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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칩셋 시장 퀄컴 독주 깨질까
[국내 이슈] 공정위, 퀄컴에 ‘1조원 과징금’ 법정 혈투 초읽기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이준길 j.gil.lee@gmail.com

삼성·LG 등 로열티 재협상 예고에 시장 경쟁 촉진 기대… 퀄컴은 “불복 소송”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전화 칩셋 특허권 보유사인 미국 퀄컴에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1조300억원의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렸다. 지금까지 퀄컴의 횡포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퀄컴은 “수십 년간 문제되지 않았던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퀄컴 중심 독점적 생태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소비자가 단기간에 휴대전화 가격 인하 등 반사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퀄컴이 이번 제재에 반발해 법정 공방에 나서기로 한 만큼 송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4년여 뒤에나 혜택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12월21일 퀄컴의 비즈니스 관행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문제가 된 거래 관행을 공정거래법에 부합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대해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정위의 의결서가 도착하면 곧바로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전화 칩셋 특허권 보유사인 미국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면서 모바일 칩셋 시장의 퀄컴 독주가 깨질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퀄컴 본사. 연합뉴스
 
이동통신산업은 크게 △특허라이선스 시장 △모뎀칩셋 등 부품 시장 △휴대전화 시장 등으로 나뉜다. 퀄컴은 특허라이선스 시장,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2세대(CDMA), 3세대(WCDMA), 4세대(LTE)에 걸쳐 최다 표준특허기술(SEP)를 가진 사업자다. 표준특허기술은 특정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하기 위해 필수로 있어야 하는 특허를 말한다. 하나의 표준특허기술만 보유하면 관련 시장의 완전한 독점력을 갖게 된다. 퀄컴의 2세대, 4세대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각각 83.1%, 69.4%다. 2016년 기준 퀄컴의 전세계 모뎀칩셋 및 특허 로열티 매출액은 약 251억달러(약 30조원)다. 한국에서만 2016년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이 보유한 표준특허기술이 주로 칩셋에 구현돼 있는데, 경쟁 칩셋사에는 특허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면서 휴대전화 제조업체에는 일방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해왔다. 이런 사업모델을 통해 퀄컴은 독점력을 키워나갔다. 특히 라이선스 제공을 요청하는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제공했다. 또한 자신이 제조하는 칩셋의 공급을 볼모로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 이행을 강제하고, 특히 휴대전화 제조사에는 포괄적 라이선스만을 제공하면서 일방적으로 정한 조건을 강제했다.
 
공정위는 퀄컴의 부당한 거래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명령했다. 첫째, 모뎀칩셋 제조사가 요청하는 경우 특허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성실히 임하도록 시정명령했다. 둘째, 모뎀칩셋 제조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경우 판매처 제한, 칩셋 사용 권리 제한 등 부당한 제약 조건 요구 금지를 명했다. 셋째, 모뎀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관련 계약 조항 수정·삭제를 명했다. 넷째, 휴대전화 제조사와 특허라이선스 계약시 부당한 계약 조건 강요를 금지하고 휴대전화 제조사가 요청할 경우 기존 특허라이선스 계약 재협상을 명령했다. 다섯째,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휴대전화 제조사와 칩셋 제조사에 통지하고 신규 계약 또는 계약 수정·삭제시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공정위 “중대 위반” vs 퀄컴 “불복 소송”
이 시정명령은 한국에 본사를 둔 휴대전화 제조사와 칩셋 제조사뿐만 아니라 한국에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사업자와의 거래에도 적용된다. 퀄컴에 대한 과징금은 2009년 11월부터 7년간 관련 매출액(약 38조원)의 2.7%로 산정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과징금의 상한은 최고 3%로 공정위는 퀄컴의 행위를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봤다.
 
퀄컴은 공정위의 시정 방안이 보도되자마자 이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퀄컴은 “이번 공정위 결정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이어졌고 과거 퀄컴에 대한 공정위 조사에서 검토됐으나 문제되지 않았던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것으로, 전례가 없고 결코 유지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퀄컴은 이어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고 이번 제재의 상세한 내용을 확인하는 즉시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서울고등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30일 이내 의결서를 발송할 예정이나, 번역 작업 등을 거치면 통상 4~6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 퀄컴은 특히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와 산정 방식에 대해 법원에서 집중적으로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2016 회계연도에 한국에서 휴대전화 관련 퀄컴의 로열티 수입은 해당 기간의 전체 라이선스 수입 중 3%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퀄컴의 반응은 최근 중국에서 1조원 과징금 부과에 대해 즉시 납부하겠다고 한 것과 상반됐다. 퀄컴의 상반된 반응은 자사의 이해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제재는 퀄컴에 막대한 과징금 부과와 함께 중국 휴대전화기 제조사에서 받는 로열티(특허 사용료)를 내리고 표준필수특허에 다른 특허를 끼워 팔지 말라는 게 골자였다. 대신 퀄컴은 중국 정부의 제재로 그동안 로열티를 받지 못했던 중국 기업들로부터 특허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면 공정위는 퀄컴의 사업모델 자체를 문제 삼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퀄컴은 한국 기업은 물론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등 해외 스마트폰 업체, 그리고 인텔·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도 모두 정당한 특허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경우 퀄컴의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
 
의결서가 접수되면 퀄컴은 공정위에 30일 이내 이의신청 및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곧바로 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하면 4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퀄컴의 부당한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이 2009년 7월 내려졌지만 이에 대한 불복 소송이 여전히 법원에 계류 중이다.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가장 큰 쟁점은 로열티 매출 시장을 한국으로 한정하느냐, 아니면 세계 전체로 보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과징금 산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시정명령의 효력 범위와 관련해서도 외국에서 외국 사업자 간 거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과징금 산정은 반드시 한국에 한정해 부당이익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정위는 전세계 관련 매출을 기초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이에 대해 퀄컴은 “한국에서 라이선스 수입이 전체 수입의 3%에도 미치지 않는 정도이고, 한국 밖에서의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국제법 원칙과도 직접 충돌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공정거래법이 국내법으로서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퀄컴의 주장이 일견 타당한 면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정거래법 자체에서 국내시장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서도 법 적용을 명시하고, 이는 미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 당국의 법집행 관행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입장 역시 타당하다. 결국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퀄컴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수십 년간 문제가 되지 않은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2016년 7월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모뎀칩셋 시장 경쟁 활성화 기대
두 번째 쟁점은 공정위가 지적한 행위가 위법하느냐는 부분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어디까지나 퀄컴이 모든 사업자에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제공할 것(이른바 FRAND)을 확약한 대가로 표준특허 지위를 얻어놓고 이를 어겼다는 점이다. 다만 확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확약을 위반했다고 인정되더라도 그 법적 효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퀄컴은 “공정위 의결서가 다른 국가에서 부여된 지식재산권 또는 한국 외에서의 기업활동을 규제하려 한다면, 그만큼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는 국제법 원칙과 직접적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며 “퀄컴은 이에 전력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시정명령 조처로 앞으로 퀄컴은 국내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과 라이선스 가격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 공정위가 현재 휴대전화 가격을 기준으로 라이선스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과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재협상을 할 경우 라이선스 사용료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016년 초 퀄컴과 로열티 분쟁을 벌이다 4월에야 합의해 지연된 로열티 2억3500만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불공정 계약을 시정해 스마트폰 원가를 절감하고 퀄컴 중심의 독점적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체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퀄컴이 시정 조처를 통해 특허라이선스 계약과 모뎀칩셋 공급을 이원화하면 모뎀칩셋 시장의 경쟁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급하는 휴대전화 가격은 제조사의 출고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모뎀칩셋과 라이선스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즉시 내려갈지는 미지수다. 출고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라이선스와 모뎀칩 외에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많은 부품이 있고 마케팅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수년 뒤 소송이 종료되면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 판도가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퀄컴은 소송 등을 통해 불복 기간을 상당 기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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