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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만 대… 아직 갈 길 멀다
[국내 이슈] 한국도 전기차 시대 열리나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박진우 kuhiro@gmail.com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소매를 걷었지만 세금·에너지 분야에서 걸림돌 많아

2016년 12월 대한민국 전기차 등록 대수가 1만 대를 넘었고 친환경차 비율도 1%를 넘어섰다. 보조금 지급과 충전소 보급 등 정부가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머지않아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다. 전기차 시대로 가려면 친환경 에너지 공급 확대, 정부의 세수 확보, 가격 인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도 전기차 시대가 물론 오겠지만 예상처럼 빨리 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진우 <카매거진> 기자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가 2016년 12월13일 기준 1만528대를 기록해 1만 대를 넘었다. 2011년 보급 사업의 첫 삽을 뜬 후 5년 만이다. 전기차 등록 대수 역시 1만 대라는 상징적 숫자를 남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총 1만855대로 2011년 344대보다 무려 31배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전체 등록된 자동차 중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비율도 1%로 올라섰다.
 
정부는 내친김에 전기차 확대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을 요량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 예산은 총 1960억원. 전기차 1만4천 대를 보급하기 위해 구매보조금을 대당 1400만원으로 결정하고,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별로 5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전기차 구매자는 대당 1900만원을 보조받는 셈이다. 개별소비세 최고 200만원, 취득세 140만원 등 400만원에 이르는 세금 경감 혜택도 2018년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기도 대폭 늘린다. 환경부는 현재 330기의 급속충전기를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530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일단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는 수도권과 대도시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충전기는 아파트용, 이동형 충전기 등 공공장소 위주로 보급한다.
 
   
▲ 2017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2017 북아메리카 올해의 차’로 선정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가 공개됐다. 한국지엠 제공
 
충전 전기요금도 50% 할인
전기차 충전 전기요금도 대폭 내리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입하겠다고 한 전기차 특례요금제 덕분이다. 특례요금제는 당장 올해부터 3년 동안 전기차 충전기에 부과하는 요금 중 기본료를 면제하고 전력량 요금을 50% 할인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완속충전기는 1만1천원, 급속충전기는 7만5천원의 기본료를 부과하는데, 특례요금제를 적용하면 연간 1만5천km를 운행하는 경우 전기요금이 기존 40만원에서 13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전기차는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전기차 비율은 2035년까지 전체 차량의 35%, 2050년엔 66%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면 하루 평균 2500만배럴의 원유 사용이 줄어들고, 따라서 원유 공급도 축소돼 수송 연료로서 석유산업은 조금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기름 시대의 끝을 재촉하며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은 지난 7년 동안 생산가격이 85% 감소했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태양광에너지 비중은 약 13년 뒤 2030년에 전체의 23%로 늘어날 전망이다. 2040년에는 29%까지 오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태양광 발전의 확대는 곧 화석연료를 밀어낸다는 의미이고,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더 깨끗한 발전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분위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 같다. 이렇게 소비자 의식 변화와 더불어 자동차가 전통적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전기 동력계로 전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다. 내연기관이 내뿜는 배출가스는 그 종류와 관계없이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여서다. 시기에 따라 화살이 이산화탄소에 쏠려 있냐, 미세먼지를 겨누냐의 차이일 뿐이다. 확실한 대안은 물론 전기차다. 아직 전기를 만들어낼 때의 오염물질은 해결할 수 없지만 운행 과정에서는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한다. 1만 대는 분명 고무적인 숫자이지만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달성한 ‘1만 대’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6천 대가 더해져야 하고, 원래 올해 보급 목표는 3만 대다. 그러나 책정된 예산은 1만4천 대분이다. 당초 계획보다 절반이 적다. 팡파르를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일반적으로 한국 전기차 보급의 선구 지역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정부 정책보다 앞선 2009년부터 전기차를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2030년까지 43만 대의 도내 내연기관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한 번 충전으로 동서와 남북을 오갈 수 있고, 탄소계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별다른 산업단지가 없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만 줄이면 대기 환경은 국내 최고가 된다. 지난해 정부가 주도한 전기차 보급의 절반이 제주도에 배정된 배경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차 43만 대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제주도의 꿈은 이루기 쉽지 않다. 전기차 시대를 열려면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충전 인프라 공급, 가격 경쟁력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조금 더 들여다보자. 전기차 확산의 전제 조건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에너지 공급원의 다양화. 현재 의존도가 높은 화력과 원자력 외에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 풍력, 조력, 파력 등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지금 발전량으로는 전기차용 전기가 부족하고, 전기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충전 인프라의 절대적 수를 늘려야 한다. 내연기관차가 주유소에서 편리하게 연료를 공급받는 것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충전소가 마련돼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충전 방식이다. 현재 충전기는 차데모, AC3상, DC콤보(콤보1, 콤보2로 나뉜다) 등 방식이 다양하다. 전기차와 충전기의 종류가 다르면 충전이 불가능하다. 인프라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을 어디에 배치할지 따져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말 정부는 국가표준기술원과 함께 충전 방식을 통일했다. 선택된 방식은 ‘DC콤보1’이다. 정부는 충전 방식을 통일해 충전기 제작 비용을 줄이고 충전기 보급도 늘리겠다는 의도다.
 
현재 차데모, AC3상, DC콤보1 방식이 모두 가능한 멀티 충전기의 제작비는 대략 2천만원이지만, 콤보1로 통일하면 대당 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통일된 방식이 본격 적용되면 소비자는 보유한 전기차에 구애받지 않고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은 의견을 수렴해 오는 4월에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관계자가 2016년 12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열린시민마당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사용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확대되면 유류세 감소 부담
다음은 세금이다. 내연기관에 필요한 기름값에는 상당히 많은 세금이 포함돼 있고,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세수다. 현재로서는 내연기관차 한 대를 전기차로 바꾸면 정부는 그 내연기관차가 사용하는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을 포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전기차 보급과 충전소 확대에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유류세까지 축소되면 정부로서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전기차용 전기에 휘발유나 경유에 매기는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기도 쉽지 않다. 연료비가 싸다는 전기차의 장점이 희석돼 보급이 둔화될 수 있다.
 
마지막은 전기차 가격이다. 평균 5천만원에 이르는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전기차 가격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필수 부품인 배터리다. 전기차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이고, 1회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하는 등 성능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소비자 처지에선 여전히 비싼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이용이 불편하고,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
 
이 문제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이다. 전기차 판매 대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나 인프라를 확보하기 어렵고, 가격 경쟁력과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구입 유인 정책으로 보조금과 인프라 지원 등이 제시되지만, 결국 다양하고 저렴한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전기차 판매가 쉽게 늘지 않으니 제조사들도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된다.
 
결국 현재 전기차 보급의 핵심은 ‘돈’이다. 구매 보조금도 돈이고, 충전 인프라 확대도 돈이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돈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판매 대수가 늘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대전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디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특히 어떻게든 세수가 늘지 않으면 정부가 내연기관차에서 나오는 세금을 포기하고 전기차를 위한 투자만 계속할 수 없다. 정부로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조금 가혹한 전기차 보조금 기준은 역설적으로 전기차 확산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보조금 기준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차라도 시간당 7kW를 충전해 10시간 이내에 완료해야 전기차로 인정한다. 배터리 용량을 최대 70kWh로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테슬라는 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주행 가능 거리를 대용량 배터리로 해결한다. 이 배터리는 완충까지 13시간 걸린다. 보조금 기준을 벗어난 것이다. 결국 우리 규정은 배출가스를 전혀 내지 않는 테슬라를 전기차 보조금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만들어냈다. 물론 테슬라는 비교적 고가인 탓에 전기차 대중화와 거리가 멀고, 정부 역시 테슬라만을 위해 규정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애초 배출가스를 내지 않는 친환경차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차별이 생긴 것이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면서 여러 문제점에도 정교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코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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