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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수 키워 보호무역 대처해야
[Analysis]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어디로 갈까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손성원 economyinsight@hani.co.kr
트럼프, 보호무역 정책도 의회와 타협 불가피… 사회기반시설 투자는 관철될 듯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과연 선거운동 기간에 공언한 경제정책을 모두 관철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또는 폐기, 멕시코나 중국에 높은 관세 부과, 세금 감면 등을 공공연히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 취임 뒤에는 의회라는 제동장치에 부닥치면서 타협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대적으로 행정부의 재량권이 큰 관세와 수입 규제 조처도 의회, 특히 공화당 의원들과 일정한 타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 사항이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던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보기 드물게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두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에 제시한 경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하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민주·공화당 중 어느 쪽이 의회를 지배하게 되느냐에 따라, 경제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상·하원 의원 선거는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중요했다. 이제 선거 결과가 나오고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미국 증시는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뛰었다. 금융시장이 트럼프의 승리에 반응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 당선자는 공급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세금 감면, 특히 부유층 세금 감면을 원한다. 트럼프는 공급 측면 정책이 낙수효과(트리클다운 효과·대기업, 재벌, 고소득층 등의 성과가 후발·낙후 부문에 끼치는 효과 -편집자)를 만들어 전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길 기대한다. 공급 측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1979년 마거릿 대처는 영국 총리에 취임하자 공급 측면 경제학을 도입했다. 세금을 크게 내렸고, 이후 영국의 경제와 증시 상황은 아주 좋았다. 1980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도 공급 측면의 경제정책을 도입했고 역시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세금 인하도 긍정적 결과를 창출했다. 트럼프 당선자도 경제성장과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공급 측면의 동력에 의존하려 한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경제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법인세율을 내리는 걸 아주 중요하게 본다. 미국의 법정 법인세율은 40%에 육박한다. 유럽의 법인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12.5% 수준이다. 높은 세금을 피하려고 많은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세율을 내려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 쌓아둔 수천억달러의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유도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투자가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11월9일 새벽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당선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부자들은 트럼프의 ‘부자 감세’ 정책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REUTERS
 
트럼프, 법인세율 인하 강조
 
트럼프는 막대한 정부 지출 확대도 약속했다. 고속도로, 교량, 항만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에 앞으로 10년 동안 1조달러에 이르는 액수를 투자할 걸로 보인다.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동의하는 사안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 계획의 일부는 반드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지출 확대를 촉진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은 확실하다.
 
세금 감면과 정부지출 확대를 약속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와 빚 부담은 트럼프의 경제 공약 이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워싱턴의 피터슨연구소가 예측한 것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약이 관철될 때 미국의 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8%에서 2026년 105%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단, 공급 측면의 효과가 없다고 보고 예측한 수치다. 실제로는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세금 감면 사례처럼 일정한 공급 측면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피터슨연구소 예측만큼 부채가 치솟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규모 세금 감면과 사회기반시설 투자 같은 트럼프의 경제 처방은 적어도 일정 기간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물론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이들이 주장하듯 막대한 재정 적자가 발생하면서 결국 경제 침체로 이어질지언정, 단기적으로 일정 효과는 있다. 미국 경제는 이미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이고,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에 고관세 부과는 어려워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끼칠 여파는 국제 무역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를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높이 쌓을 보호무역주의자로 본다. 트럼프는 멕시코산 제품에 최대 3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그리고 아마도 한국산 제품)에 45%까지 관세를 부과하려 계획하고 있다. 그가 공언하듯이 관세를 대폭 올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일정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구할 여지는 다분하다.
 
계량경제적 모의시험을 해보면, 트럼프식 관세 부과 뒤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보복 조처에 나설 경우 미국 경제는 급격하게 위축된다.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무역 보복이 없다면 성장세 위축이 이보다 훨씬 덜하겠지만, 여전히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교역국이 볼 경제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타이어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가 좋은 예다. 중국 타이어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일자리 1200개를 지키기 위해 중국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불행하게도, 일자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 미국 국민이 부담한 비용이 90만달러(약 10억원)에 달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고관세 부과 계획이 미국 소비자에게 끼칠 피해가 수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에 더 타격을 줄 것이다. 저소득층이 값싼 중국 수입품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무역 반대 운동을 시작한 이가 트럼프는 아니라는 점이다. 탈세계화 흐름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세계 무역량은 늘지 않았고 최근엔 감소세를 보였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 유럽과 일본의 경제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트럼프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이 상징하는 전세계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흐름은 우파냐 좌파냐의 문제라기보다 경제를 개방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텔레비전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옆으로 독일 종합주가지수 그래프가 비친다.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승자가 결정됨으로써 불확실성은 줄었다. REUTERS
 
공화당과 상당한 타협 불가피
 
물론 트럼프 경제정책의 상당수는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의 지지를 받아야 실행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제시하는 경제정책이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쉽게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공화당 의원들이 모든 경제문제에 의견 일치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의 재정 적자가 커지는 것을 아주 걱정한다. 이들은 세금 감면 액수와 사회간접자본 지출액을 깎으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관세와 수입 규제다. 트럼프는 6개월 전에 통보하는 것만으로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거나 특정 제품에 대해 수입 규제 조처를 발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유무역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들의 의견을 청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어떻게 대응할까? 단기적으로는 딱히 변화가 없을 것이다. 시중의 예상대로 연준은 2016년 12월 중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길게 보면 연준의 통화정책이 상당히 변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강해지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연준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금리도 경기 부양책이 없는 경우에 비해 더 빨리 인상하는 쪽으로 기울 여지가 높다.
 
포퓰리즘이 전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떻게 경제의 미래를 관리해야 할까. 먼저, 국내 경제의 수출 비중을 낮추면서 내수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단기적으론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수출에서는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길밖에 없다. 전통적인 주요 시장에 대한 중국의 공세를 이겨내고 한발 앞서 나가려면 이것이 최선이다.  
 
번역 신기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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