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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iz] ‘스타=흥행 보증수표’는 옛말?
스타 캐스팅과 영화평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스타 캐스팅과 영화평, 개봉 초기 어느 것이 더 영화 흥행을 결정하는 요인일까. 흔히 스타가 흥행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스타의 역할이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논란이 많다. 스타가 곧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스타는 제작비 조달이나 영화 홍보 차원에서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한다. 영화평과 관련해선 호평과 악평의 효과가 차이를 보인다. 호평이 관객을 유인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지는 못하지만 악평은 관객의 발길을 막는 데 적잖이 영향을 끼친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걸출한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한 영화를 두고 필자의 남편과 입씨름을 벌였다. 이 배우들로 영화 세 편은 족히 찍겠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이 두드러진 영화다. 게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범죄 누아르물이다. 남편은 이 영화는 꼭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날짜를 살폈다.

그런데 왠지 저 화려한 배우들이 잘 버무려지지 않았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스쳐갔다. 이럴 땐 영화평을 뒤져야 한다. 다양한 평이 섞여 있었지만 대체로 배우들에 비해 영화 스토리가 좀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나는 기대 이하라는 영화평들을 모아 남편 앞에서 줄줄 읊어대며 그 영화를 보지 말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은 귀를 막았다. 자기는 이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놓치기 싫다며 악평들 좀 그만 읽어대라 할 뿐이었다.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스타 배우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라면 한 번 더 눈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 스타의 안목에 나름의 기대를 건다. 당대 가장 몸값이 비싼 스타가 고른 작품이니 자신에게 오는 여러 시나리오와 대본 중 가장 좋은 것을 고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다. 몸값 비싼 스타가 굳이 재미없는 작품을 고르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기대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오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는 가장 ‘핫’한 남녀 청춘스타가 나왔다. 저 둘은 함께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인데, 모두 그 작품을 골랐다면 스토리도 어느 정도 괜찮겠지 하는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두 배우가 너무 아깝다 싶을 정도로 구성이 엉성했다. 두어 편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봤지만 그 이상 채널에 손이 가지 않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드라마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드라마였다. 특이한 소재와 스토리 전개로 유명한 작가가 대본을 썼다. 역시나 전작들처럼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배우가 계속 거슬렸다. 남자 주인공 자리에 더 빛나는 스타를 캐스팅했으면 눈길을 끌었을 것 같은데 주인공이 살짝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에 ‘무게’를 더할 수 있는 스타 파워가 필요해 보였다.

영화평과 흥행의 상관관계

이렇게 스타의 존재는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에 꽤 많은 구실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에 이들의 몫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여전히 논란이 된다. 스타와 영화 성공의 관계는 많은 연구가 진행될 정도로 단골 소재이지만 연구마다 상반된 결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에선 스타의 존재가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어떤 연구에선 그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워낙 다양한 요소가 영화 흥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타 유무만으로 일관된 결론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 대략적 평가다.

남편이 스타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만큼 나한테 중요한 역할을 한 평론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다. 평론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사람들의 영화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기능이고, 또 하나는 대중의 의견을 보여주는 ‘거울’로서의 기능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가 조금 다르다. 오피니언 리더 기능이 강하다면 비평 내용에 따라 영화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평론가의 평을 보고 그 영화의 관람 여부를 판단했다면, 평론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효과가 잘 발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거울로서의 기능은 흥행력을 예측하는 부분이 강하다. 시장에서 새로운 반응을 이끌기보다 현재 대중의 의견을 강화하고 총합해 이 영화가 인기를 끄는, 혹은 외면받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2016년 9월21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 시사회에서 배우 정만식, 곽도언,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수라>는 간판급 스타가 대거 출연했지만 흥행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연합뉴스

평론과 영화 흥행의 관계 연구는 대체로 ‘영향력’보다 ‘예측’의 힘이 더 강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평론 내용이 개봉 첫주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전체 흥행 수준을 예측하는 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평론 내용이 대중의 시각과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지 않고 호평이 늘어난다면 영화 흥행도 높아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 평론의 역할을 좀더 세분해서 생각하면 호평과 악평의 효과가 각각 어떨지 관심이 갈 수 있다. 부정적 평론과 긍정적 평론 가운데 어느 힘이 더 큰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론이 긍정적 평론보다 더 잘 전파되고 영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영화 관람에서뿐 아니라 다른 사안들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되는 결과다.

이것은 사람들이 대체로 호의적 정보보다 비호의적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분명한 상황에서 명확한 해답을 얻으려는 마음이 있다. 이때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가 사람들에게 더 명확한 해결을 주는 경향이 있다.

둘째,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손실 회피 경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로 얻는 것보다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것에 더 예민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영화 선택에 좋은 영향을 주는 정보보다 나쁜 영향을 주는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기 돈을 치르고 영화를 보기 때문에 혹시 그 영화가 재미없지 않을까에 더 관심을 갖고 그것을 강화해주는 정보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기초로 스페인의 한 연구자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두 영화를 정해놓고 스타의 존재가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에 영향을 끼치는지, 평론 내용에 따라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지 설정한 뒤 확인해본 것이다.

먼저 대학원생 107명을 모집하고 스타가 나오는 영화와 스타가 나오지 않는 영화 두 편을 선정했다. 그리고 두 영화에 각각 우호적, 비우호적, 중립적 평론을 모았다. 두 영화에 각각 세 가지 평론이 있으므로 모두 6개의 상황 설정이 가능하다. 그다음 실험자들을 6개 그룹으로 나눠 영화 감상 전후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측정했다. 스타 유무와 평론 내용이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과 영화를 본 뒤 자신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측정한 것이다.

흥행의 최대 걸림돌은 악평?

실험에 쓰인 영화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터널 선샤인>과 <노트북>이었다. 빅스타로 분류되는 짐 캐리가 출연하는 <이터널 선샤인>과 그다지 눈에 띄는 스타가 나오지 않는 <노트북>을 선택했다. 이 실험은 2004년에 했기 때문에 그해 나온 비교적 신작 영화로 선택한 것이다. 또 영화산업의 가장 주된 장르라는 측면에서 ‘드라마’ 분야, 또 제작비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 중에 두 영화가 선택됐다. 각 그룹은 모두 이 영화나 소개 자료를 본 적 없이 오로지 포스터만 본 뒤 각각 소속 그룹에서 제시된 평론을 읽고 영화를 보는 형태로 실험이 진행됐다.

   
▲ 영화평론가 장 미셸 프로동(가운데)이 2016년 10월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BIFF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평론 효과를 살펴보면, 평론 내용이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들이 예측한 것처럼 우호적 평론보다 비우호적 평론이 더 크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전반적 평가나 권유 여부에는 평론 내용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존 연구들에선 영화를 본 뒤 평가와 평론 내용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결과가 많았다.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 때 전문가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 결과들은 대부분 지지됐다.

그런 연구들은 대부분 영화 평론과 영화 관람자의 평가를 사후에 연결해 추정한 결과였다. 즉, 대체로 호의적 평론이 많으면 영화 관람자의 평가가 좋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체적 틀에서 평론과 관람자의 평가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불과했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인위적으로 각기 다른 평론에 노출시키고 주어진 영화를 보게 한 뒤 평론 효과를 측정하니 평론 내용이 관람자들의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평론의 ‘오피니언 리더’ 기능은 크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스타의 효과를 살펴보면, 스타 유무가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에도 영화를 보고 난 뒤 평가에도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짐 캐리가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비율은 더 높지 않았다. 영화를 본 뒤 평가에도 스타가 나오는 영화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실험에선 스타가 나오지 않는 <노트북>을 권유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비우호적 평론을 스타의 힘으로 완충하는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화의 성공에서 스타는 영 쓸모없는 존재일까.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 역시 그렇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스타가 있기 때문에 제작비 모금이 훨씬 잘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펀딩뿐 아니라 영화 소개 과정에서도 스타의 힘은 발휘된다. 많은 영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 영화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은 어떤 스타가 출연했는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스타의 등장이 그 영화의 재미나 질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부정적 평론을 완화하지도 않는다. 영화의 질을 사전적으로 보장해주는 ‘사인’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필자의 남편 같은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연구가 끝이 없는 이유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 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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