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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다 중요한 것
Editor’s Letter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신기섭 economyinsight@hani.co.kr

요즘 혁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아마 미국 애플일 겁니다. 이 회사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으로 혁신을 일으킨 뒤부터, 사람들은 애플이 새 제품을 낼 때마다 혁신이 있느니 없느니 논평합니다.

2016년 9월7일 발표된 아이폰7을 놓고도 말이 많았습니다. 모양이나 기능, 내부 구조 등 어디에서도 대단한 혁신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머리에 해당하는 반도체칩(시스템 온 칩)을 작동 단위(코어) 2개짜리에서 4개짜리로 바꿨는데, 이 또한 많은 업체가 앞서 도입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제 애플의 혁신은 끝났다고 단정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다른 힘이 이 회사에는 있습니다. 외부 기관에서 아이폰7의 반도체 칩(A10 퓨전) 성능을 측정해보니, 개별 작동 단위(싱글코어)의 속도가 다른 업체 제품의 두 배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심지어 몇 년 전 인텔에서 나온 노트북 컴퓨터용 칩과 대등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론 칩 전체(멀티코어) 성능으로는 아직 떨어집니다만.

이런 성과는 흔히 말하는 혁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용으로 자체 설계한 칩을 처음 내놓은 것은 2010년입니다. ‘A4’라는 이름의 이 칩은 별로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기본 구조는 요즘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영국 회사 ‘암’의 것을 가져다 썼고, 성능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삼성전자 제품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여 만에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을 모두 따돌리고 노트북 컴퓨터용 칩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린 겁니다.

이런 저력은 무엇보다 자본력에서 나옵니다.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으로 세계 1위 기업입니다. 이런 회사가 실력 좋은 인력을 모아서 꾸준히 밀어붙이면 웬만한 기업은 당하지 못합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조차 이젠 애플을 경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자본력 없는 이들은 대책이 없는 걸까요? 이런 물음에서 이번호 표지 기사를 구성했습니다. 작지만 저력 있는 기업 4곳의 성공담을 모았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80년 동안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모방한 끝에 최고 수준의 몰트위스키를 만들어낸 일본 기업 ‘닛카’입니다. 나카가와 게이이치 대표는 성공 비결을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인터뷰한 독일 기자는 그가 ‘완벽한 순간’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짝하고 떠오른 영감이나 느낌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추구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태평양 한복판에 산더미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바다를 살리고 재활용 사업도 하겠다는 네덜란드의 22살 청년 보얀 슬랏입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그리스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다 떠오른 구상을 밀어붙여, 독창적인 플라스틱 수집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오션클린업’이라는 재단을 차린 그는 2020년 수거 작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바다 살리기에 나선 사람들을 다룬 ‘스페셜2’(121쪽)에 나옵니다.

독자께도 영감이 찾아가길 기대해봅니다.

신기섭 편집장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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