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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 불평등 그 스산한 풍경들
[경제와 책] 역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유강은 libromio@jinbo.net

유강은 번역자

2008년 제임스 본드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냉전이 끝난 시대에 영화 제작자가 상상하는 새로운 악당의 정체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다국적기업 그린 플래닛은 세계 물 공급망을 사들여 ‘글로 벌 생태공원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선전한다. 최고경영자 도미닉 그린은 이사회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이건 세계에서 제일 값비싼 자원입니다. 최대한 많이 차지해야 합니다.” 볼리비아를 첫 공략지로 삼은 그린플래닛은 거대한 지하 대수층 을 매입한 뒤 배출구를 막아 가뭄을 만들고 물값을 천정부지로 올린다. 그리고 군사 쿠데타에 자금을 대주어 사회당 정부를 무너뜨리고 민영화에 찬성하는 대통령을 취임시킨다. <갈증의 대가>의 지은 이 캐런 파이퍼는 2012년 프랑스 파리 ‘세계 물 포럼’에 참석해 007 영화 속에 들어 온 듯한 기괴한 느낌을 받는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물 위기’라는 말이 귀에 익숙해졌다. 신문 국제면을 유심히 보는 이라면 물 사유화, 물 시장, 물 불평등, 물 권리, 물 민주주의 등 전에는 생소했던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흔히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공룡 시대와 동일한 양의 물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물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된 걸까? 전근대사회와 달리, 200년 넘는 산업화를 거친 현대 세계가 직면한 물 문제 는 자연적인 가뭄 같은 게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오염과 지하수 고갈, 기후변화가 물 위기를 낳은 주요인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사람이 10억 명에 달하고, 가난한 나라에선 식량 부족과 더불어 물 부족에 따른 수인성 질병이 조기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 <갈증의 대가> 캐런 파이퍼 지음 l 유강은 옮김 l 나눔의 집 펴냄 l 1만 5천원

파이퍼는 이 위기 상황에서 물을 보는 두 패러다임의 대결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쪽에는 사유화 패러다임이 있다. 물 시스템에 시장 원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자유시장’을 물 분배의 조정자로 내세운다. 여기서 물은 기본적으로 경제재, 즉 상품인 재화다. “물은 온갖 용도가 경합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경제재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1992년 더블린 원칙이 대표적이며, 다국적 물 기업과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각국 정부가 주요 세력이다. 반대편에는 공공재이자 인간의 권리로 보는 패러다임이 있다. 1996년 헌법에 물이 인권이 라고 명시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000년 볼리비아에 모여 코차밤바 선언(“물은 모든 차원의 정부가 지켜야 하는 기본 인권이자 공공신탁이며, 따라서 상품화·사유화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을 이끈 세계시민운동이 주요 세력이다. 두 패러다임 사이에서 타협의 접점을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정부 각료와 기업 중역들이 모인 파리 세계 물 포럼을 시작으로 지은이는 물 위 기의 현장을 찾아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산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전통적인 물 관리 방법과 새로운 민주적 관리 체제를 바탕으로 깨끗한 물을 지키려 악전고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대수층과 저수지를 몇몇 개인 기업이 독점하고 물 은행업으로 이윤을 얻는다. 피노체트의 오랜 독재를 끝내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칠레에 선 독재정부가 헌법까지 바꿔서 사유화 한 물과 수도가 잇따라 외국 기업에 팔렸다. 남아공은 헌법에 “물은 인권”이라는 조항까지 넣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평등한 물 분배와 갈증에 시달린다. 인도에서는 대형 댐 건설과 원거리 물 이 동으로 대도시 물 부족을 해결하려는 정부에 맞서 강을 신성시하는 풀뿌리 시민 들이 싸움을 벌인다. 이집트에서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한 도시의 공익 서비스를 상징하는 수도난이 혁명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라크에선 두 차례의 전쟁으로 물 기반시설이 모두 파괴돼 민간인이 ‘대량살상’을 당했지만, 수도 기반시설 복구는 미국 기업들의 돈잔치만 되었고 깨끗한 물 공급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오늘날 오염된 물은 세계 1위의 사망 유발 요인이며, 기록적인 수의 어린이들이 수인성 질병으로 죽어간다. 기업들 눈에 전세계 물 부족 사태는 수도 민영화로 안정적 수익성을 보장하는 덩치 큰 사업체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투자 기회다. 20 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새로운 황금’ ‘블루 골드’ 등의 별명을 얻은 물은, 투자 전문가 짐 파월의 말처럼 “석유보다 훨씬 더 좋은 상품이다. 석유와 달리 물은 대체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꽤 저렴한 값으로 양질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한국인으로서는 이 책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돈/시간을 물 쓰듯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물 걱정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7회 세계 물 포럼이 바로 대구에서 열렸다. 포럼 참가자들은 물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차원에서도 물 사유화 흐름이 진행 중이다. 2015년 4월 정부는 상수도, 정수장, 하수·폐수 처리장의 민간투자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행정자치부도 각 지방정부에 물 원가 대비 90% 이상으로 수도요금 을 인상하도록 권고했다. 최근에는 대전시가 수도 민영화를 시도했다.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민간투자 사업’이란 이름으로 정수장 민간 위탁을 추진하다가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로 결국 2016년 11월10일 시장이 철회를 선언했다. 물 민영화, 남의 얘기가 아니다. 


 

● 인사이트 책꽂이

 

   
 

미래 권력의 조건

데이비드 S. 에이브러햄 지음 | 이정훈 옮김 동아엠앤비 펴냄 | 1만7천원

천연자원 전략분석가인 저자는 우리가 철기시대를 지나 ‘희금속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희금속은 전세계에서 해마다 수천t 이하만 채취되는 금속류다. 저자는 세계가 희금속류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확실히 이해하고 기술에도 대가가 있음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인식 확산을 목적으로 한 이 책은 스마트폰에서 첨단 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희귀 한 금속의 공급망을 주로 탐구한다.

 

 

 

   
 

미래의 속도

리처드 돕스 외 2명 지음 | 고영태 옮김 청림출판 펴냄 | 1만6천원

매킨지글로벌연구소에 소속된 이들이 현대를 지속적인 단절이 이뤄지는 세계로 보고 미래에 대해 쓴 책이다. 먼저 세계를 변화시키는 4가지 파괴적 힘에 대해 썼다. 신흥국의 도시화, 기술 영향력 가속화, 인구 고령화, 교역을 통한 세계의 연결 강화가 4가지 힘이다. 이어서 이 힘들이 불러오는 변화, 곧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 더 낮출 수 없는 자원 조달 비용, 저금리, 숙련노동자 부족, 경쟁 구도 변화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한다.

 

 

 

 

   
 

가격의 세기

시어도어 E. 버튼, G.C. 셀든 지음 | 임고은 옮김 레디셋고 펴냄 | 1만2천원

금융 연구자이자 정치인과 잡지 편집장이 1919년에 쓴 작은 책이다. ‘치밀한 통계 분석과 예리한 통찰로 빚은 가격의 원리’라는 부제가 달렸다. 저자들은 경제 상황과 투자 조건을 거시적으로 볼 때 가격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며, 1790년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영국과 미국의 물가와 공채 가격 변화를 주로 분석한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그래프를 보여준 뒤 그것에 담긴 경제 흐름과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지금 그 느낌이 답이다

바스 카스트 지음 |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펴냄 | 1만4천원

최근 두뇌 연구자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는 가설, 곧 “우리 모두에겐 꼬마 천재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쓴 책이다. 이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못하게 막는 능력, 다시 말해 직관에 주목해보자는 이야기를 한다. ‘과학의 시대’에 외면당하던 감정, 직관, 무의식, 창의적 힘에 다가가면 진정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심리학과 생물학을 공부한 독일의 젊은 언론인이자 심리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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