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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전쟁의 뒤얽힘 그 위에 세운 ‘공급 사슬’
[경제와 책] 역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권범철 번역자 paledall@gmail.com
권범철 번역자  
 
이 책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릿속에 세계지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거기에 무역의 상(像)을 더하면 여러 선이 그려질지 모른다. 뉴스 화면에서 흔히 보듯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향하는 화살표 모양의 선 말이다. 그 이미지에서 국가는 무역과 같은 활동을 수행하는 단위로, 또 국경은 하나의 기준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미지는 전 지구적 무역의 객관적 재현으로 보인다. 국가들이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상품의 흐름이 있을 뿐,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좀더 적극적으로 보면 그 이미지는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칸트는 무역의 확대가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무역은 민간의 평화로운 활동이며 전쟁과 대립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 데보라 코웬 지음 | 권범철 옮김 | 갈무리 펴냄 | 2만2천원
그러나 <로지스틱스>의 저자 데보라 코웬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지리학)는 무역과 전쟁의 구별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뿌리 깊게 뒤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로지스틱스의 두 가지 의미, ‘병참’과 ‘물류’의 개선 방안을 논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군사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얽힌 전 지구적 무역의 폭력을 드러낸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 앞서 그린 세계지도를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 
 
다시 그린 지도에서 국경은 흐릿해진다. 대신 국경을 가로지르는 흐름의 궤적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공급 사슬’로 불리는 이 네트워크 공간이 로지스틱스의 전형적 공간이다. 로지스틱스의 결정적인 몫은 단순히 생산의 지구화가 아니다. 국민경제를 ‘관(貫)국가적’(transnational, 국민적·인종적 경계를 가로지른다는 뜻을 담은 사회과학 용어 -편집자) 시스템으로 재조직화하는 걸 뜻한다. 
 
오늘날의 지구적 경제, 자본의 이해관계는 이 공간의 안전에 달려 있다. 상품을 빠르고 안전하게 순환시키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에 따라 이 공간의 보안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공급 사슬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권위가 재구성되는 세계지도가 부상한다. 이 책은 그 지도가 실현해나가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며, 그것의 주된 동력은 공급 사슬 보안의 논리다. 
 
공급 사슬 보안은 세계은행에 따르면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과 그로 인한, 시민과 사회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 안녕에 대한 위협을 다루기 위해 적용되는 프로그램, 시스템, 절차, 기술 그리고 해결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은 ‘사회의 안녕에 대한 위협’과 같다. 따라서 공급 사슬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악마화되며 이를 막기 위해 법을 넘어서는 예외적 조처, 심지어 군대가 동원된다. 
 
2002년 국제항운노조가 전례 없는 대규모 노동자 사망에 항의하며 안전 절차를 준수하자 해운 고용주들은 노조가 태업을 교묘하게 조직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업장을 폐쇄했다. 딕 체니 당시 미국 부통령은 노조의 행동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선언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태프트하틀리법’을 로스앤젤레스·롱비치 항구에 발동했다. 이 법은 노조의 단결권 제약을 위한 것으로 노동자들의 직장 복귀를 명령할 수 있다. 이 사건은 로지스틱스의 대표적 인프라인 항구가 “법이 법을 훼손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시공간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공급 사슬 보안의 논리가 집단의 권리와 충돌하는 또 다른 대표 사례는 소말리아 해적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 거리로 잇는 아덴만에서 벌어지는 해적 행위는 상품과 자본의 순환을 교란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의 중요한 관심사다. 
 
아덴만, 즉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해적 행위가 증가한 주된 요인은 유럽 국가들의 불법 남획과 유독성 폐기물 불법 투기였다. 이는 소말리아 어업을 완전히 파괴했고 지역 어부들의 생계 원천을 없애버렸다. 이른바 ‘해적’은 자발적 해안경비대이며 지역 어부와 거의 동일한 사람들이었다. 왜 이들은 ‘해적’으로 불리는가? 해적 행위라는 “법적 딱지”가 제국이 “폭력의 정치적 사용”을 감출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가주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역(바다)을 통치하기 위해 제국적 권력은 “해적이라는 사회악”을 만들어냈고 소말리아의 주권 해상 공간은 외국 군대가 개입할 수 있는 사실상의 예외 공간이 됐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2년 5월 소말리아 해안가의 마을을 폭격했다. 이렇게 “해적이라는 범주는 제국적 권력의 형식적(영토적) 관할권을 넘어서 통치하는 수단을 제국적 권력에 제공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노동자나 지역민의 안전이 공급 사슬의 안전에 우선할 수 없으며, 공급 사슬 보안의 대상은 상품 흐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상품과 그것의 순환 시스템이다. 
 
이처럼 저자는 항구나 해적 구역뿐 아니라 국경, 도시 같은 길목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품을 순환시키기 위한 노력이 생산하는 집단적 폭력을 폭로한다. 이를 통해 어떻게 “로지스틱스와 더불어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새로운 법의 사용이, 새로운 살육 논리가, 새로운 세계지도가 도래”하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로지스틱스는 순수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매우 정치적이며 군사적인 기획이다. 그것이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배달받는 우리의 ‘평화로운’ 삶이 기대고 있는 지반이다. 
 

 
● 인사이트 책꽂이
 
   
 
글로벌 트렌드 2035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지음 | 박동철 외 옮김 
한울 펴냄 | 1만5500원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장’ 직속 기관으로 정보기관들을 위한 정보 수집, 분석을 맡는다. 이 책은 위원회가 4년에 한 번씩 내는 공개 미래 예측 보고서다. 2017년 1월 나온 보고서는 2035년까지 세계 장기 추세 예측과 각 지역별 정세에 관한 5년의 단기 예측을 담고 있다. 전세계 생산가능인구 변화 추정치, 지구 표면 온도 변화, 주요 국가별 인구 변화 등 다양한 그래프를 곁들였다. 
 
 
 
 
   
 
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 
차두원 외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 1만9800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점점 자주 등장한다. 같은 용어를 쓰면서 다른 말을 하는 일도 흔하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국내외 필자 15명이 분야별로 변화 추세를 썼다. 로봇, 인공지능, 인공감성,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드론, O2O와 공유경제, 핀테크, 디지털 헬스 케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다뤘다. 목차만 봐도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이들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4.0 
필립 코틀러 외 지음 | 이진원 옮김ㅣ 더퀘스트 펴냄 | 1만6천원 
4차 산업혁명이 뭔지도 혼란스러운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장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하는 책까지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시장 변화는 크게 3가지다. ‘수직적·배타적·개별적’에서 ‘수평적·포용적·사회적’으로 양상이 변하고, 고객의 연결성이 중요해지며, 완전히 새로운 고객 유형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고객은 젊은이, 여성, 네티즌이며 이들이 디지털 하위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책은 주장한다. 
 
 
 
 
 
   
 
절세테크 100문 100답 
장보원 지음 | 평단 펴냄 | 1만8천원 
현직 세무사가 세금을 덜 내는 방법에 대해 썼다. 1부에서는 개인사업자들을 위한 홈텍스 사용법, 사업자 등록과 유의 사항,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무엇이고 어떻게 신고하고 납부하는지 세무조사 대처 방법 등을 다룬다. 2부에서는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등 개인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친·인척과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세금, 이혼하면서 내는 세금, 주택 관련 세금, 국민연금에 얽힌 세금 등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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