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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계획 세우고 비상금 확보하자
[Cover Story] 불확실 시대 생존 가이드- ④ 가정경제는 어떻게 지킬까
[81호] 2017년 01월 01일 (일) 신기섭 marishin@hani.co.kr

정확한 생활비 파악이 가장 시급… 신용카드 사용부터 줄여야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기업들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대책을 마련할 정부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각 가정도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최선의 대책은 ‘최대한 절약하며 버텨내기’다. 하지만 생활비를 절약하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생활비를 아끼려면 먼저 우리 집이 얼마나 생활비를 쓰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 뒤 2017년 한 해의 소비 계획을 짜야 한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생활비를 줄일 길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일정 액수의 비상금을 시급하게 확보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대처하는 최선책이다. 
 
신기섭 편집장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한 해 목표 한두 가지는 정하기 마련이다. 보통은 작심삼일로 끝나지만, 2017년은 여느 때와 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가계를 책임지는 이들은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누구도 앞날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불확실하다. 적어도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위기에 직면한 가정의 금융 대책 상담을 해주는 김미선 경기도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의 조언을 중심으로 대처법을 알아본다. 
 
가정생활을 책임지는 이들은 “생활비를 좀 아끼라”는 말을 들으면 “아니, 줄일 데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하게 된다. 극소수 부자들을 빼면, 한국에서 생활비 펑펑 쓰는 가사 책임자는 거의 없다. 아끼고 안 쓰면서 ‘쥐꼬리만 한 수입’에 지출을 가까스로 맞추거나, 해도 해도 안 돼 결국 ‘적자 가계부’를 만들고 마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2017년에는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 한다. “생활비 아껴서 부자가 되자”는 공허한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가정경제를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를 위해서다. 그리고 길이 아예 없지는 않다. 
  
생활비가 얼마인지 안다고? 
많은 사람들, 특히 가사 책임자라면 월생활비가 얼마인지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가계부를 꼼꼼하게 쓰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은 한 달에 얼마를 생활비로 쓰는지 잘 모른다. 신용카드 명세서 따위로 어림잡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부 항목별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김미선 상담센터장이 제시하는 항목을 보면 매월 고정 지출 항목만 50개가 넘는다. 명절 준비나 김장, 자녀 등록금 등 절대 피할 수 없는 비정기 지출 항목도 상당히 많다. 이 지출을 12개월로 나눠 고정 지출 항목에 더해야 실질 생활비가 나온다.(기사 맨 뒤 항목표 참조) 
  
가계부 핵심은 사후 기록이 아니라 사전 계획 
가정 생활비를 항목별로 정리하는 일만큼 귀찮은 것도 없다. 많은 가사 책임자들은 연초에 가계부 쓰기 결심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사후에 지출 내용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의 핵심은 지출의 사후 기록이 아니다. 미리 지출 계획을 세우는 데 가계부의 의미가 있다. 생활비 항목표 작성도 미리 계획하는 자세로 액수를 산정하면 더 쉽다. “올해 여름휴가비는 30만원에 맞춘다”는 식으로 접근해보자. 이렇게 파악된 실질 월생활비를 가사 책임자만 알아서는 안 된다. 온 가족이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 생활비를 줄이는 것이 쉽다.
  
신용카드 줄이고 보험부터 조정
전체 생활비 규모가 파악됐으면 이제 줄일 항목을 찾아야 한다. 김미선 상담센터장은 “지금은 가계의 재무 건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선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금융상품 중에선 가장 문제가 있는 게 보험이다. 불필요한 보험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마이너스통장도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두 번째다. 신용카드에 의존하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맞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신용카드는 하나만 비상용으로 남겨둔다. 대부분의 지출은 현금을 쓰거나 체크카드로 처리한다. 신용카드에 의존해 미리 당겨 쓰기를 이어오다보니 당장 현금이 없다면, 조금씩 신용카드 사용을 줄여가는 계획을 새해 목표로 세워보자.
  
예상되는 소비를 위한 자금 마련
돈을 모아 부자가 되기 위해 생활비를 아끼자는 것이 아니다. 몇 개월 뒤 쓸 돈을 미리미리 준비해두자는 것이다. 최소한의 여유를 확보해야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다. 게다가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예상치 못하게 돈이 나갈 일이 생긴다. 갑자기 돈이 필요한데 여유자금이 없으면 빚에 의존하게 되거나, 심할 경우 가정이 파탄 난다. 이를 피하려면 비상금이 있어야 한다.
 
김미선 상담센터장은 “파산 직전에 몰리는 가정은 모두 저소득층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상담센터를 찾은 이 중에는 연소득 6천만원의 40대 중산층도 있었다. 비상금이 없으면 중산층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500만원 정도 여윳돈을 마련하는 걸 목표로 하자. 정 안 되면 100만원 정도의 비상금이라도 마련해두는 게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1인 가구의 경우 생활비를 줄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비상금을 마련하는 건 마찬가지로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유자금이 있는 가정이라면 불황기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모든 게 불확실한 요즘 확실하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투자해서 수익을 내자는 관점과 다른 두 가지 시각을 소개한다. 
 
먼저 김미선 센터장의 말이다. “자녀교육비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을 확보하고 지키는 건 답이 잘 안 나오는 일이다. 일반 가정이 재테크에 성공하기는 너무 어렵다. 적절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쓴 돈만이 내 돈이다.” 이런 말에는 배경이 있다. 김 센터장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2007년 세운 재무 관련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에서 활동한 바 있다. 에듀머니 등은 ‘돈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경제’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 센터장의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이 관점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들이라면 독일의 ‘비관적 증권 전문가’ 디어크 뮐러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즈음해 제시한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뮐러는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경제위기의 진실>이란 책에서 “100% 이해하지 못한 것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말라”고 썼다. 그는 또 “재정 상황에 따라 자산의 10~20%는 금으로 바꿔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투자 수익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 국면에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지만 요즘 국제 금 시세는 도리어 바닥권이다. 그가 금을 사라는 건, 금의 실질 구매력이 어떤 화폐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150년 전 런던에서 아주 멋진 양복 한 벌을 구입하려면 1온스의 금을 지불해야 했다. 지금도 1온스의 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측면은, 사람들이 금은 쉽게 팔지 않고 애지중지한다는 점이다. 금은 비상금처럼 가장 힘든 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자산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 ‘매월 고정 지출’을 먼저 작성해서 합계를 ‘매월 고정 지출 총액’ 칸에 적고, 이어서 ‘정기·비정기 지출’을 작성한다. 예컨대, 석 달에 한 번씩 머리 손질을 한다면 ‘1회 이용료×4’의 값을 칸에 적는 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합계를 왼쪽 아래 ‘1년 지출 합계’ 칸에 적고, 이 수치를 12로 나눠 그 오른쪽 ‘월 환산액’ 칸에 기입한다. ‘매월 고정 지출 총액’과 ‘월 환산액’을 합한 것이 실질적인 월생활비다. *김미선 경기도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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