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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꾸며대도 흰 눈은 ‘흰 눈’
[곽윤섭 기자의 '포토 인']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족(에스키모)은 눈을 표현하는 낱말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번역가이자 전기 작가인 데이비드 벨로스는 <내 귀에 바벨 피시>라는 책에서 이 ‘에스키모 낱말 날조’가 오래전 폐기됐다고 말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의 로라 마틴은 1986년에 낸 논문 ‘에스키모의 눈 낱말’에서 어떻게 에스키모의 눈 단어가 수백 개로 부풀려졌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에스키모의 다양한 눈 낱말’은 1911년 인류학자 프란츠 보애스가 최초로 언급했는데 땅 위에 쌓인 눈은 ‘아푸트’(aput), 떨어지는 눈은 ‘카나’(qana), 바람에 날리는 눈은 ‘피크시르포크’(piqsirpoq), 그리고 바람에 날려 쌓인 눈더미는 ‘퀴무크수크’(qimuqsuq) 등 별개의 단어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보애스는 ‘어근’ ‘단어’의 구분에 대해 무신경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누이트의 언어는 포합어로 교착성이 강하다. 동사에 접미사, 형태소 같은 것이 주렁주렁 달려서 띄어쓰기 없는 하나의 문장상당어(sentence word,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경우)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Tusaatsiarunnanngittualuujunga’는 ‘듣다’라는 뜻의 ‘Tusaa’에 많은 접미사를 붙여 만든 “나는 잘 들리지 않아”라는 문장상당어다. 이런 식이면 이누이트족은 모든 사물이나 동작에 대해 수백 개씩의 단어를 갖는 셈이다. 명사에 수식어를 붙여서 표현하는 영어의 방식을 비교해보자. ‘떨어지는 눈’(falling snow), ‘바람에 날리는 눈’(blowing snow), ‘땅 위에 쌓인 눈’(snow on the ground)을 별개의 단어로 규정하는 오류와 같다. 
 
보애스의 주장으로 시작된 ‘에스키모 눈 낱말 날조’는 몇몇 언어학 교과서와 <뉴욕타임스> 등 언론이 재인용을 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의 상징이 되었다.
 
‘에스키모 눈 낱말 날조’는 이들이 날고기만 먹고, 노인을 죽이기 위해 유빙으로 보낸다거나, 낯선 이에게 아내를 선물로 제공한다는 것만큼 황당하다. 이누이트족은 외국 관광객을 위해 눈을 표현하는 단어를 새로 만들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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