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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기획] 1인 노동자 보호 나선 ‘배달계 우버’
역풍 맞는 디지털경제- ① 우버에 맞선 상호부조단체 ‘스마트비’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셀린 무종 economyinsight@hani.co.kr

디지털경제를 ‘디스’(disrespect·공격)하라. 디지털경제의 대표주자인 유튜브와 우버의 횡포에 뿔난 이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최근 음악업계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유튜브가 음반사에 제공하는 ‘쥐꼬리 로열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택시예약 서비스 우버는 1인 노동자의 ‘불안정 고용’ 논란에 허덕이고 있다. 벨기에의 한 노동자 상호부조 단체는 노동환경을 악화하는 우버식 고용에 맞서 1인 노동자들의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디지털경제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_편집자

   
▲ REUTERS
노동환경 악화시키는 우버화에 맞서 최저임금 보장 등 법적 보호장치 마련

경제의 우버화(Uberization)가 1인 자영업 노동자의 불안정 고용을 양산하는 가운데, 벨기에의 노동자 상호부조 단체 ‘스마트비’가 1인 노동자의 법적 보호장치 마련에 나서 눈길을 끈다. 우버화는 모바일 택시예약 서비스 우버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중개자 없이 인터넷을 매개로 직접 특정 서비스나 재화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형태의 노동은 사회보장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스마트비 회원들은 대부분 1인 기업가로 법적 보호를 받는다. 예컨대 보증기금을 마련해 회원들에게 최저임금 및 노동조건을 보장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스마트비가 오히려 우버화를 가속하는 촉매제가 된다는 우려도 있다.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한동안 우버 택시가 선풍적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배달계의 우버 기사라고 할 수 있는 라이더(Rider)들이 등장했다. 음식배달 전문업체 딜리버루(Deliveroo), 테이크이트이지(Take Eat Easy), 푸도라(Foodora), 톡톡톡(Tok Tok Tok)의 라이더들은 자전거 뒤에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배달통을 싣고 유럽 대도시들을 누빈다. 라이더들은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되며, 배달업체가 라이더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한다. 문제는 업체들이 라이더와 종속 관계에 있다는 걸 전면적으로 부인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노동자가 기업의 직원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고용주-고용인 간 종속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고용인이 고용주에게 요구하는 기본 노동조건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

조합원 7만 명에 2015년 1550억원 매출

프랑스에서는 ‘사회보장분담금 및 가족수당 징수조합’(URSSAF)이 우버를 상대로 우버 택시기사들을 직원으로 인정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벨기에에선 2016년 4월 말 노동자 상호부조 단체 스마트비(SMartBe)가 배달 라이더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테이크이트이지, 딜리버루와 상업 계약을 맺었다.

스마트비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영토 내에서 단일 법인으로 간주되며 역내 시장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유럽법상 조합회사로, 사업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스마트비가 창설된 이래 7만2천 명이 조합에 가입했으며, 현재는 조합원 1만8천 명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이들이 올린 매출액은 총 1억2500만유로(약 1550억원)다.

스마트비는 조합원들의 경제활동에 유익한 조언을 해주고, 조합원을 위한 보증기금도 설립했다. 덕분에 조합원들은 고객의 용역료 지급 기한과 상관없이 용역 제공 7일 뒤 무조건 보증기금을 통해 용역료를 받을 수 있다.

원래 스마트비는 예술·문화 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다. 스마트비라는 조합명도 ‘예술가 상호부조회사’를 의미한다. 사진작가, 조형예술가, 작가도 스마트비의 조합원이다. 스마트비의 정당성은 스마트비가 벨기에 예술·문화 산업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스마트비의 홍보팀장 비르지니 코르디에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문화·예술 산업은 일종의 지하경제나 마찬가지였다. 용역료나 임금도 물밑 협상으로 은밀하게 받아야 했고, 설령 돈을 떼어먹혀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비 덕분에 많은 문화예술가가 지하경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 디지털경제가 확산되면서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인 우버의 기사와 같은 비임금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택시 기사들이 2016년 1월 파리에서 우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이후 스마트비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지식·정보 산업 노동자, 기자, 그래픽디자이너, 심지어 도시 농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어떤 이들은 스마트비를 통해 경제활동 전체를 영위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투잡’의 하나로 스마트비를 이용한다. 실업수당 수급자도 스마트비에서 일거리를 찾는다.

2014년을 기점으로 특히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 라이더의 가입이 크게 늘었다. 당시 50여 명에 불과하던 배달 라이더 조합원 수는 2015년 500명으로 늘어났고 현재 900명을 넘어섰다. 벨기에의 경우 프랑스식 ‘1인 기업가’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배달이 유일한 직업인 사람도 있지만, 여기서는 주로 학생들이 방학 때 용돈벌이로 배달을 하거나 예술가가 가욋돈을 마련하려고 배달일을 한다.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주당 6~8시간을 일한다.” 스마트비 대표 상드리노 그라세파의 설명이다. 스마트비에 가입한 배달 라이더들은 주로 테이크이트이지와 딜리버루를 위해 일한다.

상드리노 그라세파 대표에 따르면, 테이크이트이지와 딜리버루는 배달 라이더 관리와 그에 따른 회계업무 일체를 스마트비에 맡겼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아웃소싱인 셈이다. 그런데 스마트비는 단순히 이 업체들에 모자란 부분을 임기응변식으로 메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스마트비 대표는 테이크이트이지 및 딜리버루와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 목표는 스마트비 조합원인 배달 라이더들이 두 업체 중 한 곳에서 일할 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상업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스마트비와 두 업체가 세부 사항 합의에 성공하면서 2016년 5월2일자로 계약이 적용됐다.

우선, 라이더를 위한 안전교육과 자전거 정비 시스템이 도입됐다. 계약에 따라 안전교육은 외부 전문 업체가 맡고 스마트비는 관련 비용을 테이크이트이지와 딜리버루에 청구한다. 다음으로 두 배달 업체는 라이더 소유의 개인 자전거와 휴대전화 사용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휴대전화는 고객 위치 확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휴대전화 요금은 벨기에 사회보장사무국(ONSS)에서 결정한 요금표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스마트비는 조합 예산으로 라이더를 교통사고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

계약 사항에서 눈에 띄는 점은 라이더들이 용역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용역 제공 시간 곧 ‘시프트’(shift)가 최저 3시간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시프트 계산은 라이더가 배달업체에 업무가 가능함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시작된다. 배달업체에 주문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시프트 계산에 영향받지 않는다. 그라세파 대표는 “이 시스템이, 정규직 전환 의무 없이 반복 고용할 수 있고 해고 보상금이 없는 대신 사회보험 무효 기간도 없는 특수계약직에 적용되는 규칙과 같다”고 말했다. 시프트는 계약상 3시간이지만 실제 평균을 내보면 2시간30분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버화 대안인가, 촉매제인가

프랑스에서 배달 전문 업체들은 정액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예로, 딜리버루는 배달 주문이 있든 없든 라이더에게 시간당 7.5유로(약 9300원)를 지급한다. 여기에 배달비 2유로와 팁이 추가된 최종 용역료를 준다. 스마트비는 라이더들의 고용주로서, 배달업체들이 라이더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노동조건을 협상한다. 즉, 배달업체와 라이더 사이에서 일종의 노조 구실을 하는 것이다. “라이더들은 배달콜이 들어오면 다 받을 수밖에 없다. 배달을 해야 돈이 생기니까. 더구나 사람들은 날씨가 나쁘면 식당에 가서 먹는 것보다 주문해 먹는 걸 선호한다. 날씨가 나쁠 때 배달 건수가 늘어나다보니 사고 나기도 쉽다. 우리가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라세파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계약이 만병통치약이 될까? 상드리노 그라세파 대표는 이 계약이 라이더가 업체로부터 최소한의 보장을 확보하는 1차적 수단이라는 신중한 평가를 전제로 “이는 최소 보장을 책임지는 주체가 업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계약이 현실화하려면 배달업체와 협상하는 단체가 스마트비처럼 역사적 정당성과 그에 따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프랑스 상황은 전혀 다르다. 프랑스에도 코오파남(Coopaname), 옥살리(Oxalis), 그랑앙상블(Grands Ensemble), 스마트프랑스(Smart France) 같은 여러 고용조합이 존재하지만 어떤 조합도 스마트비 정도의 영향력을 누리지 못한다. 사실 이 조합의 회원을 다 합쳐도 7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 벨기에의 노동자 상호부조 단체 ‘스마트비’가 자영업 배달원의 법적 보호장치 마련에 나서 눈길을 끈다. 2016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피자를 배달하는 노동자. REUTERS
현재로서는 스마트비와 업체들이 맺은 계약도 딜리버루나 테이크이트이지에서 일하는 스마트비 조합원에만 적용될 뿐, 다른 배달업체 라이더는 전혀 혜택을 볼 수 없다. 모든 배달업체에 적용되는 계약을 맺으려면 부문별 노사협상이 필요하다. 그라세파 대표는 “이것이 우리의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그라세파 대표는 이를 위해 벨기에 양대 노동조합 중 하나로 조합원 수 180만 명을 자랑하는 기독노조연맹(CSC)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기독노조연맹은 여전히 스마트비의 문제 해결 방식에 의문을 갖고 있다.

사실 스마트비 방식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만약 노동자에게 덜 우호적인 다른 중개 조합이 스마트비와 유사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게다가 프랑스에서 이런 유형의 합의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자사 노동자를 제공하는 불법 하청 계약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런 합의는 ‘우버화’(Uberization·우버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중개자 없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특정 서비스나 재화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편집자)를 규제하겠다는 미명하에 오히려 우버화를 승인하고 나아가 촉진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이에 대해 사회학자 도미니크 메다는 “스마트비식 합의는 배달업체에 라이더를 직원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특수 지위나 보호를 얻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버형 노동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비의 조합원 라이더들은 더 이상 배달업체에 계약 사항을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저비용’ 노동자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각국 정부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2016년 6월 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유경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 집행위원회는 공유경제 업체들한테 조세 당국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이 기업들이 노동자가 직접 제공한 용역에 대해서는 용역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다. 특히 각 회원국에 정부 차원에서 공유경제 기업들을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우버화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업체의 영업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지위 인정 여부는 이론상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이나, 집행위원회는 정부 규제를 통해 단기 아르바이트 종사자와 전업 종사자를 구분하도록 권고한다.

벨기에의 경우, 7월1일자로 새로운 관련 법규가 발효했다. 이제 공유경제 업체를 통해 획득한 소득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연간 5천유로(약 620만원) 한도로 해당 소득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며 10%라는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프랑스에서 검토 중인 노동법은 공유경제 업체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 수당을 제공하고, 해당 노동을 정식 경력으로 인정하며, 노조 가입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시행하는 ‘의존 자영노동자’ 지위 도입도 주기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버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학생들에게 우버식 노동은 모자란 생활비를 마련하는 아르바이트가 된다.” 상드리노 그라세파 스마트비 대표의 단언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7월호(제359호)
Des coursiers belges mieux protégés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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