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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474 시대’
[Issue]백수 400만, 가계부채 700조, 국가채무 400조… 서민과 후세대의 고통 키워드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 economyinsight@hani.co.kr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과연 국민경제의 기반은 얼마나 튼튼해졌으며 서민대중의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는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공약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747 공약’(임기 중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달성)이다. 바로 이 화려한 ‘경제 살리기’ 공약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을 만큼 현 정부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취임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정부여당은 ‘747 공약’의 실천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2년간의 경제실적은 너무도 초라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2008년 2.3%, 2009년 0.2%로 평균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17,175달러로 2005년 수준으로 후퇴하였다(표 1 참조). 명목 GDP 규모 역시 2003년의 세계 11위에서 2008년에는 15위로 4계단이나 주저 앉았다. 2005년 이후 2%대를 유지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4.7%로 급등한 데 이어 2009년에는 2.8%를 기록하였다. 실업률은 2007년 3.2% 수준에서 2009년에는 3.6%로 상승한 데 이어 2010년 1월에는 5.0%로 급증하였다.
한편 불평등지수나 상대적 빈곤율 등 소득분배와 빈곤상태를 표시하는 지표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일제히 악화되었는데, 예컨대 지니계수는 2007년의 0.340으로부터 2008년 0.344, 2009년 0.345로 악화일로에 있으며, 상대적 빈곤율 역시 2007년 17.4%, 2008년 17.5%, 2009년 18.1%로 악화되고 있다.
물론 지난 2년간의 초라한 경제실적은 2008년 발생한 세계금융위기에 큰 원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경제위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부유층과 기업에게만 주로 혜택이 가는 부자감세, 대규모 토목건설사업 위주의 투자로 인한 자원배분의 비효율과 성장잠재력의 감퇴, 사회복지 지출의 감소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실패 등 곳곳에서 눈에 띄는 잘못된 정책방향 설정과 정책실패로 인해 평범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정책들은 신자유주의적 이념에 토대를 둔 시장만능주의와 박정희 시대의 개발국가모형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는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에 다양한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일자리의 위기를 들 수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 및 고용창출력의 저하에 따른 고용 위기가 한국사회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미 4~5년 전부터이지만 그래도 2005년 이후 매년 취업자가 30만 명 가량은 증가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취업자 증가가 14만 명에 머문 데 이어 2009년에는 7만명 감소를 기록함으로써 일자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예산에 의해 인위적으로 단기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희망근로사업을 제외하면 2009년 일자리는 26만 명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줄어든 일자리 가운데 특히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집중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예컨대 여성은 10만 명, 청년은 13만 명, 고졸 이하는 37만 명이나 감소하였다.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특히 2010년 1월 실업자는 122만 명, 공식실업률 5.0%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의 최고수준을 기록하였다.
   
 
 
백수 4백만 시대

   
 
그러나 이러한 공식실업자 숫자는 고용위기 가운데 빙산의 일각을 보여줄 뿐이다. 실제 실업문제는 이러한 공식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공식 실업률은 2010년 2월 현재 4.9%(실업자 수 116만 9천 명)로 발표되고 있으나 여기에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합치면 실제 실업자는 거의 450만 명에 달하고 있다(표 2 참조). 즉 공식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직장 없는 사람의 수가 공식 실업자의 몇 배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2월 수치에 비해서도 74만여명이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앞으로 한국의 장래를 담당해야 할 청년층(20~29세)의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인 9.8%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하겠다. ‘백수 4백만 시대’는 바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 온 고용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직장이 있는 취업자라고 해서 상태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10년 2월 현재 고용 인원이 1명도 없는 영세 자영업자 및 무급가족종사자가 507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에 달하며, 임금근로자 가운데서도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 근로자가 650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0%에 달하고 있다. 즉 전체 취업자 가운데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지극히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취업과 실업을 거듭하면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로환경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에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 위기가 본격화되자 금년 들어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포하면서 다양한 일자리 창출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정책전환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실을 들여다보면 정책의 가짓수만 많을 뿐 대부분 단기적이고 소규모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에 그치고 있을 뿐 보다 근본적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에서처럼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창출이나 국가의 고용의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 등은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용사정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일자리 예산은 8조9천억원으로 지난해의 12조1천억 원보다 27%나 삭감되었는데 이는 곧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이 구두선에 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가계부채 700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가져온 서민생활의 위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바로 가계부채가 7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여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하였다는 사실이다. 2009년 말 현재 가계부채액은 733조7천억원으로 한 가구 당 4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가처분소득 대비 150%를 넘고 있는데 이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던 당시의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36배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다. 
가계부채 총액은 2007년 말만 해도 630조7천억원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2년 사이에 무려 100조원 이상 급증세를 보였다(표 3 참조). 가계부채의 증가에 따라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부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연간 200만원 이상의 순이자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리금 상환이 힘들어지면서 가계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위험지수가 1·4분기 13에서 2·4분기에 19로 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계의 신용위험지수가 급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실질소득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실질소득은 2008년 겨우 1.4% 증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1.3%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부동산 규제정책의 완화와 이에 따른 토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라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최근 고용사정 악화와 가계실질소득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저소득층 중심의 생계형 대출수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이제 더 이상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상위소득층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가계부채의 지나친 증가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고 있고 상위소득계층들이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의 가계부채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붕괴가 시작되었고 앞으로 경기상황도 불안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에서도 가계부채 상환불능에 따른 대규모 거품붕괴사태가 생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곧 한국경제가 가계부채의 상환불능에 따른 대규모 신용불량자 양산과 부동산 가격 폭락,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금융위기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의 억제를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 규제 강화와 더불어 금리인상이 필요하겠지만 시장만능주의와 친재벌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현정부 경제정책 아래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경제부처장관들, 한국은행 총재,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성장론자, 친기업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경제성장 중심 정책,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기업을 위한 저금리 정책 등의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통한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 역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겠지만 이 역시 현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앞에서 논의한 대로이다.
 
   
 
 ④
국가채무 400조원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인해 그 동안 건실한 흑자를 지속해 왔던 재정수지가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국가채무액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재정의 위기이자 미래세대의 위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동안 한국의 재정수지는 비교적 건전한 흑자상태를 유지해 왔으며 참여정부 말인 2007년에는 34조원의 통합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에는 흑자액이 11.9조원으로 축소되었으며 2009년에는 17.6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에따라 국가채무도 대폭 증가하여 2008년 309조 원, 2009년 360조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0년에는 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국가채무액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여 현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3년에는 무려 5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참조).  
이러한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는 부자 감세로 요약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4대강 살리기 등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을 중심으로 한 정부지출 증가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을 단행하였다.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 그 혜택이 주로 상위층에게 돌아가는 조세를 중심으로 한 감세 규모는 애초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약 98조원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고 국채가 누증될 뿐만 아니라 경기악화 등의 영향으로 다소 조정되어 최종 감세규모는 약 72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감세정책의 명분은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세혜택은 대부분 고소득층과 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평균소득 1.5배 이상의 상위소득계층이 감세효과의 75%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빈곤의 증대나 양극화의 확대를 해결하기는커녕 부자와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함하여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이처럼 감세에 따라 재원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목사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즉 4대강사업 22조원을 위시하여 규모가 큰 10대 SOC 사업의 국고부담액은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SOC 사업비는 실제 소요액보다 부풀려져 건설회사 수익 증대에만 기여할 뿐 국민경제의 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이나 고용창출 면에서는 다른 산업에 비해 뒤떨어지는 시대착오적 투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귀를 막은 지 오래다.
반면 복지 확충이나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재정지출은 SOC 사업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9~2013년 국가재정운영계획 상의 보건·복지·노동분야 지출은 2010년 81조원, 2011년 85조원으로 정권 출범 초기에 비하면 하향 조정된 액수이며 참여정부 시기에 비하면 절대금액이나 총지출 규모 모두 적은 형편이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나 양극화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증가 등의 불가피한 수요증가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복지지출액은 곧 빈민과 서민의 생계에 주름살을 가져오는 작용을 할것이다.
 
474 시대와 악몽의 사이클

경제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747 공약’의 화려한 꿈은 정권 출범 후 채 2년도 안되어 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 걸었던 대한민국 서민들의 꿈도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 대신 현실로 다가온 것은 400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 없는 백수들의 한숨, 700조원의 가계부채가 보여주는 서민경제의 파탄, 그리고 400조원의 국가부채가 보여주는 무책임한 국정운영 뿐이다. ‘474 시대’는 이처럼 험난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키워드라고 하겠다. 
현재의 경기회복도 결국 국가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를 담보로 토목건설공사를 통해 반짝 경기를 누리는 데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474시대가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이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은 미래의 자원을 미리 끌어와서 부유층 지원, 기업 지원, 4대강 삽질 등에 펑펑 쓰고 있는 셈인데 이는 현 세대의 양극화 심화와 빈곤의 증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올 악몽의 사이클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엄청난 빚을 물려준 못난 부모세대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474 시대를 살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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