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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결혼, 이혼의 합리적 선택
[Forum]
[6호] 2010년 10월 01일 (금) 안태현 economyinsight@hani.co.kr

   
 

안태현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전통적인 경제학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지 않던 결혼과 가족의 구조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 초,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혼인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을 논문으로 발표한 이후 경제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로 자리잡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결혼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 낮은 출산율로 인해 가족의 형성·해체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는 결혼에 관한 경제학 연구가 활발한 미국의 실증적 연구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결혼·이혼·출산을 둘러싼 가족의 형성과 해체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가족 내 자원 분배, 노동 공급 등 가구 내 의사결정 문제와 더불어 가족경제학과 인구경제학, 나아가 노동경제학의 주요 연구 영역이다.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기초한 가족 분석의 틀을 마련한 게리 베커의 기본 아이디어는 비교 우위에 의한 ‘가구 내 노동 특화’에 기반하고 있다. 베커는 성별 차이에 기반을 둔 가구 내 노동 특화가 가족 내 역할 분담과 가족 형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가구 내 노동 특화의 경우 생물학적 비교 우위에 따라 여성은 가정 내 비시장노동에, 남성은 시장노동에 집중한다고 분석한다.
가족 형성, 즉 결혼 문제도 가구 내 노동 특화의 편익이 최대가 되도록 이뤄지며, 예상되는 편익의 정도에 따라 결혼이나 동거, 나아가 이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결혼 및 동거의 형성에 따른 편익은 특화 및 노동 분업에 따른 경제적 편익 외에도 소득 결합, 공동 비용 분담 등으로 인한 ‘공동 소비’의 증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주택과 자동차·텔레비전 등 내구재는 개인이 가족을 형성함으로써 공동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고, 혼자 살 때보다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자녀라는 가족 내 공공재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도 경제적 이득에 포함될 수 있다. 

미, 결혼ㆍ이혼 경제연구 활발 
가족 형성 및 가구 내 의사결정과 관련해 경제학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연구가 이뤄졌다. 여기서는 가구 내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가족 형성과 관련해 동거 및 결혼 결정, 동거 커플의 결혼 결정, 그리고 기혼자의 이혼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겠다.
동거는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요한 가족 형성 형태로 자리잡아왔다. 이에 따라 결혼의 결정 요인에만 초점을 맞춘 초기 연구와는 달리 근래의 연구에서는 동거를 미혼자의 의사결정에서 결혼의 주요한 대체 상태로 인식한다. 베커는 1970년대 초 그의 저서에서 결혼(혹은 동거)을 개인의 경제적 유인에 의한 선택 문제로 보고 결혼의 경제적 유인과 이득은 각 배우자의 특화와 분업, 그리고 소득 결합으로 인한 공동 소비 극대화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예컨대 부부가 비교 우위에 근거해 여성은 가사노동, 남성은 시장노동에 집중하면 미혼일 때보다 두 사람의 소비의 합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의 논리에 따르면, 결혼으로 인한 이득은 남자의 잠재소득(Earnings Potential·노동시간을 최대로 투입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 추정치)이 클수록, 그리고 남녀 소득격차가 클수록 증가한다. 또한 모핏을 비롯한 일련의 연구자들은 결혼으로 인한 이득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고소득 커플일수록 높은 수준의 주택과 공공재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구 내 특화(Intra-household Specialization) 및 분업 이론은 기혼남성의 임금 프리미엄 등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토대가 되지만 몇 가지 실증적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 여성의 소득수준과 결혼율 간의 정(+)의 상관관계, 모든 소득수준을 막론하고 증가하는 혼전 동거 경향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가구 내 특화 및 분업 이론을 대체하려는 논의가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학자가 캘리포니아의 사회학자인 오픈하이머다. 그는 남성의 상대적인 잠재소득이 계속 감소됐고, 이에 따라 부부 모두 노동시장에 참여해 둘의 노동소득을 합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회학자인 셸린은 여성의 소득 증가는 높은 수준의 잠재소득을 가지는 배우자 혹은 자신이 선호하는 배우자를 찾는 데 충분한 탐색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줬고, 또한 여성의 협상 능력을 증대시켜왔다고 주장한다. 긴 탐색기는 결혼 시기의 지연과 동거율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동거 기간에 여성은 파트너의 능력과 적합성을 시험해보면서 배우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로버트 윌리스를 비롯한 몇몇 경제학자도 동거를 가족 형성의 시험수단으로 보고 있다. 각 개인은 결혼 전 상대방의 경제력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만 가지고 있고 성격 등 커플 적합도 또한 부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므로 동거를 결혼의 대체 수단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 소득 클수록 동거 선택
잠재소득 수준과 결혼 및 동거 진입의 관계를 분석하는 실증연구는 주로 미혼 남녀의 표본을 이용한 기간 분석(Duration Analysis)으로 행해진다.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근로소득, 고용상태, 교육연수, 노동시장 및 실업 경험 등을 잠재소득의 대리변수로 이용해 결혼 및 동거 확률을 분석해왔다. 그 결과 고소득 남성은 동거보다는 결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잠재적 고용 기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은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앞서 소개한 오픈하이머를 비롯한 몇몇 연구자도 안정적인 커리어를 가진, 그리고 잠재소득이 높은 남성이 결혼에 진입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교육수준의 효과를 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여성의 높은 교육수준이 결혼 확률을 증가시키며, 동거 확률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분석한 대부분의 실증연구에서는 흑인 남성이 백인 남성에 비해 결혼보다는 동거할 확률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흑인 남성이 평균적으로 근로소득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실증연구를 종합해보면 남성은 잠재소득이 클수록 결혼 확률이 높고, 잠재소득이 낮을수록 동거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반면 여성의 잠재소득과 결혼 및 동거 선택의 관계는 연구 결과마다 일치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동거 남녀의 결혼에 대한 선택은 미혼 남녀의 결혼 혹은 동거 결정과 논리적으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결혼이 동거보다 ‘관계 특수적 투자’1)를 많이 해야 하는 장기적인 서약이라고 본다면, 동거하는 남녀는 결혼으로 인한 이득이 공고하다고 판단할 때에만 결혼을 선택할 것이다.
동거 커플의 결혼 결정 문제를 분석하는 실증연구는 단순 미혼인의 결혼 혹은 동거 문제를 다루는 실증연구에 견줘 상대방의 근로소득이나 고용상태에 대한 정보를 직접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경제적 요인과 결혼 진입의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동거하는 남성의 소득이 클수록 결별하기보다는 결혼할 확률이 증가하며, 여성의 경제적 환경은 결별이나 결혼 진입에서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결혼 진입이나 동거, 결별을 결정하는데 별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는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고소득 여성은 소득 공유와 관련해 장기적인 동반자로서 매우 바람직한 상대다. 반면에 높은 노동소득을 가진 여성은 게리 베커가 주장한 특화노동에 대한 이득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결혼의 유인이 적다. 한편 대부분의 실증연구는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과 고용률을 가진 미국의 동거 흑인에게는 경제적 요인이 결혼을 결정하는 데 그다지 설명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동거는 경제적 상태가 공고한 커플에게는 결혼의 전초 단계인 반면 낮은 잠재소득을 가지는 커플에게는 결혼의 대안으로 선택되지만 결혼으로 이어지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혼을 주제로 한 실증연구는 다양하게 전개돼왔다. 여기서는 주로 동거가 이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경제적 요인 및 이혼 관련 법의 변화가 이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동거의 영향에 관한 미국의 실증분석 결과들에 따르면, 대체로 혼전 동거를 했던 커플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이혼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명하지는 않다. 만약 동거가 상대방과의 적합성을 시험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동거에서 결혼에 성공한 커플은 다른 경우와 비교해볼 때 이혼 확률이 낮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혼 성향이 높은 커플이 동거를 하려는 것이라면 혼전 동거와 결혼의 안정성은 부(-)의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실증적 연구에서 많이 직면하는 자기선택(Self-selection·조사 대상 표본이 무작위로 추출되지 않고 어떤 특정한 성향을 이미 가진 사람들로 주로 구성됐을 때 발생하는 편의) 문제와 연결된다. 미국의 몇몇 실증연구는 이혼 성향이 높은 커플이 동거를 선택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관찰 불가능한 이혼 결정 요인과 동거의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동거가 이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동거ㆍ이혼, 자녀 후생에 큰 영향 
이혼의 경제적 결정 요인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이혼의 비용과 관련된 이혼 허용, 재산 분할, 이혼 부양비에 관련된 법률이 이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한 연구 주제는 1970년대부터 도입이 확산된 ‘일방이혼’의 허용을 포함한 ‘무과실 이혼법’(No-fault Divorce Law)의 영향에 관한 것이다. 무과실 이혼법의 도입은 단순히 이혼율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지만 이론적 측면에서 볼 때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이와 관련된 분야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피터스는 무과실 이혼의 허용은 이혼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논리적으로 볼 때, 이혼을 원치 않는 쪽이 상대방에게 언제든지 적절한 보상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부부간 소득분배가 바뀔 수 있더라도- 결혼의 해체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적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혼법의 변화가 이혼 결정에 미치는 인과적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이혼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무과실 이혼법을 우선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법률 도입 효과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부모의 혼전 동거, 이혼 등의 결정은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의 후생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항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경제·사회 정책적 관점에서 혼인 관련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Tip&Tap
1) 관계 특수적 투자: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윌리엄슨은 그의 책 <자본주의 경제제도>(The Economic Institutions of Capitalism·1985)에서 특정 거래로 인해 장기적 투자(관계 특수적 투자)가 이뤄지고, 이 투자 자산이 다른 거래에는 쉽게 이용되지 못할 때 ‘자산 특수성’(Asset Specificity)이 존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계 특수적 투자를 동반하는 거래에는 장기적 계약이 효율적이다. 반면 표준화된 재화 및 용역의 거래에는 관계 특수적 투자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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