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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일자리 줄여 국가경쟁력 높인다?
[Special Report II] 쇠락하는 프랑스, 깊어지는 고민- ① 공공지출 감축의 허상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한 프랑스에서 친시장주의 바람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지출 감축 움직임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하는 공공지출이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공감대가 우파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공공지출을 줄이자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속한 좌파 사회당 처지에서 이런 움직임은 평등을 표방하는 좌파의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평등한 의료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서서히 쇠락의 길을 밟는 프랑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_편집자
 
   
 
 
일부 대선 후보, 공공지출 127조원 감축안 내놔… “공교육·치안 서비스 약화 불가피” 반대 목소리도
 
프랑스 공공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55%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우파 대선 예비후보들은 공공지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공공지출을 줄이려면 공공부문 인원 감축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선 공공부문 30만 개 일자리 축소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공지출 을 줄이면 공교육과 사법·치안 서비스의 약화를 피할 수 없기 때 문이다. 무엇보다 공공지출 감축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5년 프랑스 공공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57%로, 세계 에서 공공지출이 많은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GDP 대비 공공지출이 프랑스보다 많은 국가는 핀란드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정부가 연구·개발 세액공제와 고용창출 세액공제를 꾸준히 늘려온 점을 감안하면 57%라는 수치를 약간 조정해야 한다. 원래 국가 회계에서 이런 유형의 세액은 실제 들어오지 않지만 세입으로 계상되고, 기업이 받은 세액공제는 실제 지출되지 않았지만 세출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고용창출 세액공제가 기업의 사회보장분담금 감소로 귀결되면 공공지출이 연 30억유로(약 3조8천억원) 정도 줄어드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바뀐다. 세액 공제를 제외하면 2015년 프랑스의 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은 55.3%다. 이것도 낮은 수치는 아니다. 설령 55.3%를 공식 수치로 채택하더라도 프랑스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 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이 높다. 그런데 좌우를 막론하고 많은 유력 인사들이 프랑스가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의 공공지출도 프랑스 못지않게 많다.
 
공공지출은 수치만으로 다 파악할 수 없는 다양한 현실을 담고 있다. 첫째, 공공지출은 국민경제 측면에서 고용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정부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데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공공지출을 줄인다고 할 때, 이 기능에 필요한 공공지출은 별 고통 없이 쉽게 감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 지방자치 단체, 공공병원 등 다양한 기관으로 구성되는 국가기구를 작동 하려면 사람이 필요하고 물건이 필요하다. 따라서 임금비용(임금+사회보장분담금)과 전기, 전화, 종이, 임대료 등 중간재 소비 비용, 다시 말해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위해 외부에서 구매하는 물품 비용이 발생한다.
 

공교육과 사법·치안 서비스 약화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부의 임금비용과 중간재 소비 비용은 1980년대 초 이후 경기에 따라 GDP 의 17~18% 수준을 유지하며 거의 오르지 않았다. 경기가 나쁠 때는 약간 오르고 경기가 회복되면 약간 감소한다. 이는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공공부문은 특성상 민간부문보다 고용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프랑스 국가기구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 않는다. 덴마크나 핀란드의 국가기구 규모는 GDP의 약 26%로, 프랑스보다 40% 이상 크다. GDP의 20.7%를 국가기구 운영에 사용하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국가기구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 차원에서 운영비용을 분석해 보면 그림이 또 달라진다. 우선 중앙정부의 운영비용이 1993년 GDP의 10.4%에서 2015년 7.8%로 크게 줄었다. 반면 지자체 운영비용은 그만큼 증가했다. 그로 인한 이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행정을 개혁하면서 우리가 기대한 시너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운영비용이 줄어든 결과 중앙정부 가담당해야 할 몇몇 기능은 자원 부족으로 예전보다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사례가 공교육 약화다. 많은 노력에도 프랑스 공교육은 2012년 이후 정책 기조인 긴축재정 여파를 완전히 피해가지 못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프랑스 정부의 공교육 지출은 GDP의 5.8%에 불과했다. 그리고 OECD가 조사한 29개국 중 12 개국이 프랑스보다 GDP 대비 공교육 지출 비율이 높았다. 물론 프랑스 공교육이 당면한 여러 문제가 예산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은 공공부문 고용의 44%를 차지하고, 지출의 25%가 공교육에 할애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공공부문 지출과 대규모 인원 감축이 어떻게 공교육의 제반 문제 해결에 기여할지 의문이다.
 
또 다른 예는, 사법·치안 부문 지출 감소다. OECD에 따르면 2014년 이탈리아의 GDP 대비 사법·치안 부문 지출 비중은 프랑스보다 1.7배 높았고 영국은 2.1배, 독일은 2.5배 더 높았다. 프랑스가 이들 나라보다 사법기관 운영비용을 크게 절약한다고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OECD가 조사한 29개 회원국 중 18개 회원국이 2014 년 프랑스보다 GDP 대비 ‘치안 및 질서’ 부문 비용 비중이 더 높았다. 2012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이전의 감축 기조에서 벗어나 경찰 부문 인원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런데도 외국보다 프랑스 치안 지출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 프랑스의 우파 대선 예비후보들은 공공부문 30만 개 일자리 축소를 통해 공공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6년 11월14일 파리에서 시민들이 교원 감축을 뼈대로 한 정부의 교육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공공 일자리 30만 개 축소가 해법?
 
흔히 정부가 국가기구의 기본 운영비 지출을 줄여야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투자 지출이야말로 미래 경제활 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경제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각종 사회 인프라를 제공한다.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도로나 항만 등 물질적 부분이어서 고전적 의미로 정부 투자 지출에 속한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 인프라의 핵심은 효율적인 공교육으로 배출되는 뛰어난 노동 인력과 신속하게 소송을 해결하는 사법기관 같은 비물질적 부분이다. 이런 성격의 인프라 제공은 국가기구 운영을 통해 국민경제의 경쟁력으로 바뀐다. 오늘날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노트르담데랑드 공항이나 리옹~토리노 터널 같은 물질적 인프라보다 교육과 사법 같은 비물질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주택, 교육, 국토 정비 등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프랑스 국가기구는 절대왕정 시대에 구축된 뒤 나폴레옹과 샤를 드골 같은 장군들의 지배를 거치면서 강화됐고, 여전히 그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기구를 다스리는, 우리가 흔히 고위 공무원이라 부르는 이들은 실제 자신이 일반 국민보다 나라를 위해 무엇이 더 좋은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좋지 않은 습성이 있다. 이들의 생각은 원자력발전 정책에서 보듯 잘못된 것이 많고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물론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공공부문 일자리를 30만 개나 없애는 것은 결코 해법이 못 된다.
 
프랑스의 GDP 대비 공공지출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주된 이유는 사회보장제도에 기인한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 지출 비용은 GDP 대비 31.9%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현재 최저 임금이나 최저소득 같은 기본수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지만 이는 잘못된 문제 제기다. 프랑스의 기본수당은 매우 낮은 편이며 지급 조건도 엄격하다. 실제 프랑스 정부의 기본수당 지출은 GDP의 1.1%로, 사회보장지출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공공의료보험은 2014년 GDP의 8.7%를 차지했다. 외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아주 높은 것도 아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네덜란드는 물론 독일과 일본도 프랑스보다 GDP 대비 공공의료 보험 지출 비중이 높다.
 
프랑스에서 의료보험은 의료비 지출의 78%만 부담한다. 이는 의료접근권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정부는 공공지출 감축 명목으로 공공의료보험 비중을 줄이려 할 것 이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 프랑스의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거라 믿는 것은 잘못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시스템을 보유한 두 국가는 스위스(GDP의 11.4%)와 미국 (GDP의 16.6%)이다. 두 나라는 의료비 지출 중 공공의료보험 비중이 가장 낮다.
 
결국 국민경제의 고용자이자 생산자로서 국가를 분석해보면 공공지출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사실상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는 것은 그나마 가능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보장 지출을 줄인다고 프랑스 국민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가겠는가. 더구나 프랑스에서 높은 공공지출, 그중에서도 사회보장 지출은 수세기에 걸친 중앙집중화로 인해 발전이 한쪽에 치우치면서 발생한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우파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대로 공공지출을 1천억유로(약 127조원)나 줄이고 3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날린다면 과연 지방 중소도시들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6년 11월12일 ‘파리 테러’ 1주기를 맞아 130명이 희생된 바타클랑 극장앞에서 경찰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공지출을 줄이면 사법·치안 서비스가 나빠질까 우려된다. REUTERS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11월호(제362호)
100 milliards de déenses publiques en moins?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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