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국내 특집
     
세종시는 수도가 될 수 있을까?
[국내 특집] ‘지역균형발전’ 10년을 점검한다- ② 세종시를 가다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김규원 부편집장 che@hani.co.kr

수도 이전 대선 공약 물꼬 터져… 빠른 성장에도 기반시설은 여전히 부족 

지난해 6월 남경필 경기지사가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 뒤 대선 유력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의 여론에 달려 있다. 수도권 발전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하는 것이다. 
 
김규원 부편집장
 
2017년 2월14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선언 13주년 기념식’.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 자리에서 최대 관심사는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였다. 2017년 1월9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를 공동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세종시와 충청권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이춘희 세종시장은 “헌법적 내용을 확실히 정리해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될 수 있도록 큰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행정수도 건설 정책을 추진한 이해찬 의원(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수도 이전 의제를 개헌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다’라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예비후보들도 수도 이전을 전면에 내걸었다. 대선 경쟁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축사에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세종시가 반토막 났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예비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축사에서 “권력과 부가 수도권에 집중돼 발생한 교통난, 집값 상승,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정치, 행정 수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2016년 6월 노무현 정부 이후 처음으로 헌법 개정을 통한 세종시로의 전면 수도 이전을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에 대해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문 후보는 “세종시를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완성하겠다. 행정수도의 꿈을 키워가겠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하겠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문 후보의 대변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김해을)은 “당연히 수도 이전을 개헌 과제에 포함해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려면 수도권 발전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예비후보들, 수도 이전 제기 
세종시로 수도을 옮기는 것의 관건은 국민 여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처음엔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나중에 뒤집혔다. 수도권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등 보수 쪽의 공격이 먹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수도 이전에 대한 여론의 흐름은 복잡하다. 남 지사가 ‘개헌을 통한 수도 이전’을 주장한 직후인 2016년 6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회,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의견은 공감 50.1%, 비공감 38.6%였다. 같은 달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는 공감 49%, 비공감 48%로 팽팽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한겨레>와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찬성이 26.5%, 반대가 50.6%로 반대 의견이 훨씬 많았다. 그 뒤 여론조사 결과는 알려진 것이 없다. 
 
이렇게 여론이 팽팽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는 일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수도 이전은 국내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서 찬성할 이유가 별로 없는 정책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수도 이전을 추진하려면 수도권의 미래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좀 길게 봐야 한다. 2003~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반대 여론이 강했고, 결국 위헌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2016년 남경필 경기지사가 수도 이전을 주장하니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국회 분원,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도 없다. 이렇게 조금씩 상황이 개선돼 결국 수도 이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수도 이전은 개헌 사항이 됐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수도인 점은 관습헌법이고, 관습헌법을 바꾸려면 성문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다음 정부 집권기가 수도 이전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개헌 과정에서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는 내용만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 이전이 개헌 내용에 포함되려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이런 이유로 수도 이전이 개헌에 포함된다고 해도 그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개헌을 통해 헌법에 수도 관련 조항을 넣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새 헌법에 ‘대한민국의 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다’라는 조항을 넣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명쾌한데, 서울과 수도권의 반대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며, 행정수도는 세종시다’라고 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반대를 고려해 이중의 수도를 정하는 것이다. 서울은 상징적 수도, 세종은 실질적 수도가 된다. 셋째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수도 문제를 사실상 헌법 사항에서 제외해 수도 이전 논란을 줄이려는 방안이다.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경우 그 입지는 예상할 수 있다. 세종청사 지구 안에 23만㎡(7만 평)의 미개발지가 있고, 북동쪽 국무총리 공관 주변에도 46만㎡(14만 평)의 유보지가 마련돼 있다. 이 유보지는 국회와 청와대 등 추가 이전 기관 부지용으로 비워둔 것이다. 또 그 주변에는 미개발 저밀도 지구가 63만㎡(19만 평)가량 있다. 현재 서울의 국회 터가 33만㎡(10만 평), 청와대 터가 25만㎡(7만5천 평)가량이므로 이들 터를 활용하면 국회와 청와대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수도 이전 논란과 별개로 세종시는 2012년 7월 출범 뒤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2년 12월 1만8천 명이었던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인구는 2016년 12월 15만 명가량으로 8배 늘었다. 매년 3만 명가량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주택은 7020채에서 5만4856채로 7.8배, 학교는 7개에서 66개로 9.4배, 내부 도로는 41㎞에서 189㎞로 4.6배, 공원은 10개에서 55개로 5.5배, 상점은 240개에서 5692개로 24배, 병원은 10개에서 127개로 12.7배, 대형 마트는 0개에서 2개로 늘었다. 교통시설로는 세종시와 대전지하철 반석역, 대전역, 청주 오송역을 연결하는 55㎞의 간선급행버스(BRT)도로, 공주 연결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연결도로 등이 새로 만들어졌다. 문화시설도 국립세종도서관과 대통령기록관, 조세박물관이 들어섰다. 
 
이렇게 인구와 시설이 늘어난 원동력은 공공기관의 이전이었다. 2012~2016년 세종시에는 20개 중앙행정기관의 1만3040명, 20개 소속 기관 1660명, 15개 국책 연구기관의 3550여 명 등 1만8250여 명이 옮겼다. 이 밖에 개별 이전 공공기관도 7개 1500명이 이전했거나 이전 중이다.
 
   
▲ 세종시로 수도가 이전된다면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유보지에 국회와 청와대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청사 부근의 모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역 등 기반시설 확충도 논란거리 
세종시에는 여전히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것이 고속철도역의 부재다. 세종시 건설 초기 계획자들은 철도역을 도시 한가운데 설치하면 도시가 양분되고, 서울로 출퇴근하기 편리해져 공무원들의 이주가 늦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세종시에 고속철도역을 만들지 않았다. 이춘희 시장은 “고속철도로 도시가 양분되는 것을 피하려면 지하화해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청주의 오송역을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고속철도역을 만들지 않은 것은 단견이었다. 오송역은 정부청사에서 17㎞, 세종시청에서 21㎞나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2016년 총선 때부터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시장은 세종시 발산리 일대를 지나는 호남고속철도에 세종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철도시설공단이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역 추진에 대해 이웃 청주시에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애초 오송역은 청주시와 세종시가 함께 쓰기 위해 만든 것이고, 세종역을 설치하면 오송역이 공동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현재까지도 수도권에서 많이 이주하지 않았는데, 세종역이 생기면 통근이 편리해져 수도권에서 더 안 올 것이다. 청주와 세종의 상생에도 맞지 않고, 주변 인구의 세종시 쏠림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세종시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이를테면 세종시에는 백화점이나 종합병원이 없어서 대전과 청주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또 공연장이 없어 정부청사 대강당을 이용하며 이렇다 할 박물관이나 미술관, 동물원도 없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를 즐길 경기장도 팀도 없다. 종합대학은 물론 단과대학도 없고, 젊은이들도 부족하다. 법적으로는 광역시급이지만, 규모가 작아서 법원, 검찰청, 경찰청 등도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때 행정도시 백지화안을 추진하면서 많은 계획이 어그러졌고, 재정투자도 미뤄지고 있다. 자족적이고 성숙한 도시로 성장하려면 국회와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 인구도 끌어들이고, 혁신도시를 통한 전국 균형 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