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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꿈’ 아닌 새로운 꿈을…
[곽윤섭 기자의 '포토 인']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2017년 1월7일 토요일 낮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앞을 지나는데 창밖으로 한복 입은 한 무리가 춤을 추는 게 보였고 큰 소리도 들렸다.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보니 이들은 또 다른 무리와 함께 깃발을 들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큰 소리는 “워~”하는 구호였고 거듭 “예수~”를 부르짖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 길 건너 덕수궁 대한문 앞 관광객까지 모두 합해도 1천 명이 될까 말까 한산했다. 저녁이 되면 더 많이 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자인 듯한 이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제 자리를 잡겠습니다. 빈 공간을 찾아서 앉아주십시오.”

집회를 시작하려는 모양인데 엉뚱하게 들렸다. ‘빈 공간’이란 표현이 군더더기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천 명으로 서울광장을 빽빽이 메우려면 골리앗과 예티(히말라야산맥의 설인)와 진격의 거인들을 불러 모아도 힘들겠다. 서울광장 크기만 1만3207m²이니 1인당 13m²(약 4평)짜리 대형 텐트를 쳐야 할 판이다. 마이크 든 이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계속 주문했다. “빈 공간을 찾아서 앉아주십시오.”
 
박근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이 집회의 참석자들은 세 가지 깃발을 들고 다녔다. 태극기와 성조기와 십자가 깃발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나열한다.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이다. 이러하니 ‘촛불’도 들 수 있고 ‘태극기’도 들 수 있다. ‘태극기집회’를 주최한 쪽이 기독교 단체이니 ‘십자가’ 깃발을 드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데 성조기는? ‘표현의 자유’란 표현은 헌법에 따로 없고 제21조 1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니 표현의 자유에 따라 미국 국기를 드는 것은 가능한데 여전히 이해는 잘 되지 않는다. 혹시 “중국의 심기를 거슬리면서까지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으니 미국이 박근혜 탄핵을 중단해달라”는 뜻은 아닐까?
 
옛 시청사의 전면에는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 중에서 따온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한낮에 이상한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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