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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기농 우유 선구자의 ‘작은 혁명’
[Trend] 유기농 낙농인조합 ‘비오레’의 성공 전략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마리옹 페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직접 집유 시스템 구축해 유가공 업체 의존에서 탈피… 유기농 우유 확산에 크게 기여
 
유럽연합이 우유 생산 쿼터제를 폐지한 이후 공급이 넘쳐나면서 우유 가격이 하락했다. 그 결과 많은 낙농인들이 피해를 봤지만 유기농 원유를 생산하는 농장은 상대적으로 위기를 잘 버티고 있다. 여기에는 프랑스의 유기농 낙농인조합 ‘비오레’의 몫이 컸다. 유기농 낙농인들은 비오레를 통해 조직적으로 뭉쳐 직접 집유 시스템을 갖추면서 유가공 업체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낙농업계에서 이는 작은 혁명으로 불릴 정도다. 비오레의 성공을 계기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유기농 우유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라 푸르밀리에르> 기자
  
프랑스 북서부 멘에루아르의 르블레 낙농농장. 목재 축사에서 젖소 85마리가 평화롭게 목초를 되새기고 있다. “모든 사료를 농장에서 직접 만들었다.” 아버지, 부인과 르블레 농장을 운영하는 가엘 부테이예의 말에는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 르블레 농장은 2014년 유기농 농장으로 공식 전환한 뒤 사료를 자체 생산한다. 르블레 농장 젖소는 오직 유기농 사료만 먹는다. “진짜 만족스럽다. 유기농 사료만 먹이니 소의 생리적 욕구를 존중하고 그러면서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우유를 생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자체 우유 집유·운송 시스템을 구축한 프랑스 유기농 낙농인조합 ‘비오레’가 유기농 우유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한 낙농인이 프랑스 북서부 멘에루아르의 유기농 농장에서 집유하고 있다. REUTERS
 
르블레 농장은 연간 우유 55만ℓ를 생산한다. 프랑스 낙농농장이 평균 젖소 58마리를 키우고 농장당 연평균 우유 생산량이 38만5천ℓ인 것을 감안하면, 르블레 농장은 규모로 보나 우유 생산량으로 보나 상위 농장에 속한다. 르블레 농장의 공동 소유주 3명이 해마다 이렇게 생산한 우유를 팔아 버는 총수입은 각각 3만유로(약 3800만원)에서 4만유로(약 5천만원)다. 이 정도라면 일반 낙농농장 못지않은 수입이다. 아니, 그것도 2015년 상황이고 유럽연합(EU)의 우유 생산 쿼터제가 전면 폐지된 여파로 우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반 낙농농장의 연간 총수입이 평균 1만6천유로(약 2020만원)로 감소했으니, 르블레 농장이 일반 낙농농장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것이다. 르블레 농장은 2016년 우유 대란을 잘 극복했다.
 
그런데 2012년 부테이예 가족이 유기농 전환을 시작했을 때, 농장과 원래 계약을 맺고 있던 유가공 업체는 르블레 농장이 앞으로 생산할 유기농 우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르블레 농장이 이 업체의 유기농 우유 집유망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이유였다. 부테이예 가족은 유기농 낙농농가가 모여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한 ‘비오레’(Biolait)에 눈을 돌리게 됐다.
 
비오레란 상호는 글자 그대로 유기농 우유를 뜻한다. 가장 큰 특징은 낙농농가가 원유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유를 모아 유가공 업체에 직접 운송한다는 것이다. 낙농농가가 집유하는 방식은 프랑스 낙농업의 일반 관행과 많이 다르다. 프랑스에서 집유는 보통 유가공 업체와 낙농협동조합이 담당한다. 비율을 따지면 45%는 유가공 업체, 55%는 낙농협동조합이 담당한다. 낙농협동조합은 가공 설비를 갖춘 곳이 대부분이며 낙농농가가 지분을 갖긴 하지만 실제 운영 상황을 보면 협동조합의 특징은 거의 없다.
  
비오레, 프랑스 유기농 우유 30% 차지
비오레는 1994년 설립됐다. 직접 집유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애초부터 가장 중요한 설립 목적이었다. 당시 설립자 6명은 브르타뉴와 루아르아틀란티크의 낙농 농장주였다. 이들은 미래 유기농 우유 소비 증가에 대비해 공급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확신했지만 유가공 업체들은 유기농 우유 집유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기농 낙농농장이 전국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어 가공업체가 유기농 우유 집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수익성이 낮았다. 그래서 비오레 설립자들은 집유차와 트럭을 공동 구매해 우유를 가공업체 공장까지 가져다줄 운송 수단을 보유했다. 덕분에 이들은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는 집유·가공 업체 의존에서 벗어났다.
 
낙농업계에서 이는 작은 혁명에 가까운 일이다. “문화적으로 말해 프랑스 낙농인들이 우유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까지 한다는 건 굉장히 낯선 경험이다. 집유차를 몰고 와서 우유를 받아 가고 대금을 내는 쪽은 언제나 가공업체였으니까.” 스테파니 파조 전국유기농농업연맹(FNAB) 회장의 설명이다. 
 
비오레는 더 많은 낙농농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회사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한다. 조합원 800명은 각자 지분에 따라 해마다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여해 정책을 결정하고, 이 정책은 직원 62명이 집행한다. 참고로 직원 62명 중 30여 명이 집유차 운전 기사다. 가엘 부테이예는 주주총회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다. “총회는 조합원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다. 최근 총회에서 조합원 모두 수입 사료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합원 간 연대는 비오레를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다. 비오레 덕분에 조합원들은 집유 비용을 공동 부담해 생산비를 낮췄다. 조합원은 농장 위치와 상관없이 ℓ당 동일한 가격을 매달 원유 대금으로 받는다. 2015년 비오레의 ℓ당 가격은 0.43유로(약 540원)였다. 반면 같은 해 일반 우유의 ℓ당 가격은 0.33유로(약 414원)였다. 연말에 조합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수입은 조합원에게 분배되고 조합이 재정 자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합보장기금을 구성한다.
 
현재 비오레의 연간 집유량은 1억6천만ℓ로, 프랑스 유기농 우유의 30%를 차지한다. 비오레 정책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대부분 일반 유가공 업체에 집유를 의존하는 비조합원 유기농 우유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스테파니 파조 회장은 유가공 업체가 비오레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집유 가격을 비오레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2015년 유기농 우유의 평균 집유 가격은 ℓ당 0.44유로(약 552원)였다.
 
오늘날 비오레는 순항을 거듭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비오레는 낙농업계에서 현재 위치까지 올라가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감수했다. 특히 유가공 업체들은 비오레라는 새로운 중간 매개자의 등장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비오레가 판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우유는 쉽게 상해 신속하게 판매해야 하는 상품이다. “비오레는 가공설비를 갖추지 않았다. 가공설비가 없으니 우유를 과도하게 생산할 경우 대응 수단이 없다.” 지앙 모로 프랑스 유가공산업연맹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공장이 없으면 우유를 저장하기 용이한 분유나 버터로 가공하는 게 불가능하다.
 
유기농 우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 하락의 위험이 있을 때 비오레는 유기농 우유를 시장에 내놓아 가격 하락을 감수하기보다 일반 우유 유통망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2002년이 그랬다. 비오레는 2002년 총회에서 비싼 우유의 집유 중단을 승인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우유 생산자는 비오레가 아닌 다른 유가공 업체의 일반 집유 시스템을 이용했지만, 비오레 조합원으로 남아 있으면서 비오레 집유 가격과 유가공 업체 집유 가격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 보상금을 받았다. 또한 비오레는 원래 우유뿐만 아니라 산양유와 염소유도 취급했지만 같은 해 총회에서 오직 우유 생산과 집유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총회 차원에서 집단 감산을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을 조합 운영 규칙에 명시하려는 시도가 실패했지만, 조합원들은 최근 마침내 이 조항이 포함된 운영 규칙을 승인했다. 전국우유생산연맹 앙드레 보나르는 비오레의 성공 요인을 설립자들이 조합의 방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판로 확대 위해 유통사를 파트너로
비오레는 판로 다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현재 프랑스 유기농 원유 가공 업체는 163개이며, 비오레는 이 중 100여 곳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비오레의 고객층은 그야말로 꽤 넓다. 예로 비오레는 프랑스 유일의 유기농 마루알(maroilles·프랑스 아르투아 플랑드르 지방에서 소의 생유나 살균유를 세척해 숙성시킨 치즈 -편집자) 생산업체에 치즈 가공에 필요한 원유 1천ℓ를 공급하는 유일한 원유생산조합이다. 다른 생산자는 1천ℓ가 너무 소량이라며 공급을 거절했지만 비오레는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비오레가 중소업체와만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실(Sill)이나 다논 또는 소디알(Sodiaal) 같은 대기업도 비오레의 고객이다. 테오필 주브 비오레 대표는 자신들이 대량 집유 시스템을 갖추고 가공업체의 필요에 따라 맞춤 원유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과 이력 추적 관리가 엄격하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는다.
 
고객이 유가공 업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비오레는 자체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 비오쿱(Biocoop)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 밖에도 안정적 판로 확보를 위해 대형 유통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2011년 유통조합기업 ‘시스템 유’(Systeme U), 루아르 지역 유가공 업체 생드니 드로텔(LSDH)과 체결한 3자 계약이 대표 사례다. 현재 시스템 유는 해마다 우유 2100만ℓ를 ‘유 비오’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데, 이 우유는 전량 비오레 조합원들이 생산하고 LSDH가 포장을 한다. 시스템 유의 신선식품 담당이사 에리크 테유는 “시스템 유의 일반 가공식품 시장점유율이 10%이지만 유기농 우유 부문에선 소비자에게 비오레-시스템 유-LSDH 3자 협력 관계를 알리고 비오레 조합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한 덕분에 시장점유율이 19%에 이른다”고 말했다.
 
2013년 비오레는 프랑스 농림부가 승인한 첫 번째 생산자 상업단체가 되었다. 당시 농림부는 2015년 유럽연합(EU) 우유생산 쿼터제 폐지를 앞두고 낙농농가들이 생산자 단체를 결성해 유가공 업체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것을 권장했다. 그 결과 유기농 우유 업계도 전국유기농농업연맹의 주도로 ‘프랑스유기농우유협회’라는 전국 규모의 단체를 조직했다. 스테파니 파조 농업연맹 회장은 프랑스유기농우유협회가 아직 생산량을 전국적으로 공동 관리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았지만 점차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모두 동의하다시피 이런 조직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유기농 우유 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정도로 지속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 덕이 컸다. 가계의 유기농 우유 소비는 2014~2015년 13%나 증가했다. 일반 우유 소비는 같은 기간 2% 감소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유제품 총매출액이 250억유로(약 31조5천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유기농 유제품의 시장 규모는 아직 6억6천만유로(약 8366억원)로 전체 시장의 4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낙농농가의 유기농 전환은 꾸준히 늘고 있다. 프랑스의 유기농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 산하기관 유기농농업발전국에 따르면, 2015년 2400곳이 새로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330곳이 유기농 전환을 시작했다. 유기농 전환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2016년 600곳이 넘는 농장이 유기농 전환을 신청했다.
 
비오레는 새 유기농 낙농농가를 모두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실제 비오레 정관에는 조합 목적을 “유기농 농업이 비유기농 농업을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 유기농 농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프 바롱 비오레 회장은 유기농 농업 전환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만, 비유기농 농장들이 단체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어 유기농 농업 전환이 앞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마뉘엘 발스 전 프랑스 총리(왼쪽)가 2016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서 유기농 우유로 만든 치즈를 맛보고 있다. 프랑스에선 유기농 우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정도로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REUTERS
 
■ 국가별 유기농 우유 생산자 단체 조직 현황
유기농 우유 생산자들이 우유를 판매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도록 설립된 단체가 비오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전략을 갖춘 유기농 우유 생산자 단체가 결성됐다. 1994년 설립된 영국 옴스코(OMSCO)는 조합원 300명이 있고 생산량 기준 유럽 최대 유기농 우유 생산자 단체다. 옴스코는 공동 집유뿐만 아니라 가공과 판매까지 담당하며 일부는 수출도 한다. 2015년 옴스코의 집유량은 영국 유기농 우유 총집유량의 60%에 해당하는 2억8천만ℓ였다.
 
독일에서는 유가공 업체 40여 개가 유기농 우유 집유를 담당한다. 이 중 4곳이 생산자조합으로 독일 유기농 우유의 25%가 이곳에서 집유된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소규모 단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지역 특산 유기농 유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에 기반을 두는데, 예로 독일 남부 튀빙겐에 위치한 ‘투 비오’(Tu Bio)를 들 수 있다. 투 비오는 생산자 5명이 설립한 단체로 소비자도 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럽 7개국에서 조합원 1만2700명을 거느린 유가공협동조합 아를라(Arla)가 유기농 우유 집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나투르멜크(Naturmaelk) 같은 소규모 생산자조합도 유기농 우유 시장에 진출해 있다. 나투르멜크는 조합원 36명의 생산자 단체로, 집유와 가공을 담당하며 유명 식당과 대형마트에 유기농 우유를 공급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월호(제364호)
Biolait, le lait solidaire et biologique
번역 민지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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