘누구나 살고 싶은 녹색성장도시’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감 못지않게 혼란도 적지 않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또다시 마주한 ‘이곳은 녹색성장도시 빛가람 혁신도시입니다’라는 현수막 아래로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고 있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