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지성인의 실종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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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인의 실종이 두렵다"

[Insight]

[6호] 2010년 10월 01일 (금)

폴커 하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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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하게 Volker Hage·카차 팀 Katja Thimm <슈피겔> 기자 　 귄터 그라스 선생님, 이번에 나온 책 제목이 <그림 형제의 단어, 사랑의 고백>(Grimms Wörter: Eine Liebeserklärung)입니다.이 사랑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빌헬름 그림·야코프 그림 형제와 저의 관계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저는 그림 형제의 동화와 같이 자라났습니다.어머니가 저를 단치히 시립극장에 데리고 가서 크리스마스 연극으로 상연된 <용감한 꼬마 재봉사>를 보여주신 적도 있어요. 이후의 삶에서도 그림 형제는 제 창작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떤 영향을 받으셨습니까? <용감한 꼬마 재봉사>는 제 소설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 마체라트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야코프와 빌헬름 그림 형제도 여러 작품에서 나옵니다.예를 들자면 소설 <암쥐>에서 그림 형제는 장관과 차관으로 나와 숲이 죽어가는 것을 막으려 하죠. 그림 형제에게서 높이 사는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그들의 당위성입니다.두 사람은 1837년 괴팅겐대학에서 자유 헌법 폐지에 반대하는 청원을 제출해 국가권력에 저항했습니다.이 사건 때문에 그림 형제는 ‘괴팅겐의 7인’이라 불리는 다른 저항 교수들과 함께 교수직에서 파면됐습니다.그 뒤 이들은 인용문과 예문으로 가득 채운 독일어 사전을 만드는 과제에 도전했지만 이는 사실 불가능한 과제였습니다.결국 그림 형제는 알파벳 여섯 번째 철자의 편찬 작업까지만 참여할 수 있었고 후대에 다른 사람들이 이 독일어 사전을 완성시켰습니다. 120년이 지난 뒤에야 완성됐죠. 이 긴 시간 역시 저를 매혹시키는 요소입니다.그중 마지막 15년은 동독과 서독의 독일어 학자들이 각기 편찬 작업에 참여했습니다.냉전이 한창인 시대에 동베를린과 괴팅겐에서는 엉덩이 무거운 학자들이 조용히 통합 독일어 사전을 위해 각주를 모으고 있었죠. 이는 당시 독일 역사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저도 <그림 형제의 단어>에서 그것을 기록했습니다. 독일과 얽힌 선생님 자신의 역사가 소설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양파의 껍질을 벗기며>에서 이미 제 젊은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뤘고, <상자>에서는 복잡한 가족관계와 유대감을 주제로 삼았습니다.이제는 정치적·사회적 측면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저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시대 변화를 겪은 그림 형제의 삶은 여기에 적합한 소재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림 형제를 모든 철자를 구해오는 ‘단어 조사원’이라고 묘사했습니다.또 “언어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합리를 조장할 수도 있다.언어는 치유를 할 수도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언어의 다양한 측면이 선생님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지었습니까? 언어가 불합리를 조장하는 예로, 저는 비장미가 넘치고 매혹적인 쾌감을 주던 단어와 문장을 경험했습니다.예를 들면 “당신들은 전면전을 원하고 있는가?”와 같은 문장입니다.“우리의 자유는 힌두쿠시에서 지켜지고 있습니다”도 그와 같은 종류죠. 이런 문장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갖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집니다.상처를 입히는 단어는 넘칠 정도로 많이 들었습니다.정말 나쁜 상황은 저처럼 자기가 속한 나라의 결점을 지적하는 사람을 ‘너무 착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비웃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인격을 완전히 죽여버리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지요. 장모음에 매혹된 그림 형제 상처를 치유하는 단어로는 어떤 것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기적과 같은 단어 하나가 제 어린 시절과 연관돼 있습니다.‘아데바’(Adebar)라는 명칭은 황새를 달리 부르는 말인데 내 안에서 기억의 우주를 불러옵니다.아니면 이제는 거의 잊혀진 ‘랍살’(Labsal·좋은 일, 원기 회복, 휴식)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단어 안에 있는 두 개의 장모음 ‘a’가 근사하지요. 그림 형제도 이 단어에 매혹됐습니다.랍살이라는 단어는 매우 무서운 일을 겪은 뒤 안전하게 집에 돌아온 것과 같은 위안을 줍니다. 선생님에게 언어는 안전함과 고향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물론 그렇습니다.소설 <양철북>을 파리에서 썼고 <개들의 시절>도 그곳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4년이 지난 뒤 낯선 언어 한가운데서 제가 얼마나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처럼 느끼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다시 독일어 지역으로 돌아와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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