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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부실한 연금제도, 치솟는 노인빈곤율
세대 분열, 독일을 가르다- ③ 위기에 빠진 연금제도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아르노 르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과거 연금 개혁 빛 못 보면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바닥 수준…
2017년 총선 최대 화두 될 듯

2017년 총선을 앞두고 독일에선 연금제도 개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연금 개혁에선 공공연금 비중을 줄이고 민간연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핵심이다. 공공연금 대체를 목적으로 도입된 민간연금저축이 초저금리 상황에서 연금수급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독일은 일본과 함께 선진국 가운데 공공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더구나 인구 고령화 속도를 공공연금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세대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독일이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은 수차례에 걸친 연금 개혁이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2017년 총선을 가장 뜨겁게 달굴 주제는 연금제도 개혁이 될 것이다.

아르노 르슈발리에 Arnaud Lecheva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2017년 가을 실시될 독일 연방의회선거에서 연금제도 개혁은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독민주연합(CDU)과 대연정을 맺은 기독사회연합(CSU) 대표이자 바이에른주 총리인 호르스트 제호퍼가 연금제 개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마찬가지로 연정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빠르게 영향력을 잃어가는 사회민주당(SPD)의 안드레아 날레스 고용사회부 장관도 2017년 가을부터 대규모 연금 개혁을 추진하자는 제안서를 발표했다.

   
▲ 2016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자회견장으로 가고 있다. 과거 수차례 연금 개혁에 실패한 독일에선 2017년 총선을 앞두고 연금제도 개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REUTERS
그런데 이번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에선 역대 정부가 30여 년에 걸쳐 추진해온 연금 개혁 방향과 전혀 합치하지 않는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전 연금 개혁에선 공적연금 비중을 줄이고 민간연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핵심이다. 다시 말해 공적연금 비중이 지나치게 줄어든 게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애초에 공적연금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정부 보조 민간연금저축이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초저금리 기조 아래서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다보니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언뜻 현재 독일 연금수급자의 상황은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몇 년 동안 도통 오를 기미가 안 보였던 연금수익률은 2016년 옛 서독 지역에서 4.25%, 옛 동독 지역에서 6%를 기록하며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최근 최저임금제 도입 등 각종 노동정책으로 독일의 임금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 있다. 연금은 여전히 부분적으로 임금총액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OECD 꼴찌 수준

그러나 상황은 겉으로만 괜찮아 보일 뿐,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예로, 2000∼2012년 연금수급자들의 구매력이 전국 평균으론 17%, 옛 동독 지역만 보면 22%나 하락했다. 퇴직자에게 지급되는 평균 명목 연금액도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후 평균 연금지급액은 그나마 임금이 꾸준히 오른 덕분에 조금씩 증가하기는 했지만 2013년에야 간신히 1999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이제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민간부문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공적연금의 총소득대체율, 즉 퇴직 직전 최종 임금 대비 연금 본인 기여분 포함 수령 가능 연금액의 비율이 42%로, 36.3%인 일본과 더불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공적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문제가 되는데, 연금액이 불입금 납부 기간과 평균 납부액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사실,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45년 동안 임금의 일정 금액을 연금 보험료로 매달 꼬박꼬박 납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공적연금의 순소득대체율(퇴직 전 순소득 대비 순연금수령액 비율)은 이미 최근 몇 년 동안 57.4%에서 52.6%로 떨어진 상황이다. 심지어 2030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3%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노동자들이 은퇴 뒤 현행 독일 기본보장금(Grundsicherung·한국의 기초생활보장금과 유사한 제도로 임금 50% 기준 최저생계비 차액만큼 정부가 보상한다. 예로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170만원이고, 세대 내 임금소득자의 임금이 140만원일 경우, 임금의 50%인 70만원만 소득으로 보고, 나머지 차액(170만원-70만원)인 1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편집자)보다 많은 연금을 수령하려면 35년 넘게 불입금을 내야 하고, 생애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40년 동안 불입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 조건을 결코 충족할 수 없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따라서 대다수 사회보험 가입자에게 적정 수준의 최저소득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 공적연금의 정당성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을 수령하는 가계에서 공적연금은 평균적으로 가계소득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더구나 연금수급자 가계의 약 50%는 민간부문 직장연금보험 가입자가 아니다. 따라서 공적연금 외에 다른 소득원이 없다. 그 결과, 독일의 65살 이상 인구의 빈곤율은 2007년 이후 4%포인트나 상승해 2014년 17.5%를 기록했다. 이는 유로 지역 평균보다 1.2%포인트, 프랑스보다는 7%포인트 높은 수치다. 역설적인 것은 독일의 경제 상황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월등히 낫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연금 개시 연령에 도달한 여성들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 여성 노인 5명 중 1명이 빈곤선 밑에서 생활한다.

장차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2005∼2050년 독일 총인구 대비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80%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국내총생산 중 공적연금 형태로 노인 인구에게 지급되는 소득의 비중은 같은 기간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퇴직자들의 상대적 생활수준은 필연적으로 크게 하락할 것이다. 지금까지 도입된 일련의 연금 개혁은 노동자가 납부하는 공적연금보험료 요율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2015년의 요율은 1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2030년까지 요율이 조금씩 상승하더라도 2%포인트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2005∼2050년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대비 노인 수)는 80% 가까이 상승할 전망이다. 그런데 보험료 요율은 고작 10% 인상에 그치는 셈이니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연금제도 패러다임의 변화

   
▲ 독일에서 부실해진 연금제도 탓에 노인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다. 뮌헨에서 ‘다음에 할 일이 무엇인가’라고 적힌 상점 앞을 지나가는 노인. REUTERS
도대체 독일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우선, 1989년 노사 합의로 최초의 민간부문 연금 개혁이 시행됐다. 개혁의 목적은 기존 연금제의 작동 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금제의 주요 변수를 바꾸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연금 인상 결정 방식이 바뀐 것이다. 기존 연금제에서 연금은 총임금(임금+세금)에 연동돼 인상됐지만, 이제부터는 순임금(총임금-세금)에 연동된다. 개혁 전에 여성이나 실업자는 법정 연금 개시 연령인 65살 이전에 경제활동을 중단하더라도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법이 도입되면서 이런 예외가 점차 사라지고 학업·병가·실직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중단하더라도 해당 기간에 보험료를 불입한 것으로 의제(擬制)하던 연금법 조항도 개정됐다. 대부분 의제 기간이 하향 조정됐지만 상향 조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예로, 1992년부터 여성이 출산으로 휴직할 경우 처음엔 1년, 다음엔 3년 동안 평균임금 기준 연금보험료를 불입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최근 이 규정은 더 확대됐다.

또 다른 중요 변화는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퇴직연금 중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금액, 즉 연금수급자 본인 기여분을 제외한 ‘비기여분’이 증가한 것이다. 참고로 연방정부 부담금은 수급자의 본인기여분에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시 18%로 결정된 연금보험료 요율이 매년 오르기는 하겠지만, 2040년에도 24%를 넘지 않게 된다. 만약 이때의 연금 개혁이 없었다면, 노동자들이 감당할 연금보험료 요율은 2040년쯤에는 현행보다 80%에서 100%나 상승한 수치를 기록할 판이었다.

그런데 금세기 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어젠다 2010’ 프로젝트를 계기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게 된다. 이제 세대 간 형평이 새로운 연금제도의 모토가 되었다. 공적연금의 보험료 요율 인상은 더욱 억제됐고, 사회보험 형태로 운영되던 공적연금의 상당 부분이 영미식 연기금 형태로 대체됐다. 지금까지 경제활동인구가 납입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퇴직자에게 연금을 지급했다면, 연기금 체제하에서 이들의 보험료는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투자되기 때문에 퇴직자가 받는 연금은 투자 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위해 2001년 개정된 연금법은 정부가 보조하는 임의적 민간연금저축제도를 도입했다. 이것이 당시 노동조합 대표 출신 사민당 노동부 장관으로 연금 개혁을 주도한 발터 리스터의 이름을 딴 ‘리스터(Riester) 연금’이다. 리스터 연금은 공적연금 당연가입자가 개인연금 상품 중 연방정부가 인증한 연금에 가입하면 매년 정부가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 보조금은 저소득층과 3인 가구 이상 가계에 좀더 후하게 지급됐지만, 어쨌든 온전히 보조금까지 포함된 연금을 받으려면 상당한 금액을 불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2004년 연금 인상률 산정 방식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이른바 ‘인구 요소’가 도입된 것이다. 이제 미래 퇴직자들이 받을 연금액은 생산가능인구 대비 노인수가 많아짐에 따라 인상률이 더 제한됐다.

리스터 연금은 차츰 늘어, 2015년 가입대상자 3900만 명 중 1600만 명이 가입했다. 연간 신규 가입 건수는 2006년 200만 건에서 2013년 45만 건으로 감소했다. 리스터 연금이 공적 부조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이 연금을 보유한 가계의 비율은 저소득층이 22%로, 고소득층의 34%보다 낮다. 리스터 연금 가입자에게 나오는 정부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비율도 학위 수준이나 노동시간에 반비례하며, 심지어 실업자는 정부보조금을 거의 받을 수 없다.

연금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평등한 상황에서 이제 연금 수익률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2004년 연금저축의 최소 보장 수익률은 3.25%였지만 현재 신규 가입자는 기껏 1%를 살짝 넘는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독일에선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연금 수익률 하락의 주범이라며 ECB를 맹비난하지만, ECB가 2015년 초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기 전부터 독일 국채 수익률은 크게 하락한 상황이었다. 2012년 유로 지역 위기의 여파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 시장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사회보험식 공적연금을 연기금식 사적보험으로 대체하는 전략은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없다.
 
연금저축 최소 수익률 1% 그쳐

이미 수년 전부터 독일 국민 사이에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2014년 기민련·기사련·사민당 대연정 내각은 과거의 연금 개혁과 질적으로 확연히 구별되는 연금 개혁을 실시했다. 예로 리스터 연금의 가족보조금 지급 대상을 1992년 이전에 출생한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까지 확대했다. 이 여성들은 독일 경력 단절 여성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 집단이어서, 장차 받을 연금도 적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당시까지 정부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중요 조처는 사민당이 주장한 것으로,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든 노동자에 한해 법정 연금 개시 연령을 2년까지 앞당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참고로 연금 개시 연령이 2025년까지 현행 65살에서 67살로 연장되도록 2007년 법이 개정된 바 있다.

2017년 가을 총선을 앞두고 연금제와 관련해 어떤 내용의 공방이 오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슈뢰더 집권기에 도입된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지도 벌써 수년, 이제 우리는 독일 여론이 어떻게 변하는지 총선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2017년 봄 프랑스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등장할 연금 개혁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7월호(제359호)
Allemagne: l’impasse des retraites par capitalisation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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