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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전력시장 환골탈태 ‘대란은 없다’
‘원전 가동 중단’ 일본의 2016년 여름 나기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조은진 eunjin@kotra.or.kr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유독 무더웠던 2016년 일본의 전력 사정은 어땠을까. 우려와 달리 대지진 뒤 처음으로 전력 수급이 안정적인 여름을 보냈다.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허리띠를 졸라매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개선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려 공급을 확대했다. 셋째, 소매 전력시장의 문을 민간기업에 열어 경쟁체제를 도입해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거뒀다.

조은진 KOTRA 일본 오사카무역관 차장

2016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다. 서울의 8월 평균 최고기온은 무려 34.3℃였고, 전국 폭염 일수는 16.7일이었다. ‘150년 만의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8월8일에는 전력 수급 비상경보 직전 상태까지 몰렸다. 폭염이 계속돼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사례가 보도되면서 누진세 논란이 뜨거웠던 한 해였다.

바다 건너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쿄는 최고기온이 35℃를 넘는 날이 13일이나 계속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에서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는 날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오사카에선 9월 말까지 밤에 잠을 자기 위해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도쿄전력(일본 정부가 1951년 지역별로 9개의 전력회사를 세울 때 함께 설립한 일본 최대 전기·가스 공급회사)에 따르면, 2016년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력 수급이 안정적인 첫 여름이었다. 다른 주요 전력회사도 마찬가지다. 간사이전력은 8월5일 하루에만 전력사용률이 94%, 규슈전력은 8월19일 하루에만 97%를 기록했을 뿐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2011년 대지진 이후 원자력 가동을 거의 중단한 일본에서 어떻게 150년 만에 찾아온 폭염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할 수 있었을까.

먼저, 수요 측면에서 산업계 및 일반 국민의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들 수 있다. 일본은 대지진 뒤 심각한 전력 부족을 겪어왔다.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이 거의 전면 중지되면서 당시 일본 발전량의 30%에 이르는 4770만kWh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에서 서일본 지역 전력 예비율이 2.7%로, 전력 안정 공급 최소 예비율인 3%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  

전력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에너지 사용 합리화에 관한 법률’(에너지절약법)에 근거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무기기·가전 구입을 권장했고, 수요에 대응해 시간대·계절별로 전기요금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시스템(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등)을 도입했다. 조명 분야에서는 백열전구를 LED 조명으로 교체할 것을 권장했다. 운수 분야에서도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수송기관 활용 등을 권고했다.

이 결과, 도쿄전력에 따르면 2016년 여름철 전력 수요는 지진 전보다 10% 감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은 산업·업무·가정·운송 등 다방면에서 에너지 절약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해마다 경제가 1.7%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에는 2013년보다 2103억kWh 늘어난 1조1769억kWh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철저한 에너지 절약을 통해 1961억kWh의 전력 사용을 줄임으로써, 2030년 총 전력 수요를 2013년(9666억kWh)과 거의 같은 수준인 9808억kWh로 유지할 계획이다.

일본 환경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7년부터 전력 소모가 큰 에어컨과 냉장고 등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으로 교체함에 따라 삭감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산정해 t당 2천엔(약 2만1700원)의 보조금을 소매 매장에 지급할 계획이다. 자연스럽게 유통기업은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제조기업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소비자는 유통기업으로부터 할인이나 포인트 혜택을 받기 위해 에너지 절약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선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에너지의 대안으로 전력 수급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의 총출력은 2015년 대비 20% 늘어난 3만3천MW로, 이는 연간 원자력발전소 6기분에 해당한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부족에 직면한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2012년 7월부터 고정가격매입제도(Feed-In Tariff·정부가 태양광발전 생산원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일정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제도 -편집자)를 실시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에 따라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15년 기준 14.5%로 2012년 대비 4.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2015년 한 해에만 약 900만kWh가 도입돼 연간 도입량 면에서 일본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국가가 됐다. 일본 정부의 태양광전기 매입가격(2016년은 kW당 24엔)에 따른 이익 창출 가능성을 보고 일본 기업뿐 아니라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인 중국의 토리나솔라, 한국의 한화큐셀·LG CNS 등도 일본 시장 진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 일본 도쿄의 공원 바닥 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16년 여름 처음으로 전력 수급이 안정됐다. REUTERS

2014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천연가스와 석탄·석유 등 화력발전 비중이 84.6%로 여전히 높지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2~24%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날씨 등 자연조건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수력·바이오매스·지열 발전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전체 발전량 중 수력 비중은 2015년 8.8%에서 2030년 9.2%까지, 바이오매스는 1.6%에서 4.6%까지, 지열은 0.2%에서 1.1%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정부 정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로 발전된 녹색 전력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녹색 전력시장 규모가 2013년 1350억엔(약 1조4600억원)에서 연평균 36.6%씩 증가해 2020년에는 1조2천억엔(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 일본 도쿄에 있는 광역계통 운영기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해 사업자 간 경쟁으로 소비자 혜택을 유도하고 있다  REUTERS

전력 소매 자유화로 경쟁 도입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전력 소매 자유화’(발전과 송·배전 업무를 민간기업에 개방해 전기의 도·소매를 허용하는 제도 -편집자)다. 일본은 2016년 4월부터 전국 전력 사용의 40%를 차지하는 소매 전력시장에까지 경쟁을 도입하면서 전력시장을 전면 자유화했다. 대지진 뒤 안정적 전력 공급을 확보하고, 전기요금을 최대한 억제하며,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201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전력시장을 개방해왔다. 2016년 신규로 8조엔(약 87조원)에 이르는 소매 전력시장이 개방되면서 가스 사업자(도쿄가스 등), 케이블TV 사업자(J-COM 등), 통신 사업자(소프트방크 등) 등 고객과 접점을 가진 다양한 기업이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이러한 신전력 사업자의 증가는 각 전력회사의 발전소 정비 및 건설 증가로 이어져 전력 공급 안정으로 연결됐다.

다양한 민간기업이 전력사업에 참여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특화한 전력 제공 사업자도 늘어났다. 이는 가정용 태양광발전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신전력 사업자인 에코시스템은 160만엔(약 1700만원)에 이르는 주택용 태양광발전 설비를 무료로 설치해주는 대신 20년 동안 각 주택에서 태양광발전 전력 사용비를 징수하고, 20년 뒤 계약자인 주택 소유자에게 발전 설비를 무상 양도하는 체제로 가정용 소매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3천 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경쟁을 도입하면서 요금 인하 효과도 나타났다. 일본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인 이상 세대당 지출액 중 전기요금은 2015년 8월 1만412엔(약 11만3천원)에서 2016년 8월 8910엔(약 9만6천원)으로 약 14.4% 감소했다. 신전력 사업자가 가스와 전기, 케이블TV와 전기, 통신과 전기 등을 묶음으로 판매하면서 가격 인하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 사례를 보면, 사이타마현 주택에 사는 다케시마의 4인 가족 전기요금은 전력 소매 자유화 이전에는 많이 나오면 월 2만엔(약 21만7천원)을 초과했는데, 4월 이후 석유회사 공급 전기를 사용하면서 8%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일본의 전기요금은 아직 한국보다 높다. 2014년 기준 산업 부문에서는 일본의 전기요금이 한국의 약 2.8배, 주거 부문에서는 약 2.3배다. 하지만 일본의 세대당 전기요금 지출액은 새로운 공급원 확보,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에 따른 수요 감소, 경쟁체제 도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 2016년 11월4일 발효된다. 한국도 이미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전망치 대비 37% 줄인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기본 계획을 2016년에 수립할 계획이다. 한국도 수요(에너지 효율 개선) 및 공급(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측면에서 개선과 함께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고 전기요금 지출액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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