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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가고 증시는 장기 ‘박스권’
[국내 이슈] 새해 금융시장
[81호] 2017년 01월 01일 (일) 김학균 hakkyun.kim@miraeasset.com

미국 주도 글로벌 금리 상승 본격화… 성장동력 못 찾은 주식시장은 제자리걸음

새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금리 상승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뒤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이 2017년 서너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전세계가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장기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신흥국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경기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는 원화 약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
 
채권시장 미국 주도의 금리 상승 
글로벌 금융위기 뒤 지속돼온 저금리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2016년 4분기부터 글로벌 금리는 빠르게 상승하는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부터 금리 급등이 시작됐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2016년 12월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 계획이 발표됐지만, 이미 시장금리는 트럼프 당선 뒤 빠르게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 뒤 나타나는 금리 급등은 미국 재정 적자 확대 우려에 기인한다.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 정책 시행을 공언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경제적 보수주의자에 걸맞은 주장이다. 문제는 재정지출 축소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감세에 재정지출을 유지한다면 그 귀결은 대규모 재정 적자 발생이다. 재정 적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채권 금리를 상승(채권 가격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는데, 이제는 저금리 환경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금리가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2017년에는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을 가속화하는데, 높아진 국제 유가가 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 내외에서 움직이는데, 2016년 1월 월평균 국제 유가는 31달러대에 불과했다. 기저 효과에 따른 유가 부담은 비용 측면에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처도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뺐는다고 주장하며,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문제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적 조처를 취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중국 수입 상품들은 미국에서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술적으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휴대전화다.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폭스콘에서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이 주류를 이룬다.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한 개인용컴퓨터(PC) 역시 델컴퓨터 브랜드 제품이 중국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수입 규모 3~4위인 아동용 장난감과 의류 등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아이템이다. 미국에서 만들면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적 조처에 따른 물가 상승은 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적자 확대 우려, 국제 유가 반등과 보호무역주의 성향 정책에 따른 물가 반등은 모두 금리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17년 서너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0%대까지,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1.9%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 2017년에도 박스권 등락 
   
▲ 미국이 2017년 서너 번 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금리 상승이 될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6년 12월15일 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주식시장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장기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OSPI(종합주가지수)가 처음 2000포인트대에 올라선 때가 2007년 8월인데, 아직까지 시원스레 2000포인트대에 안착하지 못했다. 10년째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주식시장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려면 한국 경제 전반에 강한 성장동력이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 증시는 세 차례 장기 강세장을 경험했다. 모두 경제가 빠르게 확장된 시기에 나타났다. 1972~78년 KOSPI가 연평균 28.6%나 급등하는 강세장이 나타났다. 이때는 중동 건설 붐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1985~88년에는 ‘3저(저유가·저원화가치·저금리) 호황’을 등에 업은 강세장이 나타났고, 2004~2007년 한국 경제가 중국 고성장의 혜택을 크게 누리면서 KOSPI는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최근 경험하는 KOSPI 횡보세에는 한국 경제가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딜레마가 반영돼 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고성장 국면에서 대중국 수출로 크게 성장하던 한국 경제가 최근 반대로 중국 성장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17년에도 만성적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KOSPI가 박스권에서 벗어날 확률은 높지 않다. 2017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신흥국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경기도 6%대 중반의 중속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숲(시장)보다 나무(개별 종목)를 잘 볼 수 있는 선구안이 2017년 투자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2017년 주식시장에선 상반기 경기 민감주 강세, 하반기 성장주 강세가 예상된다. 상반기까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 선진국 경기의 순환적 반등으로 철강·화학·반도체 같은 전통적 경기 민감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경기 순환 주기가 매우 짧아졌기 때문에 상반기 우호적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기 힘들 것이다. 하반기부터 재차 바이오, 화장품 등의 성장주 강세가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성장주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 전반의 저성장이 지속되면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매출이나 순이익이 탄력적으로 늘어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일부 산업이나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면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희소성을 갖는다. 경제 비관론이 클 때 일부 성장주에는 일종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부여되면서 주가가 상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 시기는 2017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외환시장 원화 약세 불가피 
2017년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가치는 국가 간 경제력의 반영물이다. 2017년 한국 GDP 성장률은 2.2%로 예상되고, 미국 GDP 성장률은 2.4%(이상 미래에셋대우 예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다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 ‘트럼포노믹스’는 ‘과감한 경기 부양’과 ‘보호무역’이 조합됐다. 기본적으로 미국만의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미국과 미국 외 지역 경기의 차별화가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높으면 미국 통화인 달러 가치가 강해지는 게 당연하다.
 
   
▲ 새해 주식시장은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여파로 장기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16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장률 비교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차별화도 원화 가치 약세를 전망하게 한다. 미국은 2017년 기준금리를 서너 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준비제도는 2016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2017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는데, 물가 상승 속도에 따라 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형편이 못 된다. 경기 회복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늘어난 가계 부채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1300조원까지 늘어난 가계 부채 문제를 푸는 데 뾰족한 수는 없다. 경기가 좋아져 부채 상환 능력이 개선될 때까지, 그저 큰 탈 안 나게 관리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 이상의 해법을 찾기 힘들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규제책은 필요하지만 금리를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은 내수 회복이 더딜 경우 오히려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한국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면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확률이 크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원화 약세에 힘을 실어준다. 경상수지는 서울 외환시장으로 공급되는 달러 규모를 결정하는 변수다.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쉬워지면 달러 가치는 떨어진다(원화 강세). 반대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 달러가 귀해져 달러 가치는 높아진다(원화 약세). 2016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천억달러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7년에는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수출 부진 속에서도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 흑자를 유지한 이유는 수입이 빠른 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저유가는 수입 부담을 완화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국제 유가의 향방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2016년보다 유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유가 상승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로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는 원화 약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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