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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상황 변화로 장밋빛 전망 ‘흔들’
[세계는 지금] 꿈틀거리는 이스라엘 경제, 날개 달 수 있을까?
[81호] 2017년 01월 01일 (일) 오태영 oty@kotra.or.kr

이스라엘은 2015년부터 소비 증가세가 두드려졌다. 세계 1위 반도체기업 인텔이 현지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세금과 공공요금이 내리면서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스라엘 국민은 자동차 구입에 특히 열을 올렸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면서 중동 정세에 긴장감이 돈다. 인텔의 투자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장밋빛이던 경제 전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대기업 편중이나 높은 물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내외 악재를 극복하고 또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오태영 KOTRA 이스라엘 텔아비브무역관장 
 
2016년 12월11일, 터키 이스탄불 시내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희생자 38명이 발생했다. 최악의 폭탄테러 용의자로 쿠르드족이 지목된다.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계속 이어져도,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쿠르드족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영국과 프랑스는 지금의 터키와 중동을 통치하던 오스만제국을 멸망시키고 중동 전역을 나눠 가졌다. 쿠르드족과 팔레스타인인은 제국주의 세력에게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겼고, 힘이 없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자비한 테러뿐이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스라엘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 정부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행보를 무시하고 자국 위주의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주해 사는 정착촌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나아가 아랍권과의 갈등이 더 고조될 것이다. 이슬람교가 최대 종교인 나라는 중동 국가를 포함해 전세계 50개국이 넘는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유대교의 성지이지만 이슬람에도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3대 성지로 꼽힌다.
  
   
▲ 세계 반도체 1위 업체인 미국 인텔은 이스라엘 경제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최근 인텔의 현지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이스라엘의 경제성장이 지난 몇 년만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텔아비브 인근 인텔 현지 법인 건물. REUTERS
 
꿈틀거리는 이스라엘 경제?
2016년 12월 중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2015년 타결된 이란 핵 협상 파기를 위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과 아랍에 강경한 우파 인사지만 다음 선거에서 재선될 거라는 낙관적 전망이 지배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이스라엘 경제가 괜찮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민간소비 증가와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2015년을 기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 연간 증가율이 최근 3년간 4% 정도였지만, 2016년에는 무려 6%대가 될 정도로 이스라엘 국민들의 닫혔던 지갑이 열리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가능케 한 가처분소득 증가는 최근 30년 중 가장 낮은 실업률, 정부의 부가세 등 각종 세금 인하, 전기료나 버스요금 같은 공공요금 인하 등을 바탕으로 한다. 소득이 늘어난 이스라엘 국민들은 특히 자동차 구입에 열을 올렸다.
 
2015년 25만4천 대였던 승용차 판매 대수가 2016년에는 3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까지 차량 수입 증가율이 무려 20%다. 이스라엘의 연간 자동차 수입 규모는 35억달러인데 이 중 한국의 수출 규모가 5억달러를 차지한다. 이스라엘 경제가 꿈틀거리자, 이스라엘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세계 1위 반도체기업 인텔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신규 라인 설치에 60억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에 이스라엘이 장밋빛 경제 상황을 마냥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이스라엘 자동차수입협회 자료를 보면 분기별 승용차 판매 증감률이 2016년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3%, 2분기 17%, 3분기 34%였으나 10~11월엔 -16%로 급격히 위축됐다. 또 인텔의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됨에 따라 신규 일자리와 추가 설비 구입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금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2016년 말까지 마무리되는 투자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인텔의 해외 수출이 늘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제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여서 최근 꿈틀거리기 시작한 이스라엘 경제가 과연 도약 단계로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많은 사람에게 이스라엘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보통신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고, 이스라엘을 정보통신만 갖고 사는 나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비교해 자동차, 1차 금속, 전기장비 등의 제조업 경쟁력은 낮은 반면 전자부품, 의약품, 항공 등에선 강세를 보인다. 특히 의약품 생산은 이스라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로, 한국의 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생산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의약품 생산이 이스라엘보다 1.4배 많지만,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 제약 생산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소프트웨어, 다이아몬드, 방위 산업에서도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제가 단기간에 집중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텔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 산업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하면, 하드웨어 부문은 이스라엘 인텔이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향력이 크다. 1만여 인력을 현지에서 고용하고 이스라엘 전체 수출의 10%에 해당하는 60억달러 규모의 전자집적회로를 수출한다. 수입에서 인텔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 2016년 3분기까지 이스라엘 전체 수입 증가율이 7%인데, 수입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전자부품과 반도체 관련 장비 수입의 강세였다. 전체 수입액 500억달러 가운데 20억달러 정도가 전자부품과 반도체 관련 장비다. 이스라엘 수출입 동향에 미치는 인텔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스라엘 인텔의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이스라엘 전체 수출 품목 구성비를 보면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집중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산업에선 다이아몬드 단일 제품의 수출 비중이 30%로 가장 높다. 개별 기업으로는 연간 65억달러를 수출하는 제약사 테바(Teva)의 비중이 아주 높다. 이 회사의 연매출액은 260억달러다. 한국 최대 제약사인 한미약품의 연매출액이 11억달러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것이다.
 
무기산업은 이스라엘의 국민 산업이다. 군대와 민간 부문의 관계가 아주 유기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은 세계 7위이고, 총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다. 이스라엘항공우주 등 4대 방산회사 제품이 중심을 이룬다. 주력 분야는 항공기 개조, 레이더 시스템, 무인항공기 드론 등이다. 앞으로는 사이버 보안이나 테러 방지 시스템 수출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내수산업에선 식품과 은행의 산업 집중도가 높다. 한 식품회사가 유가공품의 70~90%를 점유하고 자산 기준 5대 은행의 비중이 94%에 달한다.
 
   
▲ 텔아비브 건설 현장 벽에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가 친이스라엘 성향을 분명히 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경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REUTERS
 
높은 물가에 신음하는 국민들
이스라엘은 일부 산업의 독과점 탓에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 관광객들이 이스라엘에 와서 물가 수준에 놀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스라엘 물가는 전반적으로 높지만, 특히 주택과 식음료가 두드러지게 비싸다. 주택가격은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상승해 그사이 매매가가 2배를 넘어섰다. 주택의 평균 매매가는 4억원인데, 이는 이스라엘 직장인들이 월급을 13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하는 돈이다. 가격이 유독 비싼 텔아비브의 평균 시세는 노동자 평균 월급 26년치에 해당하는 8억원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텔아비브에 주택 2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현재 텔아비브의 전체 주택이 20만 채이기 때문이다.
 
식품 가격도 한국 수준의 두 배가 넘는다. 식품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식품 제조·유통 기업 부재, 복잡한 수입·허가 절차, 높은 관세율, 코셔(Kosher·유대교가 정한 식품 처리 규정 -편집자) 인증을 위한 추가 비용 등이 꼽힌다. 그중 코셔 인증제도는 식품 가격을 높이는 요인임에도 최근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국민의 60% 이상은 코셔 식품을 고집하고 사회 전체로도 코셔에 부합하지 않는 식품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기업들은 코셔 인증을 얻기 위해 높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건국 뒤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가적 산업인 방위산업과 소프트웨어부터 사이버 보안, 바이오 분야까지 많은 산업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많은 세계경제의 여건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이 마냥 밝은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중동 정세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회·경제적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일부 기업과 산업의 독과점이나 높은 물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산업의 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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