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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주기 ‘경선 역선택’은 쉽지 않다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경선 역선택, 얼마나 영향 있나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 내부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역선택’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경제 영역과 달리 정당 경선에서 역선택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우선 역선택에 참여할 만큼 적극적인 유권자가 그리 많지 않다. 한 후보에게 몰아주기식 역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역선택 참여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경쟁 정당 후보가 누구냐는 판단은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약체 후보’가 도리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지지 기반을 깎아먹을 위험이 크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각 정당 동시 경선이나 선거인단 확대 등 역선택 방지 대책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 벚꽃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후보 경선에 돌입하자 ‘역선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선택의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고 이를 막을 방법도 있다. 2012년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 나선 후보자들. 한겨레 강창광 기자
경제학 용어인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 영역에서 비중 있게 거론된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한 정당의 선거인단에 경쟁 정당의 지지자들이 참여해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은 약체 후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선 결과가 왜곡되어 결국 본선에서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순수한 일반 유권자들은 다른 정당의 경선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 설령 얼마간의 의도적 참여자가 있다 하더라도 선거인단 규모가 충분히 커지면 선거 결과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최근 역선택 논란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역선택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읽히기도 한다. 
 
역선택은 시장참여자 중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는, 이른바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장 실패 현상을 의미한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정보가 고르게 주어져 있는 완전 정보 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 또는 정보 격차 현상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정보 격차가 없다면 당장 주식시장 자체가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정보를 획득한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주식 시장은 끊임없이 돌아가는데, 만약 모든 사람들이 기업 정보를 동일하게 갖고 있다면 수익을 내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고 주식시장은 매력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나타나는 시장 실패 현상으로 ‘도덕적 해이’도 있지만 이는 어떤 선택이 이루어진 ‘사후에’ 감춰진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역선택과 구별된다. 역선택은 ‘사전에’ 정보가 불균등하게 주어져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로는 선출직 정치인들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나, 피고용자들이 고용자를 속이고 근무를 태만히 하는 경우 등이다. 
 
역선택 현상은 일상에서 비일비재하다. 뷔페식당이 있다고 치자. 식욕이 왕성한 사람들이 단체로 가서 1인당 3~4인분씩 고기를 먹어치우면 식당 주인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손님들은 자신이 많이 먹을지 적게 먹을지 알지만 식당 주인은 손님들의 식욕 정보를 알지 못한다. 정보 비대칭 상황이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식당 주인은 가격을 인상해야 하고, 그러면 적게 먹는 일반 고객은 부담을 느껴 더 이상 가게를 찾지 않을 것이다. 식욕이 강한 사람들만 남게 되어 결국 그 가게는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흔히 드는 예가 중고차 시장이다. 정보 비대칭 이론에 관한 연구로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가 1970년에 발표한 논문 ‘레몬을 위한 시장’(Market for Lemons)에서 든 사례이기도 하다. 중고차 판매자는 당연히 구매자보다 자신의 차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어떤 사고가 났고 어떤 결함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대체로 나쁜 중고차를 보유한 사람이 좋은 중고차를 지닌 사람보다 자동차 판매 의향이 더 크다. 결국 중고차 시장엔 겉만 멀쩡한 이른바 ‘개살구’(lemon)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좋은 차를 구매하기 어려워지므로 구매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사는 것을 꺼린다. 선의의 중고차 판매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보험 시장에서도 역선택 문제는 발생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덜 건강하다. 만약 생명보험회사가 두 그룹 간의 보험 가입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으면 역선택이 발생한다. 생명보험은 죽음의 위험성이 더 높은 흡연자에게 필요하고 이들의 가입률도 높다. 반면 비흡연자에게는 보험료도 비싸기 때문에 별 인센티브가 없게 되고 이들의 보험 가입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보험회사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 가격이 높아지면 이미 보험에 가입한 비흡연자들조차 보험 가입을 취소한다. 결과적으로 높은 보험 가격은 비흡연자들을 몰아내고 보험회사는 흡연자들에게만 보험을 팔아야 한다. 더 이상 거래는 발생하지 않고 보험 시장은 붕괴할 것이다. 
 
역선택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사전 정보 격차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선택 전에 미리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면 된다. 중고 자동차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일정 기간 무상수리를 보장하거나 차량의 품질보증서를 제공하는 등의 ‘신호 주기’(signalling)를 통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면 된다. 
 
보험회사들이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즐겨 쓰는 방법은 ‘가려내기’(screening)이다. 부적격자 또는 손실을 야기할 위험성이 큰 사람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것이다. 보험 가입자에게 가입 전 건강 상태에 대한 설문에 응하도록 한다. 거짓이 밝혀지면 보험 혜택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 건강검진을 받게 하거나 공식 건강검진서를 요구한다. 
 
정당 경선에서 역선택은 시장에서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개살구’라고 할 수 있는 ‘약체 후보’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을 실시하는 정당의 지지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역선택 행위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모두 동일한 판단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람은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약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현재 지지율이 높지만 오히려 본선에서 다른 정당 후보와 맞붙었을 때 지지가 확장되지 않는 후보를 약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당 경선에 출마한 후보 중 2위 주자가 비록 지지율은 낮지만 중도층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중도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당의 지지자들로서는 1위 주자 대신 2위 주자를 견제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있다면 2위 주자 대신 1위 주자에게 역선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치나 상품성이 비교적 명확해 한 방향으로 역선택이 뚜렷이 나타나는 시장과 달리, 선거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판단이 유권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역선택이 한쪽 방향으로만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 유리하고 다른 쪽은 불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역선택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가려내기’를 하면 된다. 사전에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정치 성향을 확인한 후 선거인단 자격을 부여하면 의도적 역선택을 막을 수 있다. 지지 정당을 거짓으로 말하고 참여하는 경우는 어떻게 막을까. 모든 정당이 같은 날 경선을 치르면 된다. 이 경우 유권자 정보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관리하면 유권자의 중복 참여를 막는 게 가능해진다. 이런 역선택 방지 방안 도입이 어렵다면 의도적 참여자의 비중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호적 유권자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올리면 될 일이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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