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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학생과 환자가 더불어 사는 기숙사
프랑스의 특별한 기숙사 ‘에마뉘엘무니에’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에바 티에보 economyinsight@hani.co.kr

기숙사 비용 20~30% 싼 대신 학생들은 환자 위해 일정 시간 봉사…
입주자 모두 만족

2015년 프랑스 리옹에 특별한 학생 기숙사가 문을 열었다. 한 시민단체가 세운 기숙사로 학생들은 회복기 환자들과 살며 생활을 공유한다. 일반 기숙사보다 비용이 20~30% 저렴한 대신 학생들은 일주일에 2시간씩 환자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학생은 싼값에 기숙사를 이용하고 환자는 학생들과 일상생활을 함께하면서 회복 기간을 앞당길 수 있어 입주자 모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옛 교도소 자리에 들어선 이 기숙사는 정부로부터 우대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아 세웠졌다. 대학생들이 비싼 학비에 허덕이고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한 고령의 환자가 늘고 있는 한국에도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에바 티에보 Eva Thiéabaud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인격주의(Personalism·자각적이고 자율적인 인격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이에 입각해 일체의 가치를 판단하는 철학사조로 프랑스에선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점령군에 저항하는 운동을 했다 -편집자)의 창시자인 에마뉘엘 무니에는 1946년 “성장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것이다”라고 썼다. 2015년 ‘주거와 인본주의’라는 시민단체는 프랑스 리옹에 새로운 학생 기숙사를 짓고 그의 이름을 따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라고 이름 붙였다.

   
▲ 최근 프랑스 리옹에선 대학생들과 회복기 환자들이 같이 거주하며 생활을 공유하는 기숙사 ‘에마뉘엘무니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리옹의 일반 사립 학생 기숙사에서 학생이 빨래를 걷고 있다. REUTERS
이 기숙사에 입주한 학생들은 다른 기숙사에 비해 아주 낮은 월세만 내고 이용하는 대신 일주일에 2시간씩 봉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봉사도 아주 특별하다. 약 120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기숙사에는 학생들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다. 20여 개 방에는 일반적으로 나이 많은 환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환자들의 입주에 특별한 연령 기준은 없지만, 어쨌든 이들은 회복기 환자들로 통원치료 대신 이 기숙사에서 몸을 추스른다. 그리고 자원봉사 학생들은 회복기 환자들의 일상생활을 여러 형태로 돕는다.

“옆방의 젊은 친구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함께 맥도널드에도 가고, 영화도 보러 가고, 카드게임도 합니다.” 2016년 2월 중순 기숙사에 입주한 도미니크 솔타니(57)의 설명이다. 그는 리옹의 교외 지역에서 다른 사람과 월세를 공동 부담하며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난 원래 당뇨가 있어요. 당뇨 후유증 때문인지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이 왔죠.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퇴원할 때가 되니 집 계약 기간이 끝났더라고요. 가족이 있긴 하지만 같이 살 형편이 못 되고….” 그렇게 솔타니가 갈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그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사회복지사가 ‘주거와 인본주의’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의사를 통해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행히 솔타니는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에 입주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의 장애연금은 연 2만6천유로(약 3200만원)를 넘지 않았고, 정신 병력도 없었다. 여기에 솔타니가 기숙사 관리 당국과 체결할 임시 점유 계약 기간이 끝나는 6개월 뒤에는 다른 거처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 입주 계약은 입주 환자가 충분히 몸을 추스르고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장도 가능하다.
 
감옥의 놀라운 변신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는 정부가 2009년 리옹의 생폴 교도소와 생조제프 교도소를 폐쇄하면서 교도소 건물과 부지를 어떻게 이용할지 주민들의 의견을 구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정부는 이렇게 수렴한 다양한 의견 중에서 리옹가톨릭대학의 부속 건물, 상점과 사무실, 공동주택 등을 교도소 부지에 세우자는 의견을 반영해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그리고 ‘주거와 인본주의’ 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세대 간 연대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이 특별한 형태의 기숙사를 세웠다.

베르나르 드베르 ‘주거와 인본주의’ 대표는 리옹의 교도소 부지 재개발은 상징체계의 완전한 전복이라고 분석한다. 감옥이 상징하던 ‘구속과 폐쇄’가 학문 추구에 함축된 ‘자유와 개방’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주거와 인본주의’는 1985년 창립 이래 저소득층 1인 가구 등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 단체가 공급하는 주택들이 대도시 변두리 같은 낙후된 지역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는 쾌적하고 집값도 비싼 지역에 있다는 점이다.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선정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짓는 것은 그 지역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에 거주하는 고령의 환자들은 학생들과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회복 기간을 앞당기고 있다.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노인 요양원. REUTERS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에 입주한 학생은 2인 1실을 쓰면 매달 250유로(약 30만원), 독실 원룸을 쓰면 375유로를 내야 한다. 수도료·전기료·난방비 등은 월세에 포함된다. 이는 리옹의 일반 사립 기숙사에 비해 20∼30% 저렴한 금액이다. 학생들은 저렴한 월세 혜택을 누리는 대신 일주일에 2시간씩 기숙사에서 회복기 환자들을 돌보거나 ‘주거와 인본주의’ 단체가 운영하는 다른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참고로 회복기 환자들은 원룸을 사용하며 매달 450유로를 낸다.

‘주거와 인본주의’ 단체가 기숙사에 들어올 학생을 선정할 때 학생 가족의 소득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다만 기숙사 입주를 원하는 학생은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프레데리크 수브랭 주거 관리 팀장의 설명을 들으면, 인터뷰에서 관리팀이 특히 주의 깊게 보는 것은 후보 학생이 ‘더불어 살기’라는 기숙사 설립 목표에 공감하는지와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 학생 중 대다수는 ‘주거와 인본주의’ 단체와 협력관계가 체결돼 있고 기숙사 인근에 위치한 리옹가톨릭대학 학생이지만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있다.

“이건 기회예요. 이 공간은 내가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아픈 몸을 추스르게 해주는 곳이죠.”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다가 2016년 3월 기숙사에 입주한 50대 중년 여성의 고백이다. 기숙사에는 의사가 상주하면서 프로젝트 전체를 조율하고 있지만, 건물 자체가 병원처럼 조직돼 있지는 않다. 학생들도 의학적 문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게다가 19살 심리학과 학생인 폴린 디네의 증언처럼, 기숙사 당국은 학생이 회복기 환자를 돌보는 중에 우연히 그 환자의 질환을 알게 되더라도 비밀을 유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디네는 자신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고백하는 학생도 있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또 다른 여학생은 이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털어놓으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의사와 베테랑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기숙사 학생들을 지도한다. 매달 학생들이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자신의 자원봉사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율은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 프로젝트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됐을까. 프로젝트를 주도한 시민단체인 ‘주거와 인본주의’는 소외계층의 주택 마련과 월세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990년 제정된 ‘베송(Besson)법’에 따라 협정을 맺고 프랑스 예금보험공사(CDC)가 제공하는 우대금리를 이용해 자금을 대출받았다. 프레데리크 수브랭 ‘주거와 인본주의’ 팀장은 베송법상 지원 대상이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청년층이다보니 회복기 환자들이 베송법의 혜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주거와 인본주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역 국토부에 따로 회복기 환자들을 베송법상 취약계층으로 포함해달라고 했고 다행히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어떻게 보면 ‘주거와 인본주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라는 선례가 있으니, 이와 유사한 다른 프로젝트도 베송법에 따른 정부 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

‘주거와 인본주의’가 프로젝트 재원을 마련할 때는 언제나 이런 유형의 주택대출을 활용하긴 했지만 자기자본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알릭스 귀베르 ‘주거와 인본주의’ 재정담당 팀장은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를 세울 때도 50% 이상 자기자본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기숙사를 세우는 데 총 900만유로(약 110억원) 이상이 필요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대금리로 지원받아 자금 조달

   
▲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 입주를 원하는 학생은 기숙사 운영 단체가 주관하는 인성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리옹 가톨릭대학 기숙사에서 학생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REUTERS
자금 조달은 여러 경로로 이루어진다. 먼저 ‘주거와 인본주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은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이번 기숙사 프로젝트에도 협동조합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 동부지사가 100만유로(약 12억원)를 지원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에마뉘엘무니에 기숙사 프로젝트 담당자인 올리비에 뷔르장시는 “고객 중에 은행과 오랫동안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부유한 사람이 많다”며 “은행은 ‘주거와 인본주의’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지분을 매수하는 데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에게 지원을 제안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지분을 매수한다고 해서 배당금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지분을 매수한 고객은 적어도 부유세나 소득세법상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연대저축’인 셈이다.

연대저축의 유용성은 자명하다. 알릭스 귀베르 ‘주거와 인본주의’ 재정담당 팀장은 프랑스의 전체 정기예금 상품의 1%가 연대저축 상품이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연대저축만으로 재정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연대저축이 사회적 단결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임금저축 운용사인 아문디(Amundi)는 수백만유로의 자금을 연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사회적 단결 촉진하는 연대저축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2003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20일 만에 1만5천 명이 사망한 이후 크게 높아졌다. 노인 문제 전문가인 사회학자 세르주 귀에랭은 그때까지 프랑스 사회는 병들고 나이 들고 죽는 것을 감춰왔지만 2003년 폭염으로 프랑스에도 노인 인구가 살고 있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깨닫게 됐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노인 혁명’이 시작된 것도 이런 인식의 변화에 기여했다. 오늘날 프랑스의 60살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이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제 관건은 어떻게 늙느냐다. 세르주 귀에랭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나 경제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충분한 자립성을 유지한 채 잘 늙을 수 있게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대 간 연대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공동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노인복지관, 상호부조기금, 지자체 의원, 은행, 시민단체들은 이미 현장에서 ‘잘 늙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9월호(제360호)
Une réesidence étudiante hors du commun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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