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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채권자와 채무자가 함께 웃는 P2P”
개인간(P2P) 대출업체 ‘렌딧’ 김성준 대표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김정필 economyinsight@hani.co.kr

개인간(P2P·이하 피투피) 대출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주는 대출 중개 플랫폼이다. 피투피 업체는 20여 곳이 있다. 렌딧(Lendit)은 현재 피투피 개인대출 1위 업체다. 산업디자이너인 김성준(31) 렌딧 대표는 세계 3대 디자인대회에서 입상한 특이한 경력이 있다. 그는 대출 신청서를 들고 은행을 찾았다가 높은 문턱에 좌절한 경험을 살려 렌딧을 차렸다. 이제 막 성장의 길목에 들어선 렌딧에는 하루하루 절박하게 뛰는 스타트업의 결기와 생동감이 공존한다.

김정필 부편집장

   
▲ 김성준 렌딧 대표가 창업 과정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를 내는 서민들에게 절실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하려 한다. 한겨레 정용일
경력이 특이하다. 서울과학고 졸업 뒤 카이스트(KAIST)와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카이스트는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한다. 우연히 1학년 말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데오(IDEO)의 해외 디자인 에이전시 세미나를 듣고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마음을 굳혔다.
디자인은 고객의 니즈(욕구)를 찾아 기획하고 실험한 뒤 최종 해결책을 뽑아 제시하는 ‘생각의 흐름’이라는 말에 매료됐다. 20살이던 당시 아이데오 창업자이자 스탠퍼드대학 디자인스쿨 설립자인 데이비드 켈리를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유학 뒤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여러 디자인상을 받았다. 실제 창업도 했다.
첫 사업은 ‘1/2 프로젝트’였다. 반쪽짜리 생수, 초콜릿, 피자 등을 매장에 진열해 팔되 소비자는 한 개짜리를 결제하면 나머지 반쪽은 기부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수익이 없었다.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은 탄탄한 수익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스타트업인 ‘스타일새즈’(StyleSays)는 어땠나.
빅데이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해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한 뒤 패션 아이템을 구매로 연결해 배송하는 스타트업이었다. 땅이 큰 미국에서 물류 네트워크가 확보되지 않다보니 배송 기간이 길어져 사업이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2014년 12월 회사 운용 자금이 부족했다. 앞으로 6개월만 더 해보려는 마음으로 당시 3천만원을 대출받으려고 한국에 잠깐 돌아왔다.

대출을 받았나.
당시 대출을 못 받는 바람에 지금 렌딧을 창업했다. 제1금융권은 문전박대했고, 저축은행은 대출금 1500만원에 금리 22%를 요구했다. 때마침 2014년 12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피투피(Peer to Peer) 대출 업체인 렌딩클럽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출을 신청하니 대출금 3천만원에 금리가 7.8%였다. 한국의 개인신용대출 시장은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본격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재밌는 점을 두 가지 발견했다. 첫째, 한국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약 200조원으로 미국의 4분의 1이나 됐다. 이는 인구 대비 엄청난 규모다. 대출의 질도 나쁘지 않았다. 둘째, 개인의 신용정보가 나이스평가정보 등 소수의 중앙 신용평가기관으로 수집된다. 신용정보 평가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사업자에게 유리한 시장이다.

대출 신청에서 지급까지 20분

이른 시간 안에 렌딧을 설립했다.
렌딧 창업을 결정한 뒤 2015년 2월 미국에 잠깐 돌아가 아파트 짐을 빼서 한 달 보관비 16만원짜리 창고에 넣었다. 그런데 아직도 미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매달 16만원씩 내고 있다. 그때 내 고민은 눈에 보이는 사회적 문제를 사업으로 연결해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화재에서 위험률 예측·분석, 상품 기획을 담당하던 공동창업자 박성용 이사는 스탠퍼드대학원 동기다. 박 이사와 뜻이 맞아 2015년 3월 렌딧을 설립했다. 한 달 뒤 실리콘밸리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스타일새즈 때 투자를 요청했다 거절된 뒤로 계속 알고 지냈고, 다시 찾아가 렌딧 창업 취지를 설명하자 흔쾌히 투자를 결정했다.

렌딧은 무슨 뜻인가.
렌드(Lend)는 번역 그대로 ‘빌리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것이다. 렌딧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정보기술로 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중의적으로는 나이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담은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표방했다.

대출 신청 과정은.
대출 신청은 모바일과 컴퓨터에서 모두 가능하고 2분 내로 완료할 수 있다. 이후 렌딧의 내부 자동심사 알고리즘에 따라 약 10분 내로 신용평가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대출 진행을 원할 경우 신분증과 소득 증빙 서류를 팩스나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지급이 완료된다. 서류를 바로 제출하면 대출 신청에서 지급까지 총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렌딧 신용평가 시스템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박성용 이사가 자체 심사 모델을 2015년 5월에 완성했다. 기존 금융기관과의 차이점은 심사 모델에 반영하는 요소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의 대상 고객은 신용등급이 각각 1~3등급, 7~9등급이다보니 소득과 빚 등 10가지 안팎의 기본적 영역만 본다. 우리는 4~6등급의 중금리 대출을 주요 대상으로 삼다보니 훨씬 더 많은 요소를 보고 다각도로 평가한다. 개인신용대출 고객 중에서도 근로소득자로 특화해 신용평가 모델 알고리즘이 생성돼 있다.
렌딧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는 정보는 200가지인데 고객의 신용카드 월 한도, 최근 1년간 카드 한도 대비 사용 비율 등이 포함된다. 만약 카드 사용량이 한 달 평균 200만원이다가 갑자기 최근 400만원을 썼다면 심사에 반영한다. 고객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기타 조율하듯이 처음 만든 심사 모델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평가에 반영하는 개인의 금융정보는 300가지다.

대출 고객의 심리 및 행동 분석도 반영하나.
렌딧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시 페이지 이동 패턴과 소비 시간을 분석하거나 SNS에서 어떤 단어를 많이 쓰는지 등을 분석하면 고객의 신중함, 성향 등을 파악할 때 도움이 된다. 아직은 비교대조군을 확보할 정도로 데이터가 많지 않아 정보를 수집해 참고만 하고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경우 SNS를 통해 파악하고 심사 모델에 긍정적으로 반영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현재 이렇게 반영하는 비율은 5% 미만이다. 비금융정보 심사 모델은 2년 안에 완성이 목표다.

지금까지 대출 현황은 어떤가.
누적 대출액은 2016년 8월25일 현재 198억원이다. 대출금리는 연 4.5~18%이며,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 안팎이다. 연체율은 0.43%로 부실률은 아직까지 0%다.

대출 고객은 어떤 유형이 많나.
전체 대출자 중 절반은 대환대출이다. 카드론 대환이 40%, 저축은행이 25%, 대부업이 20%다. 렌딧의 목표는 200조원가량의 신용대출 시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제1금융권의 대출금리 5%와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 20% 사이의 ‘금리 절벽’을 메우는 것이다. 그 중간에 계단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전체 인구 중 신용등급 4~6등급이 1800만 명 정도인데, 굳이 제2금융권의 비싼 금리를 안 써도 되는 사람이 상당수다.

시중은행들은 중금리 시장에 매력을 못 느낀다.
시중은행은 신용등급 1~3등급의 안전한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있으니까 굳이 중금리 시장에 손대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에선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에 중금리 대출을 압박하자 피투피 대출 업체와 손잡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시티은행은 대출이 어려운 고객을 렌딩클럽으로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다. 또 연간 8조~10조원의 신용대출을 하는 렌딩클럽의 대출채권 중 2조원을 사들인다. 시티은행으로서는 자기 비용은 들이지 않고 당국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면서 투자도 하고 수익도 내는 효과를 본다.

국내 최초로 피투피 포트폴리오 투자를 선보였다.
피투피 대출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산투자다. 렌딧은 한 달 동안 대출을 집행한 뒤 첫 상환일이 돌아오기 전에 대출채권을 포트폴리오로 묶어 투자 고객에게 판매했다. 이것이 ‘포트폴리오 1.0’ 모델이다. 2016년 7월25일 공개된 13호 포트폴리오는 103개의 대출채권이 묶여 있기 때문에 100만원을 투자할 경우 채권의 금액 비율에 따라서 103개 대출에 투자가 분산된다. 13호 포트폴리오는 연평균 수익률이 9.71%다. 지금까지 렌딧 1호부터 13호까지 평균 수익률은 10.31%다.

투자자로선 포트폴리오를 짤 선택권이 없다.
2016년 9월 초 투자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포트폴리오 2.0’ 모델을 론칭했다. 이 모델은 투자자에게 수익률이 다른 3가지 옵션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여러 대출채권을 보여준 뒤 투자자가 임의로 채권을 넣고 뺄 수 있다. 이 모델은 그동안 렌딧의 대출 75만 건을 분석해 분산투자에 최적화한 알고리즘으로 만든 것이다.

리스크 관리나 추심 관리는 어떻게 하나.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이 렌딧의 대출 및 투자 프로세스를 분석한 뒤 내놓은 결과를 말하면, 렌딧은 보험보다 조금 더 리스크를 감수하는 정도로 보면 된다. 캐피털이나 대부업보다는 관리를 더 조여서 한다. 일반 카드사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한다.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현재 대출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다. 렌딧 신용등급과 대출 기간에 따라 다르며 평균 약 2%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2016년 하반기 안에는 투자자한테도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피투피 영역, 보험시장으로 확대 계획

피투피 대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규제에는 권한과 책임의 장단점이 있다.
직접 규제하는 법이 없는 것은 맞다. 금융감독원은 지속적으로 피투피 업체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실적 보고를 받고 대출 규모 및 투자자 감시를 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은 피투피 업체를 대부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렌딧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법적으로 ‘온라인 대부업’으로 봐야 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피투피 대출의 가장 큰 차별성은 금리가 다르다는 점이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대출을 중개하는 것이 피투피 대출의 특성은 아니다. 국외 사례를 보면, 피투피 업체의 주요 투자자는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다. 어떤 측면에선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산업자본의 피투피 대출 시장 유입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다. 실제 다른 나라는 기관투자가 80% 정도다.

개인신용대출 외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나.
렌딧은 기본적으로 기술을 갖고 금융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을 해결해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보험도 이 영역에 들어온다. 보험중개사들은 보험료의 20% 정도를 받아간다. 보험 쪽도 비용 구조 측면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 향후 5년간 대출시장에서 기술적 기반을 쌓고 보험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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