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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치로 정치판 뒤집은 ‘오성운동’
[Issue] 이탈리아 청년과 중산층의 저항, 오성운동당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가엘 브뤼스티에 economyinsight@hani.co.kr
경제위기 뒤 기성 정치에 환멸 느낀 젊은 층 지지로 급성장… 온라인 네트워크 적극 활용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당이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2009년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설립한 이 당은 2013년 총선에서 상·하원 의석 4분의 1가량을 차지했고, 2016년 6월에는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 비르지니아 라지를 당선시켰다. 경제위기 뒤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젊은 세대를 지지 기반으로 성장한 정당답게 인터넷이나 SNS 등 온라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누구든지 온라인 입당이 가능하고 당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2016년 12월4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오성운동당이 이탈리아의 정치 지형을 또 얼마나 뒤흔들지 주목된다.
 
가엘 브뤼스티에 Gaël Brust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렌치 총리는 개헌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에서 제1야당 오성운동당(M5S)과 갈등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오성(五星)운동당은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창당한 정당이다. 2009년 총선에서 이탈리아 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당은 현재 수백만 명의 지지자를 확보한 대형 정당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2018년으로 예정된 다음 총선에서 명실상부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보니 각료회의 수장, 즉 이탈리아 총리 자리에 오성운동당 출신이 앉을 날이 멀지 않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많다.
 
오성운동당은 2012년 지방선거에서 시칠리아시와 파르마시에서 깜짝 승리를 쟁취하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13년 총선에선 득표율 25%를 기록하며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연합인 현 연립정권을 바짝 추격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 당이 배출한 당선자는 하원 108명, 상원 54명에 이르렀다. 오성운동당은 2016년 봄 시장선거에서 다시 한번 이변을 일으켰다. 이 당 후보들은 수도 로마와 좌파의 아성인 토리노에서 중도좌파 후보를 누르고 시장으로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긴축정책으로도 부채 못 줄여
 
2008년 금융위기는 약 20년에 걸쳐 이탈리아를 지배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권을 무너뜨린 도화선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0년대 초 종말을 고한 제1공화국의 잔해를 뚫고 등장한 인물이다. ‘일 카발리에(기사)’라고 불린 그는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그룹 미디어셋(Mediaset)을 매개로 여러 방송사와 언론매체를 장악한 덕분에 이탈리아 정치 무대를 20년 동안이나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 지역 위기가 터졌고, 베를루스코니 이후 정권을 잡은 정당들은 엄격한 긴축재정 정책을 실시했다. 유로 위기가 결정적이던 스페인이나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에선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긴축정책은 안 그래도 곪아 있던 이탈리아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함에 따라 실업률이 폭등했다. 정부가 사정없이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부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결국 기존 정치 지도자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되었다. 마리오 몬티나 엔리코 레타처럼 베를루스코니보다 더 진중하고 잇속을 덜 따지는 정치인들도 국민의 비판 눈초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플로렌스대학 마르코 타치 정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기존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면서 ‘대중영합주의’의 파도가 두 방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이탈리아 북부를 기반으로 등장한 외국인 혐오 극우정당 ‘북부 리그당’이며, 이 당의 제1목적은 이민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오성운동당인데, 이 당은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반대하고 민주적 요구를 제기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당 창립자 베페 그릴로가 2012년 시실리아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오성운동당은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REUTERS
 
베페 그릴로가 정치 신성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그가 최근 20년 동안 이탈리아 정치 무대를 주무른 정치인들을 맹렬히 비난했기 때문이다. 오성운동당이 수많은 유권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당이 정부의 긴축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확대를 바라는 이탈리아 중산층의 희망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과 몇 년째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취업준비생들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오성운동당은 2016년 4월 타계한 사상가 잔로베르토 카살레조가 고안한 전략에 따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청년층을 공략해왔다. 2015년 출간된 카살레조의 마지막 저서 <왔노라, 보았노라, 웹>(Veni Vidi Web)은 ‘기가인터넷 2.0’ 시대의 정치투쟁 교과서나 다름없을 정도다.
 
실제 오성운동당은 그릴로의 블로그를 통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 블로그는 원래 카살레조에 이어 그의 아들이 운영했다. 이 전략은 분권화한 조직구조를 수용하고 인터넷을 이용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운동가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전략으로 2013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30살 미만 투표자의 37.9%가 오성운동당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학생층의 약 55%가 오성운동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성운동당의 기술 친화력은 온라인 플랫폼 ‘루소’를 통해 구현된다. 당원은 이 플랫폼을 통해 당 정책과 후보 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나아가 오성운동당 의원들이 하원과 상원에서 발의 예정인 법안에도 의견을 낼 수 있다. 네트워크 기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만 봐도 오성운동당이 흔히 비교하는 프랑스 국민전선이나 ‘독일을 위한 대안’(AFD) 같은 극우 대중영합주의 정당보다 북유럽의 지하정당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오성운동당은 2013년 총선에서 상·하원 의석 25%를 차지했고, 2016년 6월에는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 비르지니아 라지를 당선시켰다. 라지 시장이 2016년 9월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대학생 등 젊은 층의 높은 지지율

2013년 총선에서 2014년 유럽의회 선거를 거쳐, 2016년 시장선거에 이르기까지 오성운동당 지지자 중에는 언제나 특정 사회계층이 존재했다. 바로 젊은 세대다. 그중에서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높은 지지율이 단연 눈에 띄지만, 실업자도 오성운동당 지지도가 높다.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의 지지도도 높은 편이다. 반대로 노년층과 퇴직자 사이에선 인기가 낮은 편이다. 이들은 주로 우파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을 보이며 일부는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정당에 투표한다. 여성 유권자도 오성운동당 지지도가 낮다. 이른바 ‘괴짜’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지난 총선 때 2차 선거에서 오성운동당은 이탈리아 공산당의 적자로 간주되는 렌치의 민주당과 달리 노동자 계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당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계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지율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성운동당 지지자의 20%는 과거 중도좌파를 지지했고, 약 33%는 우파에 투표했으며, 25%는 투표를 포기했던 이들이다. 이렇게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강력한 ‘베페 그릴로의 사람들’을 형성한 것이다.
 
오성운동당 후보자 비르지니아 라지와 키아라 아펜디노는 2016년 봄 시장선거에서 중도좌파 후보를 누르고 각각 로마 시장과 토리노 시장으로 당선됐다. 두 후보는 전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으나 특히 70% 넘는 득표율을 보인 청년층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로마에선 심각한 교통 문제를 겪고 있던 교외 지역 거주자들이 오성운동당에 몰표를 던졌다. 반면 렌치가 이끄는 민주당 후보는 노년층과 역사적으로 중도정당을 지지해온 계층에서만 오성운동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오성운동당은 스페인의 좌파 정당 포데모스가 주도한 ‘분노한 시민운동’(Indignados)과 유사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한 유럽 차원의 긴축재정 정책을 거부한다. 따라서 오성운동당의 주장은 유럽 통합 회의주의자들이 내는 목소리와 비슷한 울림을 준다. 역설적인 것은, 이탈리아가 당시까지 유럽 대륙에서 유럽 통합을 강하게 지지한 국가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로마와 토리노 같은 대도시에 입성한 오성운동당 출신 초선 시장들이 어떤 행정적 역량을 보여줄지에 오성운동당의 미래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로마 시청을 향해 매우 조심스러운 걸음을 내디딘 비르지니아 라지의 모습은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어쨌든 오성운동당의 등장은 정치적 차원을 넘어 훨씬 일반적인 현상을 반영한다. 10년에 걸친 경제사회적 위기 끝에 출현한 새로운 정치운동은 유럽 도처에서 정치체제 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11월호(제362호)
Italie: le Mouvement 5 étoiles, ou la révolte des classes moyennes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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