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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경제] 소셜시대 정치인의 무기는 ‘SNS’
소셜미디어의 정치공학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윤희웅 economyinsight@hani.co.kr

소셜미디어는 신문과 텔레비전 등 전통적 언론의 몫을 대체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사의 홍보 업무 영역을 허물고 스스로 뉴스룸을 만든 뒤 소셜미디어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직접 소비자를 공략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이제 올드미디어에 기대지 않고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전파성은 정치인에게 ‘1인 미디어’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올드미디어가 소셜미디어의 정치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한 행사장에서 전통 앞치마를 입고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대선 주자 중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가장 많다. 연합뉴스
소셜미디어를 잘 다룬다고 해서 당선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소셜미디어를 외면하고 당선되기란 불가능하다. 최근 선거에서 소셜미디어는 캠페인의 핵심이 됐다. 소셜미디어가 ‘신문물’에 뒤처져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구색 갖추기의 보조장치이던 단계는 지났다. 소셜미디어를 전략적으로 잘 다루면 보잘것없는 후보라도 유력 주자들의 대열에 올라서는 일이 가능하다. 또 아무리 유력한 후보라도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경쟁자의 공세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위상이 흔들린다.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도 소셜미디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캠프에 언론인 출신 홍보담당자를 두기보다 소셜미디어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 과거엔 매스미디어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부정적 기사의 수위를 낮추려면 언론 담당자와의 인간관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드미디어가 전부였기 때문에 대응 방식도 ‘올드’했다.

지금은 다르다. 매스미디어에 실린 악재에 대해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세히 해명할 수 있다. 또 전통 매체가 후보의 행보와 메시지를 게재하기 거부하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체적으로 발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문사와 방송사는 이른바 ‘칼질’과 ‘풀질’을 통해 편집 권한을 누린다. 후보자로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반면 소셜미디어 계정은 후보자가 소유한 언론사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상세하게 전할 것은 길게, 간명하게 전할 것은 짧게 쓰면 된다. 그래프가 필요하면 넣으면 된다. 사진과 동영상도 문제없다.

그동안 후보자를 외면했던 매스미디어는 요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콘텐츠를 찾아 기사로 옮긴다. 주류 언론이 후보의 얘기를 들어주지도 실어주지도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삿거리가 되게 자기 소유의 미디어를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면 된다. 유능한 소셜미디어 전문가를 구하는 데 기쓰는 이유다. ‘소셜미디어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업군도 탄생했다.

소셜미디어의 가치는 먼저 기업에서 알아봤다. 코카콜라는 신문 지면을 사거나 방송 시간을 사는 전통적 광고의 비중을 대폭 줄였다. 소셜미디어에 기반한 홍보 전략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홍보팀을 뉴스 편집국과 같은 구조로 개편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단위가 됐다. 전통적 기업과 차별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 ‘먹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면 천문학적 광고비를 줄이고 효과는 몇 배로 얻는다는 비밀을 안 것이다.
 
소셜미디어 트윗으로 재미 본 트럼프

선거캠프의 구조 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메시지를 다양한 형식으로 생산하고 가공해 다양한 채널로 공급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싱크탱크(think tank)가 아니라 액션탱크(action tank)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소셜미디어를 십분 활용하는 인물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다. 최종 선거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소셜미디어 경쟁만큼은 트럼프가 앞서 있다. 현재 경쟁 구도가 형성된 데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전략적으로 다뤄왔기 때문임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편집인 하워드 파인먼은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해야 하는 11가지’라는 기사에서 클린턴의 유세가 2008년에 그랬듯 ‘격식을 차리는 낡은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텔레비전 대신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지금까지 소셜미디어의 달인은 트럼프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의 수혜자임을 밝힌 실증 연구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쇼렌스타인센터는 미국의 9개 유력 언론매체들의 기사를 분석했다. 처음에 트럼프는 미미한 지지도로 출발했지만 보도량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봤다. 기사 내용도 트럼프에 긍정적 기사가 더 많았음을 밝혀냈다. 클린턴은 텔레비전 광고에 선거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언론에서는 트럼프보다 적게 다뤄졌다. 트럼프의 쉴 새 없는 트윗을 주류 언론이 성실하게 받아줬던 것이다.

소셜마케팅 전략가이자 마케팅 회사 오디언스블룸(AudienceBloom) 설립자인 제이슨 디머스는 트위터의 수혜를 입은 트럼프의 선전을 보며 “미디어는 트윗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윗은 짧고 간명하기 때문에 텔레비전 화면에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 때문에 매스미디어를 통해 메시지가 쉽게 재확산되는 효과까지 얻는다고 한다.

트럼프는 트윗으로 보면 다작(多作)을 한다. 하루에 10개씩 글을 올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금까지 3만3천 개가 넘는 트윗을 올렸다. 비활성 계정을 의미하는 ‘페이크 팔로어’(fake followers) 논란이 미국에도 있긴 하지만 클린턴에 비해 팔로어 수가 더 많다. 트럼프는 2016년 9월18일 기준 1158만8375명이고, 클린턴은 884만7608명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힐러리는 공식 페이지의 팬 규모가 600만 명을 넘지 못하지만, 트럼프는 1천만 명이 넘는다. 두 사람 모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즈음 기록한 2천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클린턴보다는 트럼프가 온라인상에서 장사를 잘하는 셈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클린턴은 트럼프에 팔로어 수에서 밀린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에서 트럼프를 다소 앞설 뿐이다.

한국 대선 주자들도 소셜미디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 친화도가 높은 젊은 층을 지지 기반으로 둔 야권 인사들이 적극적이다. 가장 많은 팔로어를 확보한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사용하는 모든 소셜미디어의 팔로어 수를 합하면 200만 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팔로어 규모가 상당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매우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직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여권 후보들도 최근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야권 후보들에 비해 매우 미미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의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는 10만 명을 넘지 못한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가 보여주듯, 소셜미디어를 잘 사용하면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상당한 존재감을 갖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앞으로 분명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갖고 소셜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인물이 있다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새롭게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waymaker@opinionlive.co.kr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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