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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은 힘
Editor’s Letter
[81호] 2017년 01월 01일 (일) 신기섭 편집장 marishin@hani.co.kr
저는 ‘밝은 새해’ 같은 표현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과 다음 해의 시작은 사람이 마음대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새해를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다짐의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의 산물일 겁니다. 사람은 외부 자극 없이 변화의 계기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새해 결심을 합니다. 무언가 새로 시작도 합니다. 완성의 경지는 드무니, 바꿔보는 시도는 대체로 나쁠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변화만 강조할 건 아니지만, 한 가지는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변화입니다. 그중에서도 ‘내 안에 숨은 힘’을 발견하는 변화가 그것입니다.
 
2016년 12월, 한국인은 행복한 순간을 맛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다수 사람의 뜻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그걸 위해 많은 이가 노력했고, 그 노력이 일정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2016년에도 어김없이 많은 나라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대립하고, 때로 서로 증오했습니다. 이제는 식상한 말이지만, 양극화는 온 세상에 퍼진 전염병입니다. 게다가 의견이 갈리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맞붙어서 아주 작은 격차 때문에 각각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치른 영국이 그렇고, 대통령을 새로 뽑은 미국이 그렇습니다. 
 
한국의 탄핵소추안 통과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의 많은 사람이 ‘나 또는 우리의 힘’을 발견한 계기였다는 겁니다. 아무리 떠들어도 꿈쩍 안 할 것 같던 나라를 바꾼 성공의 경험, 특히 집단적 경험은 소중합니다. 자신을 다른 눈으로 보고, 자신을 믿을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발견을 특정한 것에 묶어두면 그 생명력이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탄핵’이라는 사안, ‘촛불’이라는 방식 또는 ‘시민이나 국민’이라는 집단에 묶지 않고, 그 너머를 바라보고 상상하는 데 진정한 힘이 있습니다. 물론 용기가 필요합니다만, 성공의 경험이야말로 용기를 북돋는 자극제입니다.
 
우리 앞에 새로운 걸 상상하는 노력이 필요한 일들이 쌓여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와 경제가 빚은 사회구조가 첫째이고, ‘늙어가는 한국’이 둘째입니다. 이 둘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게 경제입니다.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은 각자가 처한 자리를 스스로 챙기고 지킨다는 절박함을 요구합니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자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야, 공멸을 피할 상황임을 강조하려는 겁니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방법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과 귀를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힘들 건 없습니다. 먼저 자신의 힘을,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힘을 믿으면 말입니다.
 
막연한 일도, 거창한 일도 아닙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대면하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내가 처한 현실, 내 가정의 현실, 일터의 현실이 출발점입니다. 스스로, 그리고 또 함께 그 길을 찾으시라는 게, 독자들께 드리는 제 새해 인사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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