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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ironment] 지금 프랑스는 초가집과 흙집이 대세
친환경 주택 붐 이는 프랑스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 스페인 북부 아라곤의 아예르베 마을은 그 지방 고유의 건축 양식과 자재를 사용한 재건축 사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마을 근처의 돌, 흙, 짚을 사용해 건물을 지음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50%까지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 Angles Castellarnau Visus, 테라 어워드 제공

나무, 짚단, 진흙 등 천연 자재 사용 급증… 정부도 규제 풀어 친환경 주택 건설 유도

최근 프랑스에선 주택 건축에 나무, 짚단, 진흙 같은 천연 자재가 많이 쓰이고 있다. 천연 자재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멘트나 벽돌 등 인공 자재와 달리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천연 자재 사용은 친환경 건축 붐으로 이어진다. 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나 맨션 등 공공주택도 천연 자재로 짓고 있다. 2014년 신축 주택의 10% 이상이 목재로 지어졌다. 천연 자재 주택이 화재 위험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방화벽 시험도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경제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친환경 주택 건설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첫째 돼지는 짚단으로 집을 지었다. 둘째 돼지는 나무로 집을 지었고, 셋째 돼지는 벽돌로 집을 지었다. 이 동화가 어떻게 끝나는지 우리 모두 잘 안다. 
 
첫째 돼지의 초가집과 둘째 돼지의 나무집은 늑대의 입김 한 방에 무너져내렸지만 셋째 돼지의 벽돌집은 늑대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버티며 견고함을 자랑했다. 
 
그런데 동화의 내용을 조금 각색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동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벽돌집이나 시멘트집이 나무집을 압도한다. 나무집도 그러한데 하물며 짚단으로 만든 초가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주택 건축과 개·보수에 나무, 짚, 진흙처럼 프랑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가 기초 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나무, 짚, 진흙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친환경 자재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천연 자재는 시멘트, 벽돌, 강철, 유리 등과 달리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천연 재료, 즉 식물성 물질은 성장하는 동안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저장한다.
 
프랑스 건축업계의 조사를 보면, 2014년 프랑스 신축 단독주택의 10.6%가 목재주택이었다. 목재주택은, 목재가 단순히 골조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기둥, 외벽, 지붕 등 건물 전체에 사용된 주택을 말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단독주택에서 목재주택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동주택에서도 목재건물이 점차 늘고 있다. 
 
2014년 신축 공동주택의 3.6%가 목재건물이었다. 학교, 사무실 등 서비스산업 부문 건설과 민간·공공 건물 건설 시장에서 목재건물의 비중은 10%에 이른다. 제조업과 수공업 부문에서도 12%의 신축 건물이 나무로 지어졌다. 신축 목재건물의 대표적인 예로 클레르몽페랑의 도청 건물, 생장드뤼즈에 있는 의류기업 퀵실버의 본사 건물, 프랑스 남부의 중소도시 오리야크에 들어선 르비알랑(Le Vialenc) 임대주택단지가 있다. 
  
   
▲ 짚단으로 채워진 목재 격자판을 쌓아 올려서 집을 짓고 있는 현장(위, Marcel Burkhardt, 테라 어워드 제공). 오스트리아 기업가 마르틴 라우흐의 주도로, 진흙 벽돌을 이용해 짓고 있는 창고 건물(아래, Markus Bahler, 테라 어워드 제공).
짚단으로 만든 8층 건물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지푸라기로 얼기설기 초가집을 지었던 첫째 돼지는 오늘날 짚단으로 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나 맨션 같은 공공주택도 견고하게 지을 수 있다는 걸 알면 무척 기뻐할 것이다. 예컨대 2013년 생디에데보주에 들어선 쥘페리 공공임대아파트는 8층짜리 건물인데, 짚단을 사용한 건물 중 가장 높다. 
 
건물 구조는 목재로 만들었고, 외부 벽은 사전에 목공소에서 짚단을 700장의 목재 격자판에 채워넣은 다음, 건설 현장으로 운반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세워졌다. 
 
게다가 에너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기준을 준수한 건물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햇빛이 드는 방향을 고려해 창문을 내고 일조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창문 크기를 키우는 등 태양광 이용에 최적화하거나, 통풍 시스템을 가동하고 생활하수의 열을 보존하는 것 등이 있다. 쥘페리 공공임대아파트는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낮춘 덕분에 난방비와 온수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단지에 들어선 26개의 널찍한 방 3개짜리와 4개짜리 아파트의 난방·온수 요금은 연평균 130유로(약 16만원)에 불과하다.
 
2013년 파리 근교 오드센 지방의 이지레물리노시에 들어선 루이즈미셸학교 건물도 쥘페리 공공임대아파트와 동일한 방식으로 건설됐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공사 기간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프랑스 남부 방투산(山) 아래에 세워진 마장 콘서트홀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다. 짚단으로 채워진 목재 격자판을 조립한 뒤 건설 현장으로 옮겨 마치 레고 장난감처럼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다.
 
루이즈미셸학교의 구조와 외벽 공사를 담당한 천연 자재 컨설턴트 올리비에 고자르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는 모든 유형을 통틀어 3천 채의 짚단·목재 구조 건물이 있다. 
 
천연 자재를 사용한 건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자르는 짚이나 목재 등 천연 자재를 이용한 조립식 건축이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예로 기존 건물의 단열 시스템을 보수할 때도 외벽과 지붕에 짚이나 식물성 섬유질을 사용하고 내벽엔 유리섬유처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자재 대신 마섬유나 짚을 섞은 벽토를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최근 프랑스에서는 주택 건축에 나무, 진흙, 밀짚 등 천연 자재가 많이 쓰이면서 친환경 건축 붐이 일고 있다. 프랑스 리옹의 목조주택 단지 건설 현장. REUTERS
방화벽 시험 높은 점수로 통과
더구나 주택과 기타 건물의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건물의 단열 시스템을 보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설 부문에서 천연 자재 사용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개발도상국가에서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시멘트는 에너지 소비로 생기는 세계 온실가스의 5%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항공교통의 온실가스 유발 비중의 두 배에 이른다.
 
건설 부문에서 천연 자재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런데 우리가 예상하는 형태의 제약은 아니다. 올리비에 고자르는 루이즈미셸학교 신축 당시 짚단으로 만든 벽이 화재에도 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했다. 짚단 외벽은 정부의 건축 기준에 따른 방화벽 시험을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고자르는 당시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정부 규제가 차례차례 풀리고 있다며 기뻐했다. 
 
경제적 제약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진흙은 여전히 경제성이 매우 낮다. 다른 천연 자재는 경제적 제약이 매우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고자르는 루아르 지방에 최근 완공된 3건의 천연 자재 건축 사례 연구를 언급하면서 비슷한 규모와 유형을 기준으로 목재건물과 일반 건물을 비교하면 비용 차이는 약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 정도는 결정적 차이가 아니다. 심지어 사례 연구에 나온 건물 3채 중 하나는 목재로 지은 노인요양원이었는데, 건축 당시 자재 구입비는 일반 건물보다 더 적게 들었다. 
 
짚단을 채운 목재 격자판으로 만든 외벽은 일반 외벽보다 5∼10% 비용이 더 들지만, 이것도 전체 예산 규모에 따른 상대적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루이즈미셸학교 신축 당시 총예산은 1200만유로(약 148억원)였어요. 그중 짚단 외벽을 만드는 데 3만유로(약 3700만원)가 들었을 뿐이죠.” 고자르의 설명이다.
 
오늘날 제약이 존재한다면 이는 정부 규제나 경제적 제약이라기보다 문화적 제약이며 조직구조의 제약이다. 천연 자재를 보급하고 관련 기술을 도입하려면 아직 천연 자재에 익숙하지 않은 현장 인력을 교육하거나, 건축학교 차원에서 건설 과정 전체와 교육과정을 구조화해야 한다.
 
환경·에너지 기업 솔라그로의 에너지부문 이사인 크리스티앙 쿠튀리에는 “적어도 목재에 한해서는 자원 부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재는 건설, 가구, 난방, 제지, 화학 등 쓰임새가 워낙 다양해 한정된 자원을 두고 여러 산업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프랑스 삼림의 4분의 3이 활엽수림이라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건물에 사용되는 목재는 활엽수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 더 저렴한 가문비나무나 소나무 등 수지류 수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50년까지 수입 목재에 의존하지 않고 건물 신축과 개·보수에 사용되는 목재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단 프랑스 국내에 수지류 수목을 더 많이 심어야 하고 기존 활엽수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천연 자재 건축은 위축되지 않고 몇 년 안에 건물 단열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2020년 도입 예정인 새로운 규제에는 천연 자재 사용 기준도 포함된다. 그러면 부모는 자녀에게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새롭게 각색해서 들려줘야 할 것이다. 
 
   
▲ 2008년 발생한 중국 쓰촨 대지진 이후 내진 능력이 좋은 흙벽돌로 지은 쓰촨성 마앙차오 마을의 주거단지. 우지오차오 자선재단, 테라 어워드 제공
 
 

흙으로 돌아가 살리라 
2016년 여름 프랑스 남동부 리옹은 ‘흙의 고향’이었다. 7월 리옹에서 제12회 진흙 건축 전문가 세계대회인 ‘테라(Terra) 2016’이 열렸다. ‘테라 2016’은 유럽에서 열리는 천연 자재 건축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리옹은 건축가들의 진흙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신설된 국제 건축가상인 ‘테라 어워드’의 첫 번째 시상식이 열린 도시이기도 하다.
 
신석기시대부터 진흙은 벽토나 벽돌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으며 여전히 인류의 3분의 1은 진흙으로 만든 집에서 생활한다. 특히 가난한 나라의 농촌에선 대부분의 주민이 진흙집에 산다. 선진국에선 산업혁명 이후 벽돌이나 시멘트로 대체돼왔다. 빈국에선 진흙이 도처에 존재하지만 빈민이나 사용하는 자재로 인식된다.
 
오늘날 진흙은 재료가 지닌 다양한 장점에 힘입어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진흙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양도 풍부하다. 진흙을 사용하면 온도와 습도를 쾌적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는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건축 자재로서 진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이 분야의 선구자들이 오랫동안 줄기차게 애써왔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선 그르노블국립고등건축학교(ENSAG)와 결연한 국제진흙건축센터(CRAterre) 소속 전문가들이 진흙의 효용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두 기관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건축 관련 전문잡지 <에코로직>(Ecologik)과 공동으로 ‘테라 어워드’를 신설했다. 2016년 ‘테라 어워드’에는 전세계에서 출품된 357건의 프로젝트 중 40건이 결선에 진출했으며, 결선 진출작들은 프랑스 전역을 도는 전시회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많은 진흙 건물이 지어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누벨칼레도니섬의 파이암부에 중학교와 오를레앙의 유럽토양시료보관소가 유명하다.
 
선진국에서 진흙 건축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은 비용이다. <에코로직>의 편집장이자 책 <오늘날 진흙 건축>의 저자인 도미니크 고쟁뮐레는 비록 주변에서 쉽게 진흙을 구할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 진흙은 역설적으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고급 자재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기업가 마르틴 라우흐는 진흙 벽돌을 산업적 방식으로 대량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진흙 벽돌은 시멘트를 섞지 않고도 안정성과 방수성이 우수하다. 스위스의 유명한 사탕 회사 리콜라(Ricola)는 2014년 라우흐에게 4800m²의 창고를 지어달라고 의뢰했다. 제1회 테라 어워드 수상작이기도 한 리콜라 프로젝트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9월호(제360호)

Maison de bois, maison de paille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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