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흐름
     
기업들 빈곤층 도우며 인지도 경쟁
[세계는 지금] 빈부 격차 때문에 ‘사회적 책임 활동’ 더 부각되는 브라질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이영선 yslee@kotra.or.kr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하다. 특히 브라질은 요즘 극심한 경기 침체까지 겪고 있다. 2015년 국내총생산은 2014년보다 3.7% 줄었다. 2016년에도 3%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와 실업률도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2015년 물가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6%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세가 조금 꺾였지만 2016년 12월 6.3%, 2017년 1월 5.4%로 여전히 높다. 실업률은 2016년 1분기 10.9%에서 4분기 12.0%로 더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70곳에 이르는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상생협력 전략 측면에서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 국외 진출 전략을 짜면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영선 KOTRA 상파울루무역관장 
 
국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지역사회 발전’ ‘노동·인권 개선’ ‘소비자 보호’ ‘환경보호’ ‘공정거래’ 등 기업이 영리 활동을 하면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 정부와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기업의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요구는 형태에 따라 기업의 경영 환경 전반에 대한 제재 또는 무역 장벽의 하나로 다가온다. 한국 기업 역시 높아진 국제 위상에 걸맞게 현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를 받고 있다. 
 
무역이 국내총생산의 88%를 차지하고 국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이 1만2천 개에 이르는 한국에 글로벌 CSR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이 활동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수혜국의 경제개발과 복지 증진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ids) 사업과 구별된다. 사기업과 같은 민간단체가 주체가 되어 수혜국의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돕는 민간개발원조(PDA·Private Development Aids)인 것이다. 
 
기업의 CSR 활동은 크게 기업이 노동·인권·소비자·환경 등에서 현지 법규나 국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과 이해관계자를 직접 도와주는 활동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활동은 기업이 현지 취약 계층을 경제적으로 도와주거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 브라질에서는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하다. ‘집 없는 노동자 운동’ 회원들이 상파울루의 폐업한 호텔을 점거한 채 정부의 퇴거 명령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REUTERS
 
브라질, 극심한 빈부 격차 
빈부 격차가 심한 중남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어느 지역보다 중요하다. 빈민층의 의식주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남미에서는 빈곤층의 입장에서 교리를 해석하는 해방신학이 탄생했다. 그만큼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클로도비스 보프는 자신이 해방신학을 주창한 계기를 이렇게 말했을 정도다.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 동북부 한 마을에서 나는 덜덜 떨며 성당으로 들어서는 한 주교를 만났다. 나는 “주교님, 무슨 일 있습니까?” 물었고, 그는 방금 전 경험한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성당 앞에 깡마른 한 여인이 어린 세 자녀를 데리고 앉아 있었다. 한 아이는 엄마의 목에 매달려 손으로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아이는 배고픔에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는 죽은 것처럼 보였다. 주교는 여인에게 “아이에게 젖을 먹여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할 수가 없어요, 주교님!”이라고 응답했다. 주교가 계속 강권하자 여인은 할 수 없다는 듯 웃옷의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젖가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아이는 정신없이 그 액체를 빨아댔다. 아이는 엄마의 피를 빨고 있었다. 여인은 그렇게 아이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었다. 주교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고, 아이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그는 맹세했다. 이런 종류의 배고픔과 가난이 있는 한, 한 끼의 식사라도 줄여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브라질: 역사, 정치, 문화> 이성형 
  
브라질의 빈부 격차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경제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 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구조조정’을 선언했고, 이후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 긴축정책을 폈다. 하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2016년에 좀더 유연한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6년 5월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개시되고, 8월31일 탄핵이 확정돼 물러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은 탓도 있다. 2014년 이후 이어진 저유가와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인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 폭락도 상황 악화의 주범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축소되는 상황이다. 2010년 소비와 투자 확대에 힘입어 7.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브라질 경제는 이후 점차 성장세를 잃어갔다. 2011~2013년 성장률은 각각 2.7%, 1.0%, 2.5%를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0.1%에 그쳤고 급기야 2015년에는 -3.7%로 떨어졌다. 2016년도 -3.2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물가, 실업률, 금리는 오르고 재정수지는 악화되는 게 브라질의 현실이다. 
 
물가는 2015년 고공 비행을 이어가 상승률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6%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정부 증세로 인한 전기료와 수도료, 연료비, 교통요금 등 생활 비용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12월 기준 6.3%로 여전히 높으며 2017년 1월도 5.4%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016년 1분기 10.9%를 기록한 이후 계속 상승해 4분기에 12.0%를 기록했다. 
 
   
▲ 한 영국 음악인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 소녀들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브라질의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 활동’의 하나로 청소년 교육 지원 사업을 벌인다. REUTERS
 
국내외 기업, 앞다퉈 CSR 활동 
이렇듯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브라질에는 한국 기업이 70곳 정도 진출해 있으며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CSR 활동을 한다. 브라질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축구 관련 사회 공헌 활동이 많다. KOTRA 상파울루무역관은 브라질 한인의사협회, 한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정기적으로 상파울루 교외 빈민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한다. 브라질에서 기업의 CSR 활동은 크게 지역 인프라 투자, 공립학교 투자 및 교육 기회 증대, 취약 계층 지원 등이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자동차는 시청이나 축구클럽과 공동으로 축구교실을 운영한다. 또 치과 클리닉을 운영해 2년 동안 어린이 2만1천 명을 치료했다. LG전자는 어린이 축구팀 유니폼 지원, 정기적인 빈민촌 물품 지원 활동을 한다. 삼성전자는 학생들의 과학지식 활용을 위한 ‘투모로 솔루션’ 공모전을 열고, 공립학교에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갖춘 스마트 교실을 설치했다. 현지 한인 의류기업 말라게타(Conf. Malagueta)는 아동복 판매금액을 소아암센터에 지원했다. 
 
현지에 진출한 다른 나라 기업들도 비슷한 활동을 벌인다. 자동차 기업 피아트는 12~15살 빈곤 계층 학생을 위한 문화 교실을 운영하고, 식음료업체 펩시코는 물이 부족한 북동부 지역 주민에게 물 공급을 지원한다. 식품업체 다논은 취약 계층 여성들을 판매사원으로 채용하고, 산업장비 업체 디어앤컴퍼니는 지방 도시 학생들에게 음악 수업을 지원한다. 제약 회사 존슨앤드존슨은 고체 쓰레기 분리수거 업체와 쓰레기 수거인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돕는다. 
 
브라질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발레는 지방 광산도시의 공립 병원에 의료장비 기증 사업을 했고,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는 ‘장애아동 및 가족협회’와 함께 스포츠 교실을 운영한다.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는 학생들에게 교육비 일체를 지원하는 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화학 회사 브라스켕은 쓰레기 수거인 교육을 지원한다. 
 
많은 기업이 CSR에 적극 나서지만, 여기에는 간단치 않은 고민도 숨어 있다. 기업이 CSR 활동을 단기적인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추진하면 진정성 없는 것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반면 기업의 성과와 관계없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장기간 추진하면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기업의 이익 추구와 현지 사회 기여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자사의 핵심 역량에 기반하고, 현지 문제 해결을 돕는 활동이 바람직하다. 핵심 역량에 기반한 활동으로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인데 이는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수혜국에 기부해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사회 문제 해결을 돕는 방법이 있다. 전염병과 바이러스 제거를 위해 자사 방역 연무기를 신흥국 농촌 지역에 기부하면 제품 브랜드도 알리고 보건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 서비스로 해외 기술학교를 설치해 현지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도 있다. 또 자사가 개발한 건축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신흥국 대학에 기부해 건축설계사 양성을 도우면, 미래 소비자인 공학도 학생들에게 자사 소프트웨어를 널리 알릴 수 있다. 정부 연구기관도 시험 인증, 연구·개발, 유휴 장비와 운영 경험을 신흥국 연구소에 제공해 신흥국의 연구·개발 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 기업들은 수혜국 농어촌 개발에 참여해 지역의 소득 증대, 환경 개선, 인력 양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생산된 농수산물과 가공품을 수입해 원료로 쓸 수 있다. ‘모든 원조는 정치적이다’라는 말이 있듯 CSR 활동도 이유가 있다.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한국이 2조달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흥국을 단순히 수출과 투자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상대국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쌍방향 글로벌 상생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한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길이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 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