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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회장 “ 인터넷 미래는 유연성”
[Industry]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인터뷰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라훌 사치타난드·조시 풀리옌수루델 economyinsight@hani.co.kr

   
 
인터넷장비 생산업체 시스코(Cisco)의 존 챔버스가 CEO 자리에 올랐을 때, 시스코는 웹 트래픽 분류장비인 라우터와 스위치를 생산하는 12억달러 규모의 회사에 불과했다. 15년 후, 시스코는 361억달러 규모의 다각화한 네트워킹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과는 수십 건의 기업인수로 가능했으며, 챔버스 회장이 인수한 기업 가운데 70%는 예상보다 큰 가치를 가져다주었다. 기업인수 사례 가운데 매수 기업에 가치를 더해주는 경우는 보통 다섯 건 중 한 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챔버스 회장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도 방갈로르의 라훌 사치타난드, 그리고 뉴델리의 조시 풀리옌수루델과 화상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시스코의 성공 비결과 이머징마켓의 파괴력, 향후 인터넷시대에 거는 기대, 광범위한 기술 트렌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라훌 사치타난드·조시 풀리옌수루델
 
이머징마켓이 성공적인 신규 사업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 과정에서 핵심 제품들을 지키기 위해 시스코 같은 기업들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나는 슈퍼컴퓨터가 있던 시절에 IBM에서 근무했고 왕연구소(챔버스 회장이 2년간 부사장을 역임한 대만계 PC업체인 왕 컴퓨터 연구소-역주)에서 소형컴퓨터의 시대를 접했으며 PC산업의 성장도 지켜봤다. 시장이 변화하려고 할 때 그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코는 기존 가격에 성능은 3배 높아진 저가형 라우터를 발표했다. 우리 IT업계에서는 무어의 법칙(컴퓨터 연산능력은 같은 가격에 2년마다 두 배로 증가)을 따르는 것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을 비유로 들자면, 중형차, 고급차, SUV, 소형차 등 세계 여러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다양한 상품과 기능을 만들어낼 것이다. 시장의 변화는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시스코라는 기업의 위치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시스코를 인터넷의 동의어로 만들고 싶다는 게 우리의 포부다.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첨단 기술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네트워크 기술자 수준에 머물렀던 시스코는 이제 통신 및 IP(인터넷 프로토콜) 분야의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신과 IP는 전략의 도구일 뿐 아니라 동영상과 공동작업(collaboration)을 통해 전략의 핵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시스코는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우리의 핵심 역량은 선도기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텔레프레젠스(TelePresence·시스코의 영상회의 솔루션-역주)와 스마트그리드(SmartGrid·차세대 전력망 시스템-역주) 같은 내부 창업을 진행하고 137개 기업을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여섯 개의 신규상품을 개발하여 우리의 기술 구조를 확장시켰다. 시스코의 인수합병(M&A) 전략은 M&A를 활용하여 인접 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우리는 경쟁사를 인수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1인자가 될 수 있고 최소한 4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만한 시장을 찾는다. 우리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3~5년 전에 시장에 진입해서 스스로 완전한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각 분야의 최고 상품을 한두 개 내놓는 회사가 있다면, 소비자든 기업이든 그렇게 좋은 기회를 지나치기는 어렵다. 우리는 조직의 구조도 변화시켰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기존의 지휘명령체계를 바꿔 5만7000명의 직원들에게 협의회와 위원회 중심의 조직모델을 소개했다. 기본적으로는 소셜네트워킹에 많은 과정과 질서가 개입한 형태라 볼 수 있다.

고위 경영진의 40퍼센트가 인수 대상 기업 출신이라는 것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나이나 종교, 성별은 신경 쓰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은 외부인을 거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냉철한 외부인들을 받아들인다. 시스코라는 기업 자체가 외부인들로 구성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리더십을 분산된 위원회와 협의회로 바꿨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2001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으니 거의 10년이 다 된 셈이다. 내 예상보다 더 어려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기도 했다. 처음 2년 정도는 정말 힘들었다. 경영 스타일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길을 인도하는 로드맵이 없어서 대부분은 그냥 진행하면서 배워나갔다. 처음에는 20명의 최고 경영진 가운데 19명이 그러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20명 모두 찬성이다!) 우리는 텔레프레젠스와 웨벡스 같은 상품을 개발해 이러한 조직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했다. 그 결과 연간 생산성을 5~10% 증가시킬 수 있었다. 우리는 10%라는 목표를 훨씬 뛰어넘어 지난 두 분기 동안 생산성을 8~9% 증가시켰다. 1년간 34%가 증가한 셈이다. 이 모델을 통해 우리는 속도와 규모, 유연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경영구조와 기존 지휘명령체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상품이 한두 개라거나 업계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성장할 때는 지휘명령체계도 잘 작동한다. 하지만 시장의 선도 기업이 되었거나 수많은 시장을 넘나들고, 사업에 여러 역량이 복합적으로 필요하게 되면 더 이상 그 체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나는 지휘명령체계를 바꿔야겠다는 비전을 갖기 훨씬 전부터 여러 인접 시장에 진출해야겠다는 비전을 품었다. 지휘명령체계 같은 나의 리더십 스타일로는 여러 기회를 활용할 수가 없다.

2007년 인도 방갈로르에 세계화센터(Global ization Center)를 연 것도 그러한 변화의 일부였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나?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처럼, 이 아이디어도 고객과 시장 변동에서 나왔다. 10년 전쯤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을 보면서 우리는 인도인이나 인도계 인재들은 업무능력도 우수하지만 우리 문화에 적응하는 능력도 우수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시스코 직원들의 40%가 인도계다. 값싼 노동력 때문에 인도로 가기 시작한 기업들이 많지만, 나는 인재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했다. 누군가를 인도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리 부사장 윔 엘프링크(시스코의 세계화책임자이자 서비스부문책임자)가 인도로 가겠다고 나섰다. 부사장은 내 생각보다 일을 훨씬 더 진척시켰다.

기술 분야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시스코의 경영모델을 모방하고 있는 것을 아는가?
새로운 경영 방식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우리의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시스코는 프록터앤드갬블(P&G)과 GE같은 기업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시스코의 경영모델은 기업을 넘어서 정부와 의료보건, 교육 부문에서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

시스코의 훌륭한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어떻게 될까? 존 챔버스가 없는 시스코는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는 일어나게 될 일이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변화를 완벽하게 이루는 것이다. 사실 시스코의 경영자는 협의회일지도 모른다. 11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이미 내가 없는 상태에서 열릴 때가 많다. 시스코의 기능 구조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가 CEO로 재임하는 동안 경영진 모두가 최소한 3번씩은 자리를 옮겼다. 내 밑에는 지금부터 3~5년간, 또는 10~15년간 회사를 이끌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3~5년 정도는 이 자리에 더 있고 싶다.

이머징마켓은 시스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이머징마켓은 훌륭한 수입원인 동시에 기존 시장으로 혁신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이러한 솔루션을 미국과 유럽에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의료보건과 교육 분야에서 바로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술이 교육의 비용과 질을 변화시켜서 교육비를 30~40% 정도 낮출 수 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머징마켓 두 곳 정도는 국내시장을 넘어서서 활동할 것이다.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을 떠올린다. 특히 인도는 세계 최고의 파트너 국가다. 나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인도에 온 것이 아니다. 인도에서 사업하는 데 서양에서와 똑같은 비용이 든다고 해도 시스코는 사업 규모를 유지하면서 계속 인도에 머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쟁업체와 시스코의 차이점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제 인터넷의 진화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선진국에서 인터넷시대 1단계(이메일을 쓰고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능력)는 완전히 지나갔다. 이제 우리는 동영상과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한 2단계를 목격하고 있다. 동영상과 공동작업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재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시장이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속도와 규모, 유연성과 모방을 중심으로 세워질 것이다. 따라서 10년만 지나면 인터넷이 기업과 정부부문의 경영모델을 바꿔놓게 된다. 어떤 회사가 살아남고 성장할 것인지도 인터넷에 달려 있다. 인터넷은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와 기업의 핵심을 차지할 것이다.
ⓒ Business Today
번역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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