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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바이러스… 뒷북치는 정부
[국내 이슈]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김소연 dandy@hani.co.kr
해마다 피해 끊이지 않는데도 조기 대응 시스템, 지자체 전문인력 못 갖춰
 
2003년부터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태가 2016년 말 사상 최대 피해를 끼쳤다. 이렇게 사태를 키운 것은 정부의 총체적 무능 탓이다. 정부는 농가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전문 방역 인력도 키우지 않았다. 사태를 확산시키는 주요 매개체인 오리 관련 대책도 거의 없다. 심지어 엉터리 소독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조차 게을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번에 확실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바이러스 공습’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김소연 <한겨레> 기자
 
“철새는 억울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할 때마다 철새는 늘 ‘주범’으로 꼽힌다. AI의 시작을 알리는 게 야생 조류의 분변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을 기록한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11월11일 충남 천안 풍세면 남관리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닷새 뒤 11월16일 농가에서 AI가 확진되면서 본격적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AI 발생 두 달 만에 가금류 31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알 낳는 닭인 산란계는 2035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전체 사육 대비 33%가 사라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피해다.
 
정부는 전파력이 빠르고 폐사율이 높은 ‘H5N6형’ 고병원성 AI가 중국이나 홍콩에서 감염된 야생 조류를 통해 한국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에서 검출된 ‘H5N6형’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중국 광둥성과 홍콩에서 유행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발표대로 야생 조류가 AI라는 ‘불씨’를 가져다준 것은 맞다. 하지만 초기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얼마든지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불씨를 대형 화재로 만든 것은 인재다. 철새는 먹이와 서식처를 찾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 죄밖에 없다.
 
AI는 국내에서 2003년 이래 13~669일간 지속되면서 이번을 포함해 7차례나 발생했다. 최종 살처분 뒤 석 달 동안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 청정국 지위를 되찾는다. 한국은 ‘AI 발생→청정국 지위 확보→AI 발생’을 단기간에 반복하며 13년여 동안 대부분의 해를 AI 감염 상태로 지냈다. 13년여간 살처분된 닭과 오리가 7500만 마리다. 살처분 보상금·생계소득안정 등 직접적 피해 수습에 사용한 정부 재정은 9천억원에 이른다. 농가의 생산 감소와 닭·오리 산업 위축, 치솟는 달걀 가격 등 간접적 영향까지 계산하면 피해액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 도래지에 철새들이 모여 있다. 2017년 1월10일 이곳 조류 분변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 차단에 총체적 무능을 드러내면서 “언제까지 철새만 탓할 셈이냐”는 탄식 어린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 한 달 만에 범정부 차원 회의
이번에 피해가 가장 컸다. 두 달 만에 31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고, 재정만 3천억원 가까이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재정 집행 중)이다. 2014~2015년엔 669일간 2381억원을 썼는데, 10분의 1도 안 되는 기간에 더 큰 피해 수습 비용을 치른 셈이다. AI 바이러스는 점점 강력한 형태로 변이해왔는데, 반복되는 정부의 허술한 방역으로 경제적 충격은 계속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피해가 컸던 것은 초동 방역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바이러스 특성상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특히 새롭게 유입된 ‘H5N6형’ 고병원성 AI는 너무나 강력했다. 반면 정부 대응은 허술했다. AI의 국내 유입이 확인된 것은 2016년 11월11일이었고, 11월16일 닭·오리 농장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범정부 차원의 회의가 열린 것은 한 달 만인 12월12일이었다. 이미 전국적으로 퍼진 상태였다. 나흘 뒤 12월16일에야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운 것이다.
 
AI 감염은 상당 부분 농장주나 주변 관계자의 옷·신발·차량 등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소독과 이동 금지, 살처분 등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AI 바이러스가 야생 조류에서 확인됐거나 농장에서 첫 확진 판정됐을 때 위기경보 최고 단계에 준하는 강력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야생 조류나 농장에서 AI 첫 확진이 나왔을 때 그것이 국내 최초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당 부분 확산 뒤 신고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최초 발생 사례로 보고 소극적 방역을 하면 이미 때는 늦다”고 말했다. 
 
초기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된 위기경보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바이러스는 확산되는데, 위기 단계를 올릴 때마다 모여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지금 방역 시스템이다. 일본처럼 AI가 발생하는 순간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일본은 우리와 발생 시점이 비슷했지만 대처 방식이 크게 달랐다. 2016년 11월21일 야생 조류 분변에서 AI가 검출되자 바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려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같은 달 28일 농장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고, 다음날 자위대가 들어가 살처분 작업을 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즉각 연락센터를 설치해 적극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농수산성 산하 AI대책본부가 설치되고, 자민당도 별도 대책본부를 만들었다. 가금류 10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한국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물론 일본은 닭 사육 밀집도가 한국보다 낮고 오리를 거의 키우지 않는다는 점도 피해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현장에서 손발 구실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전문 방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방역에 구멍이 뚫린 이유다. 매뉴얼이 철저해도 실행할 사람들이 준비되지 않으면 방역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총 660명으로 적정 인원(1283명) 대비 50% 수준이다. 가축방역관이 아예 없는 시·군·구도 70곳이나 된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방역에서 가장 필요한 게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다. 해마다 AI가 발생하는데 지자체에 방역 인력이 없는 게 말이 되냐”며 “10년 넘게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정부가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역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방역 업무를 ‘과장’이 맡고 있다. 농림부가 방역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려면 최소한 가축질병 방역 담당이 국장급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부가 축산업도 맡고 있기 때문에 산업의 경제 피해를 우려해 방역에 적극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방역 업무를 국민안전처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농림부는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던 2016년 12월15일 살아 있는 토종닭의 유통 금지를 풀었다. 토종닭을 키우는 농가들이 닭을 출하하지 못해 피해가 크다며 불만을 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들에서 AI가 퍼질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농림부는 이틀 만인 17일 다시 유통을 금지했다. 정부가 산업 피해와 방역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것이다.
 
AI 확산의 ‘불쏘시개’ 구실을 하는 오리 농가에 대한 집중 관리도 중요한 업무다. ‘밀집 사육’이란 특성 때문에 가금류 수로 봤을 때 산란계 피해가 컸지만, 발생 건수로 보면 오리도 만만치 않다. 1월13일 기준 327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했는데 산란계 140곳, 육용오리 104곳, 종오리 31곳 등 닭과 오리가 비슷하다. 2014년엔 육용오리가 117곳으로 산란계 27곳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인필 충북대 교수(수의학)는 “철새가 AI라는 불씨를 넣어준 거고, 오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오리는 AI와 공생관계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잘 죽지 않아 바이러스가 계속 퍼진다”고 설명했다. 야생 조류 가운데 청둥오리나 가창오리 등 오리류는 AI에 감염돼도 뚜렷한 임상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일본이 방역도 철저하지만 오리 사육 농가가 없다는 것이 AI 피해가 적은 이유 중 하나다.
  
감염 확산의 매개, 오리 대책 시급
전국 오리 농가는 1538곳(20마리 이상 사육 농장)이다. 오리 농가의 90% 이상이 기업에서 위탁받아 키우는 등 계열화돼 있다. 농가 처지에선 자기 오리가 아닌데다 비용을 아끼려다보니 방역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오리 주인인 기업에 방역 책임을 맡기고, 허술하게 하면 불이익을 줄 필요가 있다. 또 오리 농가 사육 환경이 굉장히 취약한 만큼, 정부가 아예 소독을 잘할 수 있도록 방역실을 지어주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예 철새 도래지 주변에선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육용오리 사육을 금지토록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역의 가장 기본인 소독부터 엉망이었다는 점도 사태를 키웠다. 발생 농장의 역학조사를 해보니, 88% 농장에서 효력이 떨어지는 ‘맹탕 소독제’를 썼다. 소독약품은 지자체가 일괄 구입해 나눠주거나 농가가 직접 산다. 소독약품의 실효성은 AI 발생 초기부터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인데도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 소독약품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효과가 확실한 소독제를 중앙정부가 선정해 지자체나 농가에 사용을 권고하면 된다. 영국에선 구제역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소독약을 선정한다고 한다.
 
   
▲ 국민안전기술포럼이 2017년 1월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위한 과학기술은?’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의 참석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제대로 방역 대책을 마련해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거의 매년 반복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연합뉴스
 
이번 AI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어마어마한 산란계 피해다. 살처분된 닭·오리 3123만 마리 가운데 산란계가 2300만 마리로 73.6%를 차지한다. 산란계 피해가 컸던 원인 중 하나가 밀집사육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한번 감염되면 살처분 마릿수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역 환경도 열악하다. 산란계 농가는 달걀을 꺼내기 위해 수시로 차량과 인력이 오가다보니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크다. 밀집사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 사육으로 AI 발생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친환경 사육으로 산업 체계를 바꾸면 닭과 달걀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농가·소비자·전문가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AI 사태가 터질 때마다 철새 탓만 할 것인가? 정부는 그동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확실히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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