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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 문제풀이 방정식
[경제와 책]
[6호] 2010년 10월 01일 (금)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공유의 비극을 넘어>, 엘리너 오스트롬 지음, 윤홍근·안도경 옮김, 랜덤하우스 | 2010
   
 


1968년 개릿 하딘(G. Hardin)은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공유재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도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구글 검색을 해보면 이 논문의 학술논문 인용 횟수는 무려 1만3756회에 이른다. 하딘의 공유재 비극은 ‘양치기 목동’ 모형이다. 하딘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목초지를 예로 든다. 합리적인 목동의 관점에서 이 목초지에서 벌어지는 게임 상황을 검토해보자. 목동 각자는 자신이 목초지에 풀어놓은 가축들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만 과잉 방목으로 인한 손실을 당장 겪지는 않는다. 자신의 가축들로부터는 바로 이익을 얻지만, 과잉 방목으로 인한 손실은 일부만 부담하기 때문에 각각의 목동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가축을 초지에 내보내려 한다. 하딘의 목동 게임의 결론은 비극이다. “바로 여기에 비극이 있다. 목동들은 제한된 목초지에 가축을 무제한으로 증대시키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 속에 갇혀 있다. 공유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믿고 각자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 결국 모두가 파국을 향해 달린다.”
이 책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자원 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1990)의 학술논문 인용 횟수는 8830회에 이른다. 근현대 경제학 역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가운데 하나인 로버트 솔로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경제성장이론 논문(1956년)의 인용 횟수(9585회)에 버금간다. 경제학자가 아닌 정치학자가, 그것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 근거를 이 수치에서 금방 읽을 수 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롬은 △하딘의 목동 게임 △죄수의 딜레마 게임 △맨커 올슨의 ‘집합행동의 논리’ 등 공동체 속에서 개별 인간의 상호작용과 협조-배신 전략을 설명해온 세 가지 전통적 모델을 넘어서는 대안 이론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세 모델은 모두 “공동 자원을 사용하는 개인들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다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갇혀 있다”고 전제해왔다. 각자 별개의 감방에 수감돼 상호 의사소통의 길이 막혀 있는 죄수들은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 처해 있으나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각 목동들은 목초지에 풀어놓을 가축 수를 결정할 때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걱정하지 않는다. 즉, 인간을 공동 자원을 무자비하게 파괴해가는 과정에 갇혀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한심한(?) 개인들로 묘사하고 있다. 맨커 올슨은 “구성원의 수가 아주 적거나,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강제할 장치가 없는 한, 합리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은 공익 혹은 집단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학계·이익집단·정부·언론 등에 종사하는 분석가들은 공유자원의 문제를 이용자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서는 최적의 결과를 이루지 못하며 종종 파국에 이르게까지 하는 ‘딜레마’로 간주해왔다.
기존의 세 모델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은 정책분석가들은 자원이 공동으로 소유되는 모든 경우에 공유재의 비극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유재산권 체계의 확립이라고 주장해왔다. 재산권에 기초한 ‘시장 모델’인데, 공유 체제를 종식시키거나 과잉 방목의 비효율성을 회피하려면 충분한 수준의 재산권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완전한 사유재산권 제도를 도입하면 공유자원의 비극을 끝낼 수 있을까. 현재 공유재를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유재산 체계로의 전환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사적 소유권 제도를 받아들이도록 할 것인가? 물이나 수산자원처럼 사적 재산권 제도 확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유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또 다른 처방으로 그동안 제시돼온 해결책은 국가 같은 외부의 권위적 조직체의 통제와 개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중앙적 권위체 모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 이론은 세상이 정부에 의해 관장되는 것으로 기술한다. …정부는 마치 서부영화에 나오는 미국 기병대처럼, 시장이 실패하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달려나갈 태세로 있고, 경제학자의 임무는 정부에 대하여 언제, 어떻게 달려나갈지를 조언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개인들은 스스로 자신의 집합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거나 거의 미미한 능력만 가진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중앙적 권위체가 현실에서도 책에서처럼 잘 작동할 것인가? 중앙적 권위체가 과학적 이론과 적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까? 결정된 정책의 집행 역시 실수 없이 이뤄지고, 감시나 제재 활동도 일상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행해질 수 있을까?
이런 해결책들은 너무 단순하고 이상적인 제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오스트롬은 “현실을 보면 국가나 시장이, 자원의 장기적 유지와 생산적 활용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국가·시장과 유사하지 않은 제도들에 의존하여 장기간 성공적으로 자원 체계를 운영해온 공동체들도 많다”며 ‘국가와 시장을 뛰어넘는’ 다양한 해결책들을 보여줄 이론적이고 경험적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물리적인 구조들을 묘사하는 데 원과 정사각형, 삼각형처럼 완벽한 도형들만으로 충분하다는 신념은 요하네스 케플러가 이 고전적 사고의 틀을 깨고 화성의 궤도가 타원형이라는 점을 발견할 때까지 천문학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
그렇다면 미래에 그 누구라도 규칙을 위반할 강한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한 농부가 다른 농부들에게 윤번제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이 약속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게 할 수 있을까? “당신들이 약속을 지키면 나도 약속을 지키겠소”라는 말로 다짐을 받을 수 있겠으나, 가뭄이 들고 물이 부족해 순서를 어겨 물을 논으로 끌어들이려는 유혹이 강해지는 상황이 미래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스트롬은 인간을 “가능한 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존재”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들은 무능하고 사악하며 비합리적인 반면, 다른 사람들은 전지전능하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복잡한 환경 구조를 추론하고 이해하는 데 제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의 정도는 사람들 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 오스트롬은 “많은 경우 공유자원 사용자들에게는 가능한 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가에 자신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가지 문제에 단 한 가지 해결책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많은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이 많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하는 공동체도 있지만, 성공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규칙을 따르리라는 약속을 하고 합의의 이행 여부를 자체적으로 감시하면서 공유재를 효율적으로 공동 관리해온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어떻게 이처럼 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오스트롬은 “경험적으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이러한 공유자원 문제를 풀 수 있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지 못한지, 이론적 측면에서 왜 어떤 사람들은 성공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실패하는지에 대해 적절하게 일관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체계”를 발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자발적으로 조직화되고 자치적으로 관리되는 집합 행동’에 관한 경험적으로 타당한 이론을 만드는 노력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공유자원들은 주로 연안 어장, 소규모 목초지, 지하수 지대, 관개시설, 그리고 지역 공동 산림 등이다. 비교적 소규모 공유자원 문제, 즉 공유자원이 어느 한 나라에 있고 여기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50여 명에서 1만5천여 명에 이르며, 사용자들이 그 공유 자원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상황들에 초점을 맞춰 여러 경험적 사례들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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