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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공장 30% 문 닫는다” 소문 흉흉
[Cover Story] 불확실 시대 생존 가이드- ① 침체 빠진 중소기업 공단 르포
[81호] 2017년 01월 01일 (일) 김연기 ykkim@hani.co.kr
2017년 새해가 찾아왔지만 국내 경제는 앞날이 첩첩산중이다. 내수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 경기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국내 경제의 앞길은 먹구름투성이다. 실제 민간 연구기관들은 2017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정치적 혼란과 가계 부채 등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짓누를 악재가 곳곳에 퍼져 있다. 국제 환경 역시 안갯속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경착륙 우려 등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다. 이처럼 전세계 경기 불황과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의 시대에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시대, 생존 가이드를 살펴봤다. _편집자
 
 
   
▲ REUTERS

중소기업 사장들 “목숨 건 버티기 들어가”… 새해부터 닥칠 ‘진짜 위기’가 더 걱정

중소기업의 근간인 지방 공단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산업단지들의 생산활동은 위축됐고 전통 제조업 공장들이 값싼 노동력과 토지를 찾아 해외 등지로 옮겨가면서 공단은 황폐화됐다. 그나마 돌아가는 공장에는 법정 최저임금만 받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수두룩하고 ‘좋은 일자리’는 자취를 감췄다. 새해를 앞두고 희망보다는 시름만 깊어가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숨 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김연기 부편집장
 
“공장 가동률은 자꾸만 떨어지고 그나마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남는 게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처해왔지만 요즘처럼 어렵기는 처음입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세우고 아들 형제가 이어가는 전통 있는 공장인데 망하기야 하겠습니까.”
 
2016년 12월2일 경남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옛 창원공단)에서 만난 조석만(54)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말했다. 기자가 요즘 경영 상황이 어떤지 묻자 나온 반응이다. 조씨는 이곳에서 대형 플랜트산업(발전·담수설비)에 납품하는 산업용 특수보일러 생산업체를 운영한다. 한창 잘나갈 때 100억원을 훌쩍 넘긴 매출이 2016년에는 50억원을 채 넘기지 못했다. 자금난까지 겹치며 2016년 가을 직원 6명을 내보내야 했다. 그런 조씨에게 새해엔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을까.
 
기자 그렇게 경영하기 어려워졌나.
조씨 갈수록 매출이 줄어 현장 노동자와 생산라인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장 한쪽을 임대해 겨우 버티고 있다. 그나마 두세 달 전부터 임대료가 잘 들어오지 않아 애먹고 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조씨 보통 1~3월 비수기가 지나고 4월부터 7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주문받아 연말까지 매출을 올려야 연초 비수기를 버티는데 예년에 비해 작업량이 40% 이상 줄었다. 최근에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금요일에 기계를 아예 꺼버렸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신규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 부채가 없어 다행이다.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조금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2~3년 전 설비투자를 늘린 업체들은 일감은 없는데 이자까지 갚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이는 최근 공장을 매각하고 얻은 차액으로 겨우 채무를 갚고 임대료가 싼 다른 산업단지로 공장을 옮겼는데 주문량이 줄어 또다시 한계상황에 내몰렸다고 한다.
  
한국 기계산업의 메카인 창원공단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1974년 중화학공업 육성 차원에서 창원공단이 설립된 지 40여 년. 1980년대 제2차 석유파동과 노사분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꿋꿋이 버텨온 창원공단은 이제 2017년을 맞아 전세계적 불황과 불확실이라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창원시 생산의 85%, 경상남도 생산의 35%를 담당하는 창원공단이 침체에 빠지면 창원뿐 아니라 위성도시 역할을 하는 김해 장유, 진해, 마산 등 인근 지역까지 타격받게 된다.
 
   
▲ 중소기업의 근간인 지방 공단의 뿌리가 흔들리면서 중소기업인들은 새해부터 닥칠 ‘진짜 위기’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최근 조업이 중단된 한 지방 산업단지 중소기업의 생산라인 모습. 한겨레 윤운식 기자
 
기계업종의 불황으로 창원공단 입주기업은 2016년 11월 말 현재 총 2388개로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1년 사이 50여 개 줄었다. 공장 가동률은 80%를 채 넘기지 못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단 내 입주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업종의 경우 생산액이 2016년 11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철강업종도 1.7% 줄었다. 특히 전체 입주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98%를 차지하는 창원공단의 위기는 곧 중소기업의 쇠락을 의미한다.
 
이곳은 산업단지 특성상 수출에 의존하는 업체가 많다. 하지만 수출 실적도 뒷걸음쳤다. 2016년 11월 말 기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었다. 이곳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때마침 불어닥친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웠다. 무엇보다 봄이 너무 멀리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들은 새해부터 닥칠 ‘진짜 위기’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월매출 30억원 규모 조선기자재 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성윤(49)씨는 “한마디로 목숨 건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씨 소유의 공장 1층 장비 조립실은 몇 개월째 텅 비어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2016년 초부터 주문이 줄더니 하반기에는 주문이 거의 끊겼다. 2015년 25억원이던 매출이 2016년에는 10억원을 겨우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난으로 10월에는 조립라인 직원 8명 중 4명을 해고했다. 김씨는 “2003년 회사를 차린 뒤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며 “장비업체들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김씨 지금 마산항과 창원공단을 잇는 창원공단로에 한번 가봐라. 예전 같으면 출퇴근 시간 할 것 없이 창원공단 진입로가 꽉 막혔다. 지금은 평일에도 명절 연휴 공단이 텅텅 비었을 때처럼 교통량이 줄었다. 한마디로 어렵다는 얘기다. 몇몇 업체는 은행과 보증기관들이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거나 회수해갈까봐 일감이 없는데도 기계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무작정 제품을 만들다보니 원가도 못 건지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공장 운영이 어려워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를 팔려 해도 매수자가 없어 ‘유령공장’이 된 곳이 늘고 있다. 
 
기자 새해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나. 
김씨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즘 이곳 상황을 보면 일감이 ‘줄었다’는 말보다 ‘끊겼다’는 표현이 더 맞다. 과거에 밤낮없이 환하게 돌아가던 공장들은 지금 해가 넘어가기 무섭게 문을 닫는다. 조선 3사가 2~3년 전부터 어려워졌지만 본격적인 수주 고갈은 2016년 들어 시작됐다. 새해에는 가동률이 더 떨어지고 무수히 많은 협력업체들이 문을 닫는 진짜 충격이 닥칠 것이다. 오죽하면 ‘입주공장 10곳 중 3곳이 문 닫는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겠는가. 견디면 살고 못 버티면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김씨의 우울한 전망은 실제 지표가 고스란히 예고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2017년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83.1로 나타났다. 2014년 94.5, 2015년 92.9, 2016년 86.2로 3년째 하락세다. 대내외 경기의 불확실성 심화로 중소기업 체감 경기가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BHI는 업체들의 경기 전망 응답을 점수화한 수치로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아지고, 100보다 낮으면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이는 중소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일각에선 ‘중소제조업 2017년 하반기 대란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대기업에 가습기 부품을 납품하는 윤영수(44)씨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구호가 현실에선 정반대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경남 창원공단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제조 중소기업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 환경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한겨레
 
기자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하지 않았나.
윤씨 이번 정부뿐이었나?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중소기업 살리겠다고 ‘경제민주화’니 ‘상생’이니 외쳤는데 실제 바뀐 게 뭐가 있는가. 선거 때마다 큰소리를 쳐도 막상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나 몰라라 한다. 소리만 요란했을 뿐 피부로 느낀 혜택은 거의 없다. 결국 말만 그럴싸하게 바뀌었을 뿐 기다리다, 기다리다 속 터지기는 매한가지다.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들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줬다면 어찌 최순실 국정 농단 같은 사건이 터질 수 있겠는가.
 
기자 그래도 정부의 정책 지원에 희망을 걸어봐야 하지 않나.
윤씨 무엇보다 우리의 처지를 피부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선거 때 본인이 한 말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을 봐라. 당장 죽은 중소기업도 살릴 것처럼 치장해놓았다. 현실은 어떠한가. 실효성도 없는 정책으로 되레 중소기업인들의 허탈감만 키우고 있다. 작은 부분이라도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기자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나.
윤씨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납품업체는 세계 경기 불황,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대기업 수출 물량이 줄면서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비슷한 규모의 업체끼리 조합을 결성해 함께 대응해나가는 등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부는 재벌 대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일자리 창출 등 국민을 먹여살리는 실질 주체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전체 노동자의 88.1%를 고용한다. 문제는 창원공단의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이 극심한 불황의 덫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현실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 음산한 창원공단의 풍경에서 점점 더 나락으로 내몰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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