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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단언컨대, 이건 가장 당신스러운 차
수제자동차 비즈니스- ① ‘모헤닉게라지스’의 도전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김정필 economyinsight@hani.co.kr

수제자동차가 다른 나라에선 완성차만큼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처럼 고가의 수제자 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나 지프를 개조한 지프니 등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최근 국내 수제자동차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가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갤로퍼를 재조립해 수제자동차 를 만드는 ‘모헤닉게라지스’(Mohenic Garages)다. 모헤닉게라지스는 전남 영암에 연간 100대 생산이 가능한 작업장을 지어 수제자동차의 대중화를 선도하려 한다. 이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국외에선 3D프린트 와 전기자동차 생산 방식을 활용해 손쉽게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완성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_편집자

   
▲ AP 연합뉴스
국내 최초 수제차 리빌드 업체, 고객 요구사항 맞춰 낡은 갤로퍼를 명품 수제차로 변신시켜

모헤닉게라지스는 주로 1990년대 시판돼 지금은 올드카 대열에 들어선 갤로퍼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탄생시키는 수제자동차 업체다. 말이 ‘리빌드’(재조립)지 부품 하나부터 엔진, 차체까지 모두 모헤닉이 만든 제품으로 갈아 끼운다. 모헤닉의 마법을 거친 갤로퍼의 가치는 4천만원에서 8천만원에 이른다. 모헤닉은 이제 전남 영암의 ‘자동차 튜닝밸리’에 연간 100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고 제2의 도약을 꿈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헤닉게라지스’라는 브랜드를 문화상품으로 키워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수제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확장 전략에는 의류와 오디오 기기, 공연문화 사업 등이 망라돼 있다. 그들의 벤치마킹 대상은 할리데이비슨이다.

김정필 부편집장

1991년 9월16일 현대정공이 내놓은 갤로퍼는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는 부의 상징으로, 각 가정의 필수품은 아니었다. 하물며 세단형도 아닌 오프로드에서나 타는 4륜구동의 등장은 낯선 존재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내 도로와 오프로드를 자유롭게 오가는 갤로퍼는 도심의 일상에 찌든 화이트칼라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출퇴근용 자동차는 도심을 벗어나면 여행과 캠핑 등 레저용으로 변신했다. 갤로퍼는 2003년 12월 테라칸에 통합되는 형식으로 단종되며 한 시대를 마감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올드 보이’ 갤로퍼가 감성과 품격을 더한 명품 수제자동차로 환생해 옛 추억을 자극한다. 이 연금술사는 바로 수제자동차 제작·판매 회사인 ‘모헤닉게라지스’(Mohenic Garages·이하 모헤닉)다.

대를 이어 타는 수제자동차

“모헤닉게라지스요? 사실 아무 뜻 없어요. 제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명인 헤니(Henie)와 자동차를 뜻하는 모터(Motor)의 합성어라고들 얘기도 하는데, 애초 회사 이름을 지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지었어요.” 듣기에 꽤나 그럴듯한 이름치고는 회사명에 얽힌 김태성 모헤닉 대표의 답변은 심심했다. 그가 수제자동차 회사를 차린 배경도 단순하다. 김 대표는 원래 가구디자인 회사를 10년 동안 운영하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며 문을 닫았다. 이후 사진작가와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갤로퍼로 캠핑카를 직접 만든 일을 계기로 수제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2012년 600만원 정도 들여서 갤로퍼를 꾸미기 시작했다. 하다보니 6개월 동안 2천만원이 들어갔다. 개인 블로그에 리빌드한 갤로퍼를 올렸는데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40대나 들어왔다. 주문자들이 각각 선납한 2천만∼5천만원을 밑천 삼아 2013년 12월 아예 모헤닉을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 리빌드 수제자동차 공장의 탄생 배경이다”라고 말했다.

모헤닉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 인근에 있다. 멀리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전원주택 부지의 창고를 개조해 공장을 만들었다. 대지는 2314m²(약 700평), 건물은 396m²(약 120평)다. 1층짜리 건물 두 동이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마당에는 아직 작업에 들어가지 않은 낡은 갤로퍼와 자체들이 널려 있다.

   
▲ 모헤닉게라지스가 1990년대 생산된 갤로퍼를 재조립해 생산한 수제자동차. 모헤닉의 수제자동차 가격은 대당 4천만원에서 8천만원에 이른다. 모헤닉게라지스 제공
모든 작업은 보안 유지 때문에 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각 건물은 공정별로 구획이 나뉘어 있다. 작업장은 영화 <오션스 일레븐>(폭파 전문가, 컴퓨터 전문가, 소매치기 등 다수의 범죄 전문가가 모여 거액을 훔치는 내용 -편집자)의 비밀 아지트를 연상시킨다. 모헤닉은 이곳 작업장에서 그동안 48대의 수제자동차를 만들었고 향후 출고 대기 차는 50대에 이른다.

모헤닉의 작업 공정은 크게 13단계로 진행된다. 말이 갤로퍼를 복원하는 것이지 사실상 새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모헤닉의 갤로퍼 복원차 이름을 ‘모헤닉G’로 붙인 까닭이기도 하다. 제작은 분해부터 시작한다. 차체와 프레임, 시트, 기타 내장재를 모두 뗀다. 순수하게 남은 차체와 프레임에 모래 입자를 강한 압력으로 쏟아내어 불순물과 녹 등을 완전히 제거한다. 이후 녹이 슬지 않도록 총 세 차례의 방청 작업을 해 내구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모헤닉은 엔진을 직접 조립해 사용한다. 현재 보유한 엔진은 4가지(2.5 N/A디젤, 2.5TCI, 2.9CRDI 디젤, V6 3.5 가솔린)다. 프레임에는 서스펜션과 휠타이어, 엔진, 미션 등을 장착해 하체 조립을 완성하고, 모헤닉이 새로 제작한 배선류로 배선 작업을 진행한다. 이어 하체 위에 차체를 얹고 엔진룸을 세팅한 뒤 실내 인테리어를 한다. 인테리어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독자적인 목재 내장재를 사용한다. 30시간가량의 광택 작업으로 모든 공정을 매듭짓는다. 이렇게 복원 과정을 거친 갤로퍼는 호적상 1990년대 출생의 100만원대 낡은 차량이지만 현실 세계에선 2016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명품 디자인의 수천만원짜리 차로 변신하게 된다.

차량 가격은 모델과 옵션에 따라 다르다. 대략 1대당 4천만원에서 8천만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갤로퍼의 나사 하나부터 배선까지 전부 모헤닉이 개발한 부품들로 제작한다. 이 때문에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20대다. 지금 주문하면 1년에서 1년6개월 뒤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헤닉이 갤로퍼를 리빌드 모델로 삼은 이유는 ‘올드카’로서 역사가 담겼고 시중에 나온 차도 많기 때문이다. 갤로퍼는 출시 이후 총 31만5783대가 팔렸고, 현재 등록된 차량만 8만7560대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복원하는 차량 모델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갤로퍼는 일본 미쓰비시의 디젤 지프차량인 ‘파제로’의 라이선스를 현대정공이 사들여온 것으로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팬도 많고 다카르랠리 우승 등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 또 차도 많다. 포니도 역사는 있지만 현재 남은 차가 별로 없어 복원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갤로퍼는 복원했을 때 충분한 가치가 생긴다.

모헤닉은 자신들이 리빌드하는 갤로퍼 수명을 기본적으로 20~30년 정도 본다. ‘대를 이어 타는 수제자동차’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모헤닉의 바람이다. 모헤닉이 실내 전자장치 등 고장이 날 만한 부분을 차량에 설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모헤닉의 갤로퍼는 성능보다 감성에 이끌린다는 평가가 많다. 김 대표가 말했다. “대량생산되는 완성차는 아무리 고가라도 운전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은 아니다. 차를 기능적 측면이나 소모품으로만 여기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요즘 완성차를 사용하는 패턴을 보면 3∼5년만 쓰다가 바꾸는 휴대전화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 사업 ‘롤모델’

   
▲ 김태성 모헤닉게라지스 대표가 모헤닉이 새로 개발 중인 수제자동차 모델 디자인을 배경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래 가구 디자이너였다. 김정필 부편집장
모헤닉은 전라남도 영암에 있는 F1 경기장 주변 ‘자동차 튜닝밸리’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조만간 영암시와 투자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늦어도 2016년 10월 착공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공장에는 연간 100대 생산이 가능한 작업 시설은 물론 모헤닉G 전시실 등을 마련할 복안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모헤닉은 최근 생산 및 연구·개발 인력 10명을 추가로 뽑아 6개월 일정으로 교육한다. 모헤닉의 ‘영암 시대’ 목표는 갤로퍼 복원이 아닌 독자 개발 차량 모델을 이르면 5년 안에 내놓는 것이다. 가칭 ‘모헤닉M’으로 불리는 4륜구동 전기자동차 모델은 현재 디자인 작업을 마치고 개발이 한창이다. 모헤닉은 이를 위해 국내 전기차 회사 한 곳을 인수해 자회사인 모헤닉모터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모헤닉은 향후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개편될 것으로 보고 궁극적인 사업 방향을 전기차 생산에 맞추고 있다.

또 모헤닉은 포스코와 마그네슘 차체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그네슘으로 차체를 생산하면 알루미늄보다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도장 작업 등이 필요 없어 생산라인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역시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인들에게 모터사이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1969년 작품인 영화 <이지 라이더>의 주인공 웨트와 빌리는 미국의 의미를 찾고자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미국 횡단 여행을 시작한다. 장발의 두 사람은 서부 개척 시대에 반항이라도 하듯 동쪽으로 향한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인에게 1960년대의 히피문화와 저항정신, 록문화를 상징한다. 질주 본능의 로망을 자극하는 아이콘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모헤닉은 할리데이비슨 자체가 문화 브랜드로 자리잡아 미국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 한다. 모헤닉의 브랜드 전략은 수제자동차 사업을 핵심으로 시작해 브랜드 파워를 키운 뒤 다양한 문화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모헤닉은 자회사로 모헤닉파이낸스 소셜대부와 모헤닉팩토리를 두고 있다.

모헤닉파이낸스는 P2P(개인 간 거래) 대출로 모헤닉G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할부금융을 지원한다. 갤로퍼의 차량 가액이 100만원 정도에 불과해 담보 가치가 떨어져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자동차 할부 대출이 불가능한 탓에 모헤닉이 만들어낸 상품이다. 모헤닉파이낸스는 연 9%로 할부금융을 지원하며, 모헤닉 소액주주들이 투자하고 있다.

모헤닉팩토리는 모헤닉G의 파생상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고가의 수제자동차를 사기 힘든 사람들을 겨냥해 모헤닉의 브랜드 가치가 담긴 미니 모터사이클을 생산·판매한다. 1대당 550만원으로, 100대 한정 주문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30대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향후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진공관 수제 오디오와 모헤닉 로고 및 디자인이 새겨진 의류 등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 밖에 모헤닉이 구상 중인 브랜드 사업 분야는 자동차 튜닝 용품과 공구, 캠핑 및 아웃도어, 액세서리, 문화상품, 공연 및 전시 등 다양하다.

김 대표는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다. 디자인 회사다. 기계적으로 무엇을 만들고 설계하는 것보다 창조적 작업을 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에 가깝다”고 말했다.

모헤닉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는 한국에서 수제자동차 시장의 성장판이 열리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우선 수제자동차 생산에 대한 별도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통상 자동차 제작업체는 국토교통부에 등록할 때 자기인증 능력이 있는 제작사와 그렇지 않은 제작사로 구분돼 등록이 허가되는데 수제자동차 업체들은 후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공용 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인지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인증 검사 항목이 완성차 기준이다보니 수십 개에 이르는데다 차량을 여럿 파괴하는 실험 등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모헤닉은 형식상 복원차이기 때문에 아직 제도적 걸림돌을 피할 수 있지만, 모헤닉M처럼 완전 제작 차량은 당장 인증 과정부터 골치다. 현재 국토교통부 쪽과 관련 부분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모헤닉G 사고시 보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다. 모헤닉은 애초 자차보증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했다. 기존 자동차 보험사의 보험체계를 빌려 설계했지만, 이것이 보험영업으로 인정되는 바람에 검찰에 고발됐고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모헤닉은 90% 수리비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형태로 바꿨고, 고객 처지에선 사실상 보험을 든 것 같은 효과를 누린다. 모헤닉은 이 쿠폰을 보험이라기보다 고객에 대한 수리 서비스로 생각한다. 수리센터의 경우 앞으로 주요 지역에 설립하고 출장 수리 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모헤닉G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헤닉G는 차량 충돌 때 탑승자를 보호하는 에어백이 없다. 철제 범퍼도 완성차 기준으로 보면 안전성과 다소 거리가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수제자동차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당연하게 말한다. “영국의 수제자동차 제조사인 모건(Morgan)은 100년 된 기업이다. 모건은 아직도 나무로 차를 만들고 에어백도, 심지어 목을 받쳐주는 헤드레스트도 없다. 수제자동차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안전성이 아니다. 안전성을 원한다면 완성차를 사면 된다. 우리는 철저히 고객의 니즈에 맞춰 차를 생산할 뿐이다.”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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