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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농약 먹고 쑥쑥 자란 ‘보르도 와인’
보르도 와인업계 농약 퇴출에 나설까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클레르 알레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포도 산지 가운데 농약 사용 으뜸…
기존 명성에 안주해 유기농 재배 꺼려


많은 이들이 와인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정한 규모의 포도밭에서 최대한 많은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다량의 농약을 사용한다. 문제는 포도 재배에 사용한 농약이 와인에도 남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약 과다 사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져감에도 좀처럼 농약 사용이 줄지 않자 최근 프랑스에선 ‘농약 와인’ 논란이 뜨겁다. 농약 과다 사용은 와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포도 산지 노동자,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와인 산지 보르도 지역의 문제가 심각하다. 보르도의 포도 재배 농가들은 여전히 유기농에 시큰둥하다. 보르도라는 브랜드만으로 ‘최고’가 보장되는데 굳이 상품 가치를 높이려 유기농법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약 제조회사들의 치밀한 판매 전략도 농약 과다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클레르 알레 Claire A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6년 4월31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에서 250명의 지역 시민 단체 회원들이 포도 재배 농민들의 죽음에 항의하며 길에 드러눕는 이른바 ‘다이 인’(die-in)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죽음은 농약과 관련 있다. 여기서 농약은 살충제, 살진균제, 제초제, 구충제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몇백m 떨어진 곳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보르도의 랜드마크가 될 와인 박물관 ‘시테 뒤 뱅’(와인 시티) 개장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하던 참이었다. 프랑스의 환경·소비자운동단체 ‘지롱드의 친구들’의 자원봉사자로 시위에 참석한 로망 포르슈롱은 “우린 그저 대통령이 농약 문제에 대해 견해를 명확히 밝혀주길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마치 포르슈롱의 호소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올랑드 대통령은 시테 뒤 뱅 개장 기념 연설에서 이렇게 답했다. “농약 사용을 억제하고 나아가 금지하기 위해 관계 부처에서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관계자들에게 더욱 분발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현재로서 정부의 분발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보르도, 샹파뉴, 랑그도크루시용, 발레뒤론이다. 그야말로 프랑스의 ‘와인 로드’가 사실은 ‘농약 로드’였던 것이다. 특히 보르도가 속한 지롱드는 프랑스에서 농약 소비량이 가장 많은 3대 데파르망(department·프랑스 행정구역 명칭으로 한국으로 치면 ‘도’에 해당 -편집자) 중 하나다. 2013년 상원에서 작성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도 재배는 프랑스 전체 농지의 3%를 차지할 뿐이지만 농약 사용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프랑스에서 소비되는 농약의 5분의 1이 포도 재배에 쓰이는 것이다. 포도 재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농약의 종류도 536종으로, 432종의 밀이나 284종의 토마토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월등히 많다.

포도의 농약 잔존물은 대부분 와인 제조 과정에서 제거된다. 그러나 2005년 프랑스 농업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포도 농가가 사용하는 10종의 주요 농약 중 3종은 와인에도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8년 환경단체 ‘미래 세대’와 시민단체 ‘팬-유럽’이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와인 40병을 분석했는데, 모든 일반 와인에서 농약이 검출됐다.

이처럼 과도한 농약 사용은 단지 와인 소비자의 건강뿐 아니라 포도농원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환경단체 ‘미래 세대’와 공동 조사한 것을 보면, 2013년 보르도 포도 농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살진균제 10종 중 4종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암 유발 가능성이 있거나 높은 것으로 분류한 농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세기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밝혀져 건설업계에서 퇴출된 것처럼 농약이 21세기의 또 다른 석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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