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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대 갈등? 절반은 물려줄 재산도 없다
세대 분열, 한국을 가르다- 문제는 세대교체 양극화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박재현 economyinsight@hani.co.kr

자연스런 세대교체도 어려울 판…
‘핵가족 모델’ 지속 가능할지 의문

사회가 계속 변화·발전하는 만큼 세대 간 격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부유한 독일 젊은이들조차 이 격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삶이 부모 세대가 누린 삶에 한참 미달할 거라고 절망한다. 그들보다 상황이 더 나쁜 한국 젊은이들은 절망을 넘어 분노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픽디자이너 김형재와 디자인그룹 ‘옵티컬레이스’를 구성해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하는 ‘정보 시각화 연구자’ 박재현이 세대 격차를 ‘가족 문제’라는 측면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이렇게 시각을 바꾸면, 베이비붐 세대의 계층 격차와 그 자녀 세대의 계층 격차가 합쳐지면서 증폭된 ‘세대교체의 양극화’를 엿볼 여지가 생긴다. 이런 맥락에서 박재현은 “한국의 기존 가족 모델이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박재현 정보 시각화 연구자
 
변화하는 사회에서 세대 간 격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한국처럼 성장해온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안정기에 접어든 직장 경력과 사회·경제적 지위, 그리고 저축 등을 통해 축적한 재산 같은 성장의 과실을 누린다.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가 만든 체제와 평가 기준 아래에서 경쟁해야 하고 기성세대가 누린 경제성장의 효과, 예를 들면 높은 주택 가격을 극복해 독립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기성세대에 비해 유리한 조건도 있다. 새로운 세대는 더 나은 환경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좋은 교육과 풍요로운 문화적 체험을 누리며 성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해 다음 세대의 주역으로 자리잡는다. 우리는 이것을 ‘세대교체’라고 부른다. 세대 간 격차가 차세대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이 과정이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 2016년 5월12일부터 8월7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아트스펙트럼 2016’에 전시된 ‘옵티컬레이스’의 작품 <가족계획>.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에코 세대’ 미혼 남녀의 소득분포와 양쪽 부모의 자산 상태를 조합해 표현한 이 작품은 세대교체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김현수,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사회의 세대교체를 매개하는 단위는 가족이다. 가족 내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가족의 생애주기’라고 한다. 두 세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예로 설명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쌍의 남녀가 교육받고 직업을 갖는다. 결혼 뒤 소득이 늘면서 저축하고 내 집을 마련한다. 이와 동시에 자녀를 갖고 자녀 교육에 투자한다. 자녀는 교육을 마치면 부모와 마찬가지로 사회로 나가 직업을 구하고 배우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자녀가 결혼해 독립하면 두 세대 가족은 다시 한 세대 가족이 되어 노후를 맞는다. 부모는 언젠가 죽음에 이른다. 각 단계를 가족 형성기, 확대기, 축소기 그리고 소멸기로 구분한다.
 
가족 내부를 통해 본 세대 문제

한국의 세대 간 문제를 세대교체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가족 내부로 시선을 돌려 문제를 재정의하겠다는 뜻이다. 마침 적당한 예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로 구성된 2세대 핵가족이 그들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63년생을 가리킨다. 베이비붐 세대 여성은 평균 2.04명의 자녀를 낳아 4인 핵가족 모델을 정착시켰다. 에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베이비붐 세대만큼 인구가 태어나 ‘메아리’(echo)가 되었다. 1979~92년생이 그들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핵가족은 자녀의 결혼과 독립을 준비한다. 에코 세대는 가족 형성기를 준비하는 단계다. 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세대 간 격차가 문제로 대두했다. 기성세대가 달성한 생애주기의 주요 과업을 새로운 세대가 반복할 수 있는가? 기성세대의 가족 모델은 지속 가능한가? 에코 세대는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는 합계출산율이 6명에 달했던 1960년대를 전후로 농촌사회에서 태어났다.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베이비붐 세대 중 일부의 지역별 변화를 살펴보자. 1960년에 1956~60년생은 서울과 경기도를 합쳐 72만 명이지만, 전라남도와 경상북도의 합계는 1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일자리를 구해 도시로 본격 이주하기 시작한 1980년의 상황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속도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해 서울·경기의 1956~60년생 인구는 약 163만 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 반면, 전남·경북의 인구는 85만 명으로 줄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베이비붐 세대 695만 명 중 297만 명이 서울과 경기도에 산다. 에코 세대는 954만 명 중 444만 명, 곧 절반 정도가 여기에 산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들에게 도시를 물려주었다. 도시의 삶은 교육을 통해 대물림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보면, 에코 세대의 72.3%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4년제 대학만 따지면 45.5%로, 베이비붐 세대(15.8%)보다 월등히 높다. 1980년의 4년제 대학생은 40만 명을 갓 넘는 수준인데 1990년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에코 세대의 맏이라 할 수 있는 1979년생이 대학에 들어간 1998년에는 147만 명, 1992년생이 입학한 2011년에는 206만 명까지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 교육에 매진했고 대학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 도시와 저임금을 물려주다

1975~79년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베이비붐 세대는 도시 노동자로 성장했다. 인구 집단별 고용률을 살펴볼 수 있는 1980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1956~60년생(당시 20~24살) 남성의 고용률은 66.3%였고 10년 뒤 30대가 되었을 때는 95.1%에 다다랐다. 1977년 10월12일치 <동아일보>의 ‘재무부 76년 자료 과세미달 근로자 74.9퍼센트’ 기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조건을 엿볼 수 있다. 기사는 연간 120만원 이하 저소득자가 납세자 중 88.6%이며 갑근세 대상자 169만 명 중 월소득 9만원 이하가 107만 명이라고 밝혔다.

   
▲ 중년 남성이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은퇴를 앞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중 다수는 은퇴자금도, 자식의 결혼자금도 마련할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자연스런 세대교체조차 힘겨운 일이다. 연합뉴스
사회 진출 초기, 베이비붐 세대의 운명을 가른 요인은 교육이었다. 비교적 소수인 대졸자가 급성장 중이던 기업의 요직에 진출했다. 부모의 사정으로,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를 계속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는 이 차이를 바로 알아차렸다.

2015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195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920만 명이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다. 역대 최고 학력인 에코 세대의 처지도 다를 바 없다. 620만 명 중 57.1%의 월급이 200만원 이하다. 남성보다 학력이 높은 에코 세대 여성이 200만원 이하 구간에서만큼은 남성의 수를 압도한다. 교육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다수가 저임 노동자인 고용 구조는 두 세대에 걸쳐 변치 않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임금은 작지만 지금보다 가치 있었다. 1976년 탄생한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은 5년 만기형의 연이자가 30%에 이르렀다. 계를 통해 돈을 불리기도 했다. 후순위의 경우 연리 48%에 달하는 계가 성행했다. 1976년 한국은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계를 이용하는 가구는 34.7%를 차지했다. 은행과 계를 동시에 이용하는 가구도 30%였다.

베이비붐 세대는 사글셋방에서 시작하더라도 저축을 통해 전세를 거쳐 내 집 마련에 다가갈 수 있었다. 내 집 마련의 기회는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삼은 주택 공급 정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실수요자에게 시세보다 싸게 주택을 공급하려는 이 제도는 주택청약제도, 분양가상한제, 주민등록법으로 구성됐다. 1990년 초 분양을 시작한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는 3.3m²당 200만원 선에 분양됐다. 입주가 시작된 3년 뒤 1993년에는 시세가 360만~460만원에 달했다.

사상 최저 금리를 경신하는 현실에서 재테크 방도를 궁리 중인 에코 세대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에코 세대가 자력으로 독립을 위한 주택을 마련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데 돈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진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에게 자산을 분배하면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자산 가격 상승의 과실이 모든 베이비붐 세대에게 돌아간 것은 아니다.

부모 절반은 물려줄 재산 아예 없어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아직 자녀를 독립시키지 않은 320만 베이비붐 세대 가구 중 자녀의 주택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다주택 가구(다가구 소유자로 임대소득 얻는 가구 포함)는 155만 가구로 평균 순자산액이 6억원이 넘는다. 반면 1가구 1주택인 98만 가구의 순자산은 2억7천만원, 무주택 70만 가구의 순자산은 7200만원 선이다. 여러 경제연구소의 적정 은퇴자금 규모를 보면, 생활비가 3억~4억원 초반이다. 여기에 점점 증가할 의료비도 고려해야 한다.

자산이 넉넉지 않으면서도 자녀 독립을 지원한 결과는 불안한 노후다. 자녀를 독립시킨 베이비붐 세대 가구 중 1주택자 22만 가구는 순자산이 1억7천만원, 30만 무주택 가구는 7200만원에 불과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를 포기하고 가능한 만큼 경제활동을 지속하겠지만 자녀의 도움이 절실한 가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기댈 수 있는 곳은 평균 2명의 자녀와 노령연금 정도다. 베이비붐 세대 중 국민연금 수급 대상은 절반도 안 되고 소득대체율도 낮다.

독립을 준비하는 에코 세대라면 자신의 생애주기와 부모의 마지막 생애주기를 겹쳐볼 것이다. 불황과 취업난을 뚫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해 결혼한다고 하자. 자녀를 낳고 대출을 얻어 내 집 마련을 하고 본격적인 자녀 교육에 생활비의 상당 부분이 들어갈 즈음, 자신이 부모의 노후도 책임져야 할 상황에 부닥치게 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부모 세대의 하강 곡선과 자신의 상승 곡선 기울기를 구하고 시간축을 따라 그려볼 수 있다면 가족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부모의 재산이 현재 시점에서 하강 곡선의 정점이다. 상당수 베이비붐 세대 가구는 핵가족의 세대교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대 문제 해결책을 세대 대결로 보거나 세대 간 이익이 상충한다고 가정하고 시작하면,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로 이루어진 가족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pheer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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