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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물고기 살리려다 영세 어민 다 죽일라
어족자원 보호와 어민 보호 사이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이자벨 자르자유 economyinsight@hani.co.kr

EU 어업정책 어족자원 보호 위해 영세 어민 생계 뒷전…
정책 수정 필요 제기

어족자원 보호가 우선인가, 어민 보호가 우선인가? 그동안 유럽연합의 어업정책은 효과적으로 어족자원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각종 규제책으로 어획을 제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민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최근 5년 사이 2500개의 어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문제는 규제의 화살이 대형 어업기업보다 영세 어민을 향한다는 것이다. 대형 기업과 영세 어민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도 어업을 발전시키려면 유럽연합의 어업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자벨 자르자유 Ijabelle JarJaill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과연 프랑스 어업에 미래가 있을까? 현재 프랑스의 등록 어민 수는 1만6800명이며 그중 1만3300명이 프랑스 본토에서 어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어민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8~2013년 2500개의 어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프랑스 본토에서 등록·신고한 어선 수도 2010~2015년 300척이나 감소해 현재 4396척이다. 따라서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도 어업의 쇠퇴를 막으려면 유럽연합(EU)의 자영어민 지원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 유럽연합의 어업정책이 어족자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소세레팽 항구에서 잡아올린 물고기들을 분류하는 어민. REUTERS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서쪽 비스케이만에서 북동 대서양, 영국해협을 거쳐 발트해에 이르기까지 유럽 어족자원량(특정 지역, 특정 어종의 개체 수를 말하며 동일 어종이라도 지역별로 자원량이 다를 수 있다 -편집자)의 39%가 남획되고 있다. 남획이란 개체의 최대 복원력을 넘는 어업이 이뤄져 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10년 전인 2005년 남획률이 94%였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큰 발전을 이룬 셈이다.

반전의 시작은 2002년 유엔 요하네스버그 지속가능발전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유엔 회원국은 2015년 전까지 어족자원량을 회복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유럽에선 2009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어종별 자원량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회원국 간 어업쿼터 할당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북대서양과 인접수역을 관할하는 국제해양탐사기구(ICES)는 어종별, 어업 지역별로 자세하게 자원량을 조사한 뒤 어종별로 자원량 유지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연간 어획 허용량을 발표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 간, 그리고 회원국 내 어선별로 할당되는 어업쿼터도 국제해양탐사기구가 발표하는 어획 허용량을 기초로 결정된다.

2014년 프랑스 해양탐사연구소(IFREMER)는 북대서양의 농어 개체 수가 우려할 수준까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업 당국은 농어 자원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믿었기에 연구소의 발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어업 당국은 조처에 나섰고, 2016년 한 해 동안 대규모 농어잡이 저인망어선의 입어가 금지됐다. 일례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이 덕분에 지중해 참다랑어 같은 어종은 원래 자원량을 회복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은 지중해에서 참다랑어 어획을 몇 년 동안 금지했다가 2014년부터 조금씩 쿼터를 늘린 상황이다.

어떤 어종의 자원량이 원래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당국이 어업쿼터를 즉각 늘리지는 않는다. 이는 어민한테도 유익하다. 왜냐하면 개체 수가 많아야 고기가 더 빨리 잡히고, 조업 속도가 빨라지면 선주의 비용도 줄기 때문이다. 입어 제한으로 해당 어종의 공급이 적다보니 시장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어민의 손실도 상쇄된다. 프랑스 농수산물진흥청에 따르면,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프랑스 어시장에 공급된 도매 물량은 2%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평균가격은 1kg당 3.14유로(약 3900원) 올랐다. 가격 상승분이 물량 감소분보다 컸고, 그 결과 프랑스 전국에 산재한 35곳의 수산물 경매시장 매출액도 2015년 10~15% 늘었다.

어업쿼터제 외에 유럽 어업 당국은 ‘선별적 어업’을 권장하는 방법으로 어족자원 보호에 나섰다. 특히 ‘방출 제로’ 규칙의 도입으로 어민들은 우연일지언정 주어진 쿼터를 초과해 고기를 잡으면, 바다로 초과분을 재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1kg당 0.03유로라는,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이렇게 팔린 고기들은 식용이나 사료용 어분으로 가공된다.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인테르마르셰의 지사이자 어업기업인 스카페슈의 대표이사 장피에르 르비자주는 이렇게 강조했다. “한마디로 갑판 위에서 골라낼 생각 하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골라서 잡으라는 것이다. 사실 배 위로 고기를 올리는 것 자체가 선원들에겐 일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니까. 고작 0.03유로를 얻자고 힘들게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해양환경 보호단체 블룸(Bloom)의 클레르 누비앙 회장은 유럽연합의 ‘방출 제로’ 규칙과 함께 어선들의 조업 방식 개선을 의무화하는 조처를 도입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치어 보호했더니 개체 수 급증

   
▲ 최근 5년 사이 프랑스에서 2500개의 어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한 어민이 생선을 팔고 있다. REUTERS
어업업계는 유럽 해양사업 및 어업기금의 지원을 기반으로 ‘선별적 어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2014~2020년 프랑스에 할당된 지원금은 5억8800만유로(약 7300억원)인데, 기금 관리는 부분적으로 각 지역에서 맡는다. 예로 브르타뉴가 관리하는 기금은 700만유로(약 86억원)다. 어선 759척이 등록된 브르타뉴 어민조합의 자크 피숑 조합장은 “유럽 어업기금과 협력관계를 맺고 저인망어선의 그물코를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위해 100만유로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비용이 든 만큼 효과가 확실하다. “치어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그물코 지름을 70mm에서 80mm로 바꿨다. 그래야 치어가 성장해서 알을 낳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랬더니 2015년에 개체 수가 확 늘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많은 바닷가재는 처음 봤다.” 매년 5월부터 9월까지 브르타뉴 크루아지에서 저인망어선으로 바닷가재를 잡는 자영어민 티에리 에방의 말이다.

이처럼 조업 방식은 점진적일지언정 개선되고 있다. 특히 어업기업 스카페슈의 변화가 주목할 만하다. 스카페슈는 2013년 환경단체 블룸이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조업 방식인 심해 저인망어업 반대 운동에 나섰을 때 집중포화를 맞았던 기업으로, 현재 8척의 대형 저인망 원양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 3월 스카페슈는 생태계 파괴범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2025년까지 저인망어업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더구나 이미 기업 차원에서 ‘책임 있는 어업’을 통해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3년 전부터 북해 대구잡이에 사용되는 그물의 그물코를 사각형 그물코로 바꿔 조업에 나서고 있다. 장피에르 르비자주 대표이사의 표현을 빌리면 ‘잡아야 할 개체만 잡기 위해서’다.

또한 스카페슈는 메로·대구 어획에 연승어선을 투입하고 있다. 연승어업이란 한 가닥의 기다란 줄에 중간중간 미끼를 달아 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스카페슈의 연승어선에 부착된 줄 길이는 30km에 이른다. 저인망어업에 비해 연승어업은 생태계 파괴 여파가 적다. 물론 조업량은 차이가 난다. 스카페슈의 발표에 따르면 동일 어종, 동일 지역 조업에 저인망어선을 투입하면 1척당 1회 최대 5t을 잡을 수 있지만 연승어선 투입시 최대 어획량은 4t이다. 대신 연승어업 방식으로 잡힌 고기는 그렇지 않은 고기보다 몸체에 흠이 적고 상태가 더 좋기 때문에 도매가격도 1kg당 20유로센트(100유로센트가 1유로 -편집자) 정도 더 높다. 그러나 이것이 인건비 상승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연승어선에서는 갑판 위로 줄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선원 5명이 더 필요하다. 반면 저인망어선에선 끌그물을 몇 분 만에 갑판 위에 펼쳐놓을 수 있다.
 
지속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어업

   
▲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도 어업을 발전시키려면 유럽연합의 어업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파리 남부 헝지스의 어시장 가판대에 놓인 황새치. REUTERS
리아스식 해안으로 유명한 프랑스 서부 피니스테르의 먼바다 이루아즈 해역에선 건착망어선 27척이 조업한다. 건착망어업은 주머니 모양의 긴 네모꼴 그물로 어군을 둘러쳐 포획한 다음 죔줄을 조여 고기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로 꽁치, 정어리 어획에 사용된다. 건착망으로 조업하면 고기 몸체가 눌리지 않아 흠이 생기지 않는다. 이루아즈 해역에서 조업하는 건착망어선의 건착망은 지름이 360m인데 치어가 망 속에 들어오면 해당 개체가 산 채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죔줄을 풀어 입구를 개방한다. 건착망어업은 2013년부터 지속 가능 어업 국제인증기구인 해양보존협회(MSC)로부터 승인받은 어업 방식이다. 해양보존협회 인증 정어리는 기준 가격의 2배인 1kg당 60센트에 팔린다. 어선 리시아의 선주 스테판 브뱅은 해양보존협회 인증 정어리를 팔아 충분한 수입을 벌고 있다고 했다.

피니스테르 생트마린에 거주하는 자영어민 그왕 팡나륀은 농어 서식지 베노데만에서 어선에 길이 1km짜리 줄 4개를 달아 연승어업 방식으로 조업하는데, 하루 평균 80kg 정도 농어를 잡는다. 농어는 1kg당 20~30유로에 팔린다. 2016년 베노데만 해역에서 저인망어선은 입어가 금지됐지만, 연승어선은 입어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승어업은 저인망어업보다 친환경적 방식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저인망어선 선주들은 당시 어업 당국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오늘날 유럽 어업 당국은 어업기업보다 자영어민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어업기업이 해양자원을 고갈시키는 주범이라며 어업기업의 조업 방식을 제한해야 한다고 성토한다. 블룸의 학술팀장 프레데리크 르마나슈는 “선체 길이가 18m를 초과하는 어선은 너무 많은 개체를 잡기 때문에 어족 자원량 감소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어업 당국은 선체 길이 12m 미만 선주에게만 재정 지원을 한다. 당국이 판단하기에 그보다 큰 어선으로 조업하는 것은 자영어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본토 기준 약 80%의 어선이 유럽연합 기준 자영어업 범주에 포함된다. 문제는 당국의 자영어업과 어업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어민들의 기준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어민들 기준으로는 배의 크기와 상관없이 자기 소유 어선에서 직접 어업에 종사하는 선원은 모두 자영어민이다.

따라서 유럽 어업 당국 앞에 놓인 과제는 막중하다. 지난해 알랭 비달리 프랑스 해양수산부 비서관에게 제출된 ‘어선 현황 보고서’는, 2015년 등록 선수 기준 선체 길이 12~24m짜리 어선 681척 중 473척이 2020년까지 조업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기준 프랑스 본토 어업 부문 일자리 1만3300개 중 2050개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프랑스 도매 어시장에 들어오는 수산물도 33% 이상 감소하게 된다.

“유럽 공동어업 정책 때문에 12~24m짜리 어선이 전부 사라지고, 그 결과 원양 자영어업도 다 죽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 어업을 추구하는 브르타뉴 어민단체인 어업개발조합의 조합장 알랭 르상의 주장이다. “더구나 선체 길이 12m 미만 어선들은 어디에서 조업하겠나? 배가 작아 먼바다 어업은 불가능하니 연근해 어업만 가능할 것이다. 그럼 소형 어선들이 이쪽으로 몰림에 따라 남획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프랑스에서 많은 전문가와 지자체 대표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유럽 어업 당국은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7월호(제359호)
Sauver le poisson…et les pécheurs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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