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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깨뜨린 ‘포털의 대모’
[People] 한성숙 네이버 여성 첫 대표 내정자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김용영 yykim@mk.co.kr
네이버 모바일 성장 이끈 주역… 2017년 3월 취임 뒤 글로벌화, 첨단 기술 확보 주력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는 인터넷 업계 최초로 발탁된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인터넷 산업 초기부터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쌓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이기도 하다. 네이버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서비스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섬세함과 시장의 흐름을 읽어 빠르게 엮어내는 과감한 실행력으로 오늘의 네이버를 이끌어왔다. 꾸준하게 성과를 내면서 일찌감치 네이버 이사회 내부에서 차기 대표감으로 거론돼왔다. 특히 급변하는 정보기술 흐름에 맞춰 네이버 서비스의 모바일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한 대표 내정자는 2017년 3월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김용영 <매경비즈> 속보부 기자
 
2016년 10월20일 네이버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8년간 네이버를 이끈 김상헌 대표와 창업주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2017년 3월 동시에 물러나고, 네이버 서비스를 총괄하는 한성숙 부사장이 차기 대표에 내정됐다. 이 의장은 2017년부터 네이버의 유럽, 북미 진출을 진두지휘할 계획이어서 2선 후퇴가 예상됐지만 김 대표의 동반 퇴진은 다소 의외였다. 게다가 대표로 내정된 한성숙 부사장이 여성인 점도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네이버 사정에 밝은 이들은 이번 인사가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검색 기반 인터넷 포털로 시작한 네이버는 현재 모바일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털 사업자로서 네이버가 플랫폼 전략으로 사용자를 확보했다면, 모바일 사업자로서 네이버는 콘텐츠로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리고 네이버의 모바일 사업을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한성숙 부사장이다.
 
8년 전 영입된 김상헌 대표는 거대 포털이라는 지위 때문에 발생한 규제 기관과 갈등,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쟁점들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예가 공정거래위원회와 맞선 독과점 소송이다. 김 대표는 3년 이상 진행된 소송에서 네이버가 승소하는 데 중추 구실을 했다. 언론사와 갈등도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신설,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 지원 등으로 적절하게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가 대외 관계를 정리하는 데 주력하는 사이, 한성숙 부사장은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변화를 맞아 내부에서 대응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개인용컴퓨터 서비스에선 검색을 중심으로 기능 개선과 편의성 향상에 주력했다면, 모바일에선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와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썼다. 한 부사장이 그동안 갈고닦은 감각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 한성숙 네이버 첫 여성 대표 내정자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네이버 서비스의 모바일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탁월한 콘텐츠 서비스 감각
 
한성숙 부사장의 콘텐츠 서비스 감각은 인터넷 검색 중흥기인 2000년대 야후와 엠파스의 갈등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1999년 출범한 엠파스는 당시로는 매우 도발적인 ‘야후에서 못 찾으면 엠파스’라는 광고 카피로 야후가 장악한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카피를 고안한 인물이 바로 한 부사장이다. 비교광고라는 전략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엠파스의 도발적인 광고는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야후는 해당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엠파스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였다.
 
엠파스에서 함께 일한 지인 말에 따르면 한 부사장은 당시부터 글과 그림에 조예가 깊었다. 첫 사회생활도 1993년 컴퓨터잡지 <민컴> 기자로 시작했고 또 다른 컴퓨터잡지 <PC라인>의 창간 멤버로도 일했다. 개인 블로그도 운영했지만 업무가 많아지면서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신 사업에 그 감각이 더해지면서 탁월한 성과로 이어졌다.
 
한 부사장의 감각은 현재 네이버 서비스 구석구석에 닿아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브이 라이브’는 한국 인터넷 특유의 커뮤니티 문화와 팬덤(Fandom·연예인이나 특정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 -편집자)을 결합해 유명인사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웹툰 서비스의 부분 유료화도 적극 추진해 콘텐츠 수익화 모델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네이버 페이, 쇼핑 부문에서도 한 부사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 페이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에 시작됐지만, 네이버 페이는 2015년 6월에야 선을 보였다. 그러나 적극적인 마케팅과 과감한 혜택, 제휴 확보 등으로 현재 간편결제 시장의 1위로 자리잡았다. 한 부사장은 개인용컴퓨터에 맞춘 서비스에선 검색을 중심으로 하는 네이버 플랫폼이 잘 작동했지만 모바일에선 연결고리가 끊어졌음을 간파하고 이를 다시 잇는 데 초점을 맞춰 성과를 일궈냈다. 네이버 페이는 2016년 3분기 기준 누적 가입자 2100만 명, 분기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해 경쟁자들과 간격을 넓히고 있다.
 
한 부사장의 또 다른 관심 분야는 소상공인이다. 이는 한 부사장이 1997년 몸담은 엠파스의 전신 시티스케이프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티스케이프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 평가하는 맛집 추천 사이트로 최근 인기 있는 지역 기반 서비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엠파스에 밀려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시티스케이프의 경험을 통해 한 부사장은 인터넷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네이버에서도 소상공인 지원을 통한 상생과 부가가치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에 발표한 ‘프로젝트 꽃’이 대표 사례다. 온라인쇼핑 창업자와 콘텐츠 창작자를 집중 지원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매년 1만 명 이상 신규 쇼핑 소상공인을 창출하려 한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와 공동으로 콘텐츠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5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 것도 같은 맥락의 작업이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은 네이버의 달라진 조직 운영과 연계해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 시대 대응책의 하나로 모바일 부문 자회사 캠프모바일과 함께 라인 등을 분사시키는 전략을 수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이에 기반해 팀 단위로 인사, 행정 등을 모두 나누는 소사업제 운영을 전사적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사업부별 독립 채산제와 유사한 소사업제 운영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겪는 조직 비대화, 비효율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의 하나다. 빠른 의사결정과 기민한 대응이라는 스타트업의 강점을 조직의 성장과 병행하기 위함이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구글도 최근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두고 사업부별로 자회사를 나누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소상공인 지원도 이런 식의 운영을 통해 성장동력을 내부에서만 찾지 않고 외부에서 빠르게 수혈하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진출 위한 ‘내치’ 주력
 
한 부사장의 주도 아래 이뤄지는 변화는 네이버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진출과도 맥이 닿아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라인 상장으로 일정 부분 해소했다. 그러나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까지 진출하는 것은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예전부터 꿈꾸던 일이다. 그동안 네이버의 발목을 잡았던 굵직한 이슈들을 김상헌 대표가 마무리한 지금이야말로 이 의장이 유럽 진출을 위한 출사표를 던지고 한 부사장이 안살림을 챙기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할 적기다.
 
이런 변화는 네이버가 다음 단계로 꼽는 기술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과도 연결된다. 네이버는 최근 개최한 개발자 연례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6’에서 인공지능 기반 자연어 번역(NMT), 자율주행차, 음성인식 비서, 로봇 등 미래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기업을 넘어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모해 다음 세대의 패러다임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단숨에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서비스 운영으로 숨 돌릴 틈 없는 회사가 넉넉한 지원이 필요한 연구·개발(R&D)을 장기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기업 생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연구·개발 전담 조직 네이버랩스를 일부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수장을 맡아 혁신 서비스와 기술 개발을 수행한다.
 
향후 네이버는 기술 전담 조직인 네이버랩스, 콘텐츠와 서비스를 맡는 네이버와 자회사들, 그리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이해진 의장과 지원 조직이라는 세 축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콘텐츠·서비스 사업은 든든한 수익 창출원 구실을 하고, 네이버랩스는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북미와 유럽 진출은 라인과 함께 네이버의 외연을 전세계로 확장한다는 구도다. 2017년 3월 출국을 준비하는 이해진 의장이 그려놓은 그림이다. 이처럼 미래 기술 기업으로 변화하려면 한성숙 부사장이 ‘안방마님’으로서 제구실을 해야 한다.
 
한 부사장은 일중독자로도 유명하다.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의 수장을 맡았음에도 지시를 내리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관리자 스타일보다는 아이디어를 직접 발의하고 실행에 나서 성과를 만드는 사업가형 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교체로 네이버라는 거대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한성숙 부사장의 선임이 국내 인터넷 업계와 기술 산업 전반에 걸쳐 ‘유리천장’을 깨는 계기가 되기 희망하는 기대도 높다. 한 부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 이람 전 캠프모바일 대표와 함께 국내 인터넷 업계의 대모로 통한다. 엠파스에 재직할 때도 함께 근무하는 여성들에게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준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의 비중이 높은 인터넷 업계에서 ‘40대 여사장’이란 직함을 받아든 한 부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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